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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詩)의 시대

Rewriting the poetry

  • 관람료

    성인 700원 / 청소년,군인 700원 / 어린이 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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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립미술관(관장 김종원)은 오는 2월 20일부터 5월 17일까지 3층 전시실에서《새로운 시(詩)의 시대》전시를 개최한다. 전시에는 강태훈, 박찬경, 서용선, 이서재, 정윤선, 최수환, 홍순명 총 7명의 작가가 참여한다.《새로운 시의 시대》는 3.15의거 60주년을 맞이하여 개최되는 전시지만, 3.15를 단순히 기념하는 전시와는 다르다. 무엇을 기념할 경우 사건을 역사화하고 그 교훈을 공유하는 정형화된 틀에 묶일 가능성이 높다. 해당 사건을 통해 우리가 알아야할 어떤 진실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3.15를 기념하기보다는 3.15를 비롯한 역사적 사건에 대해 우리가 모르고 있던 것을 감지하고 드러내는 방향으로 준비되었다.

《새로운 시의 시대》는 3.15를 과거에 발생한 하나의 사건으로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그리고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열린 해석의 지표로 바라본다. 결국“역사에서 미처 드러나지 못한 원형적 동기나 실체가 무엇인지, 그 파장은 오늘날 우리의 삶과 어떻게 맞닿아 작동하고 있는지를 동시대 미술로 사유”해보고자 하는 전시기획의도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전시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세계를 감지하고 이것을 식별/구별하면서 현재를 인식하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전시는 도립미술관 3층 4,5전시실과 중앙홀에서 열리는데 전시 관람은 5전시실, 중앙홀, 4전시실 순으로 보는 것이 좋다. 도입부인 5전시실은 홍순명 작가의 <사이드 스케이프> 연작과 이서재의 <집의 역사>로 시작한다. 명확하지 않은,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인가가 있고 그 파장을 직관하고 기억해야할 것들이 감지되는 곳이다. 이어 실제와 허구를 오가며 역사를 재구성하는 박찬경 작가는 <시민의 숲>을 출품했다. 이 작품은 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혼란스럽고 비극적인 한국현대사에서 목소리 없이 죽어간 사람들을 애도하고자 제작되었다. 최수환 작가는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이 설치/점유된 전시공간을 해석하는 신작을 선보인다. 이는 반복되는 역사적 사건의 기념 또는 기억 중 이미 존재하는 것과 새롭게 존재할 것의 상관관계를 탐구하는 작업이다. 이렇게 두 작가의 작업은 사건 그 자체만으로 말해지지 않은 것들을 드러내고자 한다.
3층 중앙홀에는 강태훈 작가의 영상설치 작업 <Dead-end#2>와 <죽음 위의 갈라쇼> 등이 전시된다. 이 작업들을 통해 작가는 참담한 역사적 사건만큼 비극적인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하루를 살아가는 현실을 다시 들여다보도록 요청한다.
이어지는 4전시실은 군집화 된 사람을 통해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업으로 구성된다. 정윤선 작가의 <무주의 맹시>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현장 설치작업이다. 각종 오브제를 활용해 극단적 상황에서 발동하는 인간의 군중화를 시각화할 예정인데 구현의 결과물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서용선 작가는 동학농민운동, 세계대전, 한국전쟁 등과 같은 역사적 사건과 도시의 인간 군상 시리즈를 선보여 왔다. 아마도 우리는 이러한 군상 시리즈와 역사적 사건 속의 인물을 통해 지금 우리 삶에 대해 스스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질지도 모른다.

살펴보았듯이 이 전시는 긍정과 부정의 역사적 산물을 나열하거나 혁명적인 순간을 기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그저 거대한 담론의 역사에서 미시적이고 사유 불가능했던 현상들을 예술적 상상으로 끌어올려 새로운 가능성으로서 역사를 바라보고자 하는 것이다. 기존에 통용되어 온 자유, 민주, 정의 등으로 이름 지어진 시들의 역사적 가치를 세심하게 따져보고, 그 본질에 다가서려는 시도. 이것이 이번 전시가 조심스레 바라는 방향이다. 


