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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넘는 아이들

Children crossing the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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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넘는 아이들’과 마주하기

처음 우리는 폭력, 특히 은폐된 폭력과 그것의 다양한 기재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논의를 거듭한 끝에 은폐 기제로서 ‘가정’으로 견해가 모아졌습니다. 은폐 기제로서 그것이 특히 이 사회에서 완강하게 작동하고, 아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폭력의 희생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는 처음부터 아동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작고 방어력 제로인 약자가 폭력의 주된 대상이 된다는 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은폐된, 대체로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특성이야말로 폭력의 실체이자 이 사회가 스스로 축적해 온 모순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압축 성장, 뿌리깊은 가부장제, 내재화된 경쟁 사회, 타자에 대한 혐오…. 그리고 언젠가 길버트 채스터턴(Gilbert Keith Chesterton)이 말했듯 가정이 “규칙과 과제로 가득한 세상에서 마지막 남은 야생의 장소”로 작동하기 때문인니다. 약자에게 관대한 야생은 없고, 다른 야생들처럼 이 야생도 약자와 희생자를 필요로 하고, 그 대상은 거의 예외 없이 여성과 아동입니다.

우리는 고통당하는 약자들에서 불명예스러운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야만 합니다. 정말이지 그래야만 합니다. 그렇더라도 이 전시의 목적이 가정 내 폭력의 구조를 이론화하거나 계몽으로 나아가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예술의 우선적인 임무가 아닙니다. 예술은 깊이 경험한 자, 사건의 내부에 머물렀던 사람의 고백, 진정성을 지닌 영혼으로부터 듣고, 감지하고, 교감하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선언이 아니라 증언이, 주장이 아니라 고백이 더 명예로운 것으로 취급됩니다. 교감은 가장 오래되고 깊은 지적 수단입니다. 미술과 은 철학 강의실이나 사회문제 연구소 이상입니다. 여기 배치되어 있는 것들은 통상적인 학습의 대상과는
다른 깨달음의 고양된 도구들입니다. 그것들을 통해 자신을 만나는 것이 허용되는다면체 거울들입니다.

서울대학교미술관장 심상용


고경호_넌 이 집안의 기둥이다_캔버스에 유채_60.6×72.7cm_2018



고경호_들러리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9

• 고경호 Koh Kyungho
 
작가는 한 가정의 아들로서 스스로에게 기대되는 역할 수행 과정에서 겪어 온 괴리감을 그림으로 표현해 왔습니다. 〈아들-포지셔닝〉 연작은 돌 사진, 가족 사진, 나들이 사진, 졸업 사진 등 가족 앨범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빠르고 거센 붓질과 지워진 인물의 형상은 장면 속에 깃들어 있는 억눌린 심리 상태를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기대 안에 있는 억압을 드러냅니다. 가족은 특정한 사회적 규범을 가르치고, 그것에 순응하도록 강제하는 첫 번째 공간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규범이 자연스러운 것도 당연한 것도 아닙니다.
 



권순영_LOVE 5_아크릴, 한지에 채색_50×50cm_2017



권순영_고아들의 성탄 2_한지에 채색_200×270cm_2014


• 권순영 Kwon Soon Young

권순영 작가는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과 상처를 작품에 담아 왔습니다. 화면 속에는 크리스마스 장식, 눈과 같은 환상적 요소와 원천적 손상의 이미지가 한데 뒤섞여 있습니다. 캔디, 미키 마우스, 눈사람과 같은 캐릭터들은 꿰뚫리거나 절단된, 녹아내리는 몸으로 덧없는 미소를 짓습니다. 순전한 상상의 산물처럼 보이는 장면들은 작가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무엇보다도 ‘실재적’인 것입니다. 어쩌면 상상만이 피난처였던 어린아이가 택한 증언의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작품은 희생된 이들을 참담함 속에 내버려두지 않고, 부드러운 달빛과 소복이 내리는 눈 아래 따스하게 품어냅니다. 지극한 연민은 온기가 되어 지금도 어딘가에서 고통받고 있는 타자들을 향합니다.
 



