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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 <레인 리딩>

Rain Rea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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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갤러리 서울에서는 기획전 《Rain Reading》을 2021년 4월 14일(수)부터 5월 12일(수)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다가올 어떤 일을 예측하거나 감지하는 우리의 일상적인 감각을 비를 예감하는 일에 비유하여 바라본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강동주, 김인배, 박우진, 허우중의 드로잉, 조각, 판화, 회화 30여 점을 통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황과 환경을 기민하게 느끼고, 다채롭게 받아들이며 섬세하게 읽어내는 다양한 방식들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비를 예측하는 일은 아주 먼 과거에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정복의 대상으로 남아있는 물리적인 현상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정확하게 읽어낼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기도 하다. 평소보다 하늘에 구름이 많아 날이 흐리거나 호흡이 비교적 무겁게 느껴질 때, 과거의 상처가 문득 불편하거나 머리카락에 스치는 공기의 질감이 달라질 때 우리는 직감적으로 비를 예상한다. 그리고 떠오른 예감이 가리키는 메시지에 따라 각자의 방식으로 근미래의 비를 대비하고 맞이한다. 《Rain Reading》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고 결말 또한 알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는 지금, 신체의 내밀한 신호이자 사람이 지닌 가장 기본적인 본능인 감각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작품들을 제안한다.
 
강동주는 쏟아지는 비를 종이 위에 받아 생긴 동그랗고 불규칙적으로 일그러진 흔적들을 마치 정물처럼 쫓아 새로운 종이에 다시 옮겨 그렸다. 선에 대하여 다중적으로 암시하는 김인배의 조각은 마치 수 가닥으로 내리는 비의 모습을 일시정지 시킨 것처럼 3차원의 전시장 안에 2차원의 구부러진 수직선들을 끊임없이 불러오며, 박우진의 동판화는 서서히 밝아지는 빛의 표현을 통해 역설적으로 어둠을 강조한다. 작품을 그린 날의 습도를 의미하는 ‘73.5%’, ‘81%’ 같은 허우중의 작업은 매일의 기온과 습도, 날씨와 채광의 미세한 차이를 드러낸다.
 
스크린 속 해상도가 무한히 갱신되고 인터넷의 비물질적 세계 안에서 거의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는 요즘,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정확성의 경쟁이 아닌, 비를 몸으로 읽어내는 것과 같이 매일의 나를 확인할 수 있게 만드는 아주 작고 인간적인 부분일지도 모른다. 종이와 연필이라는 미술의 기초적인 재료를 사용하거나, 흰색과 검은색 등 색의 근간을 이루는 컬러들을 주로 보여주고 있는 《Rain Reading》의 출품작들을 통해 그동안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종이결과 그 위로 흐르는 선의 변화, 흰색과 회색, 검은색 사이에 나타난 무수한 변주, 반투명한 종이 위로 드러난 벽의 얕고 미세한 질감 등을 가만히 바라보고 오래 마주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강동주, <빗물 드로잉(2021)>, 2021, 종이에 연필, 108x78cm

강동주 (b. 1988)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과 매 순간 흐르는 시간을 면밀히 관찰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특정한 상황 속에서 발견한 장면들을 주로 종이에 드로잉을 통해 드러낸다. 종이 위에 연필로 그려진 강동주의 <빗물 드로잉(2019)>(2021) 시리즈는 A4 크기의 드로잉 14장과 전지 크기의 드로잉 1장, 총 15장의 드로잉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작가는 2019년 장마 기간 동안 여러 차례 빈 종이를 들고나가 쏟아지는 비를 그 위에 받아냈다. 그리고 종이가 마르면서 생긴 동그랗고 불규칙적으로 일그러진 흔적들을 마치 정물처럼 쫓아 새로운 종이에 다시 옮겨 그렸다. 오래전 몸에 새겨진 흉터처럼 보이기도 하고, 달이나 행성의 표면처럼 보이기도 하는 강동주의 <빗물 드로잉>은 비를 받아내는 동안 정지된 상태로 일정한 시간을 보냈을 작가와 떨어지는 장맛비, 신체 사이의 종이를 상상하게 만든다.