김수정_The war 가장 일상적인_혼합재료_2m 이내 가변 설치_2017



김수정_사랑의 형태_로토스코핑 영상_6분 26초_2017


• 김수정 Kim Sujeong

김수정 작가는 ‘가족’과 ‘사랑’이 ‘폭력’이라는 대립하는 단어와 교차하는 방식을 탐구합니다. 〈The war: 가장 일상적인〉에서는 사랑의 매로 돌변하는 생활 도구와 바라는 바와는 달리 주어지거나 빼앗기곤 했던 인형을 이용하여 ‘화목한 가정’이라는 이상적 관념 너머에 존재하는 폭력과 억압을 상연하는 무대를 만듭니다. 〈사랑의 형태〉는 공익 광고 이미지를 차용하여 가족을 넘어 사회를 유지하고 정당화하기 위한 개념적 도구로서 사랑에 대하여 질문하며, 사랑이라는 단어 안에서 작동하는 권력과 이해의 관계를 들여다보기를 제안합니다. 이로써 작가는 가족과 사랑을 폭력과 연결하고 또 그와 다름없게 만드는 요인으로서 맹목성을 극복하고자 시도합니다.
 


나광호_Postman Joseph Roulin_캔버스에 유채_72.7×91cm_2021



나광호_빨간 소화기_아르쉬지에 실크스크린, 아크릴릭_91×116.7cm_2019


• 나광호 Na KwangHo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은 나광호 작가의 작품에 무척 중요한 요소입니다. 작가는 미술시간에 어린이들이 보고 그린 명화를 따라 그리기도 하고, 어린이들이 그리거나 쓴 것을 복제하여 딸과 함께 입체 조형물을 만들고 작품의 대상으로 삼기도 합니다. 원작 화가와 작가 자신 그리고 어린이의 손길이 서로 뒤섞여 이미지는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누군가는 어린이가 그린 그림을 보고 서툴다고 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작가는 어린이의 그림이 원작보다 미숙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자유롭고 즐거운 표현이라는 그림의 핵심을 담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어린이들의 손짓을 고유한 미적 요소로 받아들임으로써, 작가는 어린이를 그와 동등한 예술가로 맞이합니다.
 


노경화_땅 아이_캔버스에 유채_53×45.5cm_2021



노경화_태양 아이_캔버스에 유채_53×45.5cm_2021


• 노경화 Roh Gyunghwa

피해자, 관찰자, 폭로자로서 폭력에 관한 이야기에 주목해오던 노경화 작가는 최근 기존의 질서를 전복하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이들의 신화를 그려 나가고 있습니다. 평화를 뜻하는 비둘기 모양을 머리 위에 얹은 사람, 모든 것을 재로 만들어 새로운 시작을 알릴 정화의 불, 간절히 모은 손과 아이의 얼굴을 한 수호신 등 밝은 색채와 부드러운 윤곽으로 만들어진 상징적인 이미지는 공간을 재생의 에너지로 가득 채웁니다. 작가가 들려주는 구원과 해방의 서사는 개개인의 의지를 모으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신화의 현장으로 탈바꿈한 전시장은 어린이들에게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민진영_Between roof and roof_천, 아크릴, 움직이는 LED 조명_25×110×25cm_2012

• 민진영 Min Jinyoung

민진영 작가는 집이 가진 복합적 성격 그리고 그에 얽힌 심리를 드러내는 구조물을 제작해 왔습니다. 작가에게 작업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반추하고 치유를 얻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집이 온전한 보호를 제공하는 보금자리인 동시에 사적이고 개별적인, 고립된 공간이라고 말합니다. 완결된 구조를 가진 집의 모습과 내부로부터 깜박이는 빛은 이렇듯 보호와 고립이라는 대립적인 관념을 결합하고, 바깥 세상을 향한 누군가의 신호를 형상화합니다. 길게 이어지는 터널 같은 원통형의 구조물을 들여다보면 기억 속의 장면이 펼쳐집니다. 작가가 보여주는 심리적 형태는 집에 대한 우리 각자의 기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성희진_BUSYKID, Dance_잉크젯 프린트_56×76cm_2012(2014년 출력)_ed. 1 of 5