김인배, <선이 되려는 선>, 2020, 연필, 우레탄 도료, 알루미늄, 철, 가변크기

김인배 (b. 1978)는 조각을 주요 매체로 다루며 차원의 가능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특히 조각이 2차원과 3차원을 넘나들며 발생하는 이질감이나 과장, 생략, 변형, 확대되는 것들에 주목하고 있다. 김인배의 <선 속의 선>(2021)은 선을 닮은 10여 개의 봉 조각 위에 흰 칠을 입힌 뒤, 다시 연필로 얇은 선들을 입힌 작품이다. 작품 제목과 같이 선에 대하여 다중적으로 암시하는 그의 조각은 마치 수 가닥으로 내리는 비의 모습을 일시정지시킨 것처럼 3차원의 전시장 안에 2차원의 구부러진 수직선들을 끊임없이 불러온다. <멀리서 그린 그림>(2020)은 1.43:1이라는 아이맥스 스크린의 비율을 지닌 종이에 연필을 사용한 드로잉이다. 작가는 8m에 이르는 알루미늄 봉을 손에 쥘 수 있는 형태로 만들고, 그 끝에 연필을 달아 종이와 몸의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상태로 그림을 그렸다. 이 과정에서 입체적 스펙터클을 위해 고안된 아이맥스의 비율은 사선과 곡선, 이어지고 끊어지는 몸의 동세를 담아내는 평면의 장으로 전환된다. 



박우진, < The faraway nearby #2 >, 2020, 메조틴트, 60x40cm

박우진 (b. 1994)은 가장 오래된 미술의 장르 중 하나인 판화를 꾸준히 사용하는 작가이다. 그는 매체가 지닌 비-유동적 속성을 거슬러, 빛과 어둠의 변화를 통한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고 있다. 박우진이 대부분의 작품에서 사용하고 있는 메조틴트는 동판화의 일종으로써, 바늘처럼 생긴 도구로 동판에 그림을 새기고 부식시키는 과정을 지니며 가장 가는 선과 풍부한 톤을 구현하는 매체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의 < The Faraway Nearby > (2020), ), (2020) 시리즈는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일상의 공간이면서도 빛과 어둠에 따라 아주 다르게 보이는 주변의 공간을 연속적으로 재현한 것이다. 특히 서서히 밝아지는 빛의 표현을 통해 공간의 정보를 드러내는 듯하지만 역설적으로 어둠을 강조하는 결과를 지닌다. 그의 작품 속 미세하게 겹쳐진 검은 선들은 동판 위에 얕게 파이고 반전되어 찍혀져 빛과 어둠의 관계에 대해 상기시키며 한번 새겨진 이후에는 다시 되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오래 되새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허우중, <각자의 길을 가다>, 2019, 캔버스에 유화, 연필, 각 53x41cm (36점)

허우중 (b. 1987)의 회화는 선과 색, 붓과 물감, 표면과 형태 등 그림의 기본적인 요소를 강조함으로써 화면 속 조형 요소들이 아슬아슬한 상태로 정지된 어떤 균형의 순간을 만든다. <73.5%>(2020), <81%>(2020) 시리즈에서 허우중은 제목을 통해 보는 사람에게 작품을 그린 날의 습도를 전한다. 밑바탕에 검은색을 균일하게 칠한 뒤 많은 흰색 터치를 통해 캔버스 표면 전체를 뒤덮는 그의 작업 방식은 매일의 기온과 습도, 날씨와 채광의 영향을 전제하고 있다. 화면 안에서 연필로 그어진 선과 붓이 머금은 물감이 서로 만나며 그 결을 달리하거나 배어 나오는 밑색의 세밀한 차이를 통해 동일한 환경 아래에서 생겨난 서로 다른 무채색의 다채로움과 화면이라는 바탕 내부의 균형과 불균형, 조화와 부조화를 가시적으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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