• 성희진 Sung Heejin
 
성희진 작가는 유형학적 사진이라는 방법론을 이용하여 양육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사회 문제들을 조명해 왔습니다. 유형학적 사진이란 특정한 유형에 속한 여러 대상을 중립적으로 촬영함으로써 그 전형을 드러내는 방식을 말합니다. 〈BUSYKID〉 연작이 사교육이라는 렌즈를 통해 극도로 경쟁적인 사회에서 어린이들에게 덧씌워진 기대와 욕망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면, 〈grand∙mother〉 연작은 시스템의 부재로 인한 돌봄 공백을 메꾸어 나가고 있는 '할마(할머니+엄마를 뜻하는 신조어)'들의 모습을 포착합니다. 각자도생의 사회가 빚어낸 이 초상 속에 혼재하는 아이들의 꿈과 할머니의 애정은 그것을 좀더 온전한 모습으로 발현시키기 위한 변화를 요청합니다.
 



신희수_네버랜드-경계의 아이들_피그먼트 프린트_50×50cm_2020_ed. 1 of 10

• 신희수 Shin Heesoo

신희수 작가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공동체 제프에서 활동하며 집을 떠나 생활하는 아이들을 카메라에 담아 왔습니다. 본 전시에는 아이들의 초상과 짐 꾸러미를 담은 사진 그리고 그들과의 인터뷰를 선보입니다. 가방을 대신하는 종이쇼핑백과 비닐봉투, 그 속에 담긴 검정고시 교재, 약봉지에는 아이들의 곤궁한 생활이 담겨있고, 인터뷰 속 아이들의 목소리는 가정과 학교라는 테두리 바깥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곡절을 전합니다. 사회적 보호가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서 아이들은 수많은 위험에 노출되곤 합니다. 카메라를 당당히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빛은 편견을 넘어 그들의 존재를 마주하고 마땅한 돌봄을 제공하기를 촉구하는 듯합니다.



왕선정_BUT EVE_캔버스에 유채_27×45cm_2021
 


왕선정_에덴 극 연작-맨 프롬 어스_캔버스에 유채_65×100cm_2018

• 왕선정 Wang Seonjeong

〈에덴 극〉 연작은 강렬한 색채와 일그러진 형상, 종교적 상징을 이용하여 가부장제 아래에서의 폭력을 예시하는 연극적 장면들로 이루어집니다. 신 또는 악마는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를, 마리아는 수동적인 어머니를, 어린 양은 무력하고 종속적인 아이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지옥과도 같은 실상과 제목이 환기하는 낙원의 이미지 사이의 간극은 작품을 더욱 극적으로 만듭니다. 과거에서 현재로 시선을 돌린 최근의 작품들은 상처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넘어 계속되는 사랑의 실천과 그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스스로의 비극에 맞서 분투하는 이의 일그러진 모습으로부터 비로소 아름다움과 구원이 발견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입니다.

 

정문경_Fort_헌 옷, 혼합재료_270×300×300cm_2013



정문경_Shades of Shadow_빔 프로젝터, 사운드스피커, 혼합재료_가변크기_2018


• 정문경 Chung Munkyung
 
정문경 작가는 일상적인 사물을 이용하여 관계에서 비롯되는 갈등과 불안을 함축적으로 예시하는 작품을 제작해 왔습니다. 예컨대 누군가의 유년을 함께한 오래된 장난감들은 작가의 손길을 거쳐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키는 오브제로 변모합니다. 허공에 거꾸로 매달린 목마, 그림자 속 북 치는 소년은 위태로운 상태 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면의 존재를 암시합니다. 다른 한편, 〈요새〉는 옷을 매개로 연대와 돌봄, 회복의 공간을 제공합니다. 누군가의 몸을 감싸던, 각자의 기억이 깃든 옷을 이어 만들어진 이 아지트는 그 자체로 공동체의 모습을 형상화합니다. 그 사이로 슬며시 기어들어가면 서로 다른 이들이 더불어 이룬 포근한 은신처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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