■ 전시연계프로그램

▶전시감상
  <전시 함께 보기>
  진행: 미술관장/큐레이터/작가
  2020. 03. 12. - 05. 14. 목요일 오후 3:00 
  3/12, 3/19, 3/26, 4/9, 4/16, 4/23, 5/7, 5/14
 
▶강연
  <기록하는 카메라, 저항하는 필름>
  강연자 : 이나라 영상미학박사, 동의대전임연구원
  2020. 04. 21. 화요일 오후 3:00
 
※ 상세 일정은 홈페이지 공지 예정


3·15의거 60주년 기념전 <새로운 시의 시대>
 
역사는 주목을 받을 만한 인류 행위에 대해 그 행적을 시로 노래하고 기억함으로서 불멸화를 시도해 왔다. 동시에 공동체 건국을 통해 그 정신을 기리고자 했다. 또한 역사는 시대적 정치 상황과 문화적 정서를 바탕으로 거듭 분류하고 편집하여 구체적인 보편성을 가지는 위대한 사건과 그렇지 못한 사건으로 구분 짓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처럼 시대는 역사를 우리의 삶으로 불러들여 긍정 부정의 담론을 지속적으로 생산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과오는 오늘날 우리 주변을 여전히 서성이고 있고, 역사적 비극이 이름을 달리하여 되풀이되고 있는 현실을 부정 할 수는 없다.
 
역사는 거대 담론이기 이전에 인간과 인간의 삶이며, 일상이고, 오늘이다. 그것은 변함없는 결과물로서가 아니라 가능성과 불가능 사이에서 유동하며 인류가 살아가는 방식과 태도를 결정해 나가는 중요한 단서이자,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촘촘히 현재의 자신과 연결되어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만 한다.

<새로운 시의 시대>는 3.15의거 60주년을 맞아, 역사는 과거에 존재했던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 그리고 다음 세대를 전망할 수 있는 다변적 의미를 가진 기표로 작용할 수 있음에 주목하여, 역사에서 미처 드러나지 못한 원형적 동기나 실체는 무엇이며, 그 파장은 오늘날 우리의 삶과 어떻게 맞닿아 작동하고 있는지를 동시대 미술로 사유해보고자 기획되었다.
 
전시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세계를 감지한 후 그것을 식별하거나 구별해내며 비로소 현재를 인식하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전시는 4. 5 전시실과 중앙홀에서 열리며, 도입부인 4전시실에서 홍순명의 사이드 스케이프 연작과 이서재의 새겨진 이미지와 문장들로 축적된 공간에서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의 파장과 기억해야 할 것들을 감지한다. 이어 실제와 허구가 오고가며 역사를 재구성하는 박찬경의 <시민의 숲>, 순환되는 역사를 움직임으로 시각화하는 최수환의 작업은 사건 그 자체만으로 말해지지 않는 것들을 드러낸다. 전시 중앙홀에 위치한 강태훈의 <Dead-end#2>을 비롯한 사물들은 현실에서 의식하지 못했던 사회 구조의 이면이 개인의 태도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사유하게 한다. 5전시실에서는 공간의 주체자로서 군중의 움직임에 가담하여 역사적 현장의 감각을 불러내는 정윤선의 <무주의 맹시>와 환원된 역사 속에서 우리 모습과 마주하는 서용선의 인간군상에서 현재의 삶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며 인식의 단계에 접근한다.
 
이 전시는 긍정과 부정의 역사적 산물을 나열하거나 혁명적인 순간을 기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거대한 담론의 역사에서 미시적이고 사유 불가능했던 현상들을 예술적 상상으로 끌어올려 새로운 가능성으로서 역사를 바라보고자 하는 것이다. 자유, 민주, 정의 등으로 이름 지어진 시들의, 역사적 가치의 실체를 세심하게 따져보고, 그 본질에 다가서려는 시도가 될 것이다. ‘아우슈비츠 이후에 시를 쓴다는 것은 야만적인 행위이다.’라고 한 아도르노의 말처럼, 어쩌면 우리는 절망적인 이성 앞에서 무력해지고, 아름다운 세계를 향해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지 그 의지를 상실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계는 유지되고 우리는 살아 있다. 역사가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가치의 본질과 의미는 무엇인지, 인간의 삶에 대한 원천적인 문제와 더불어 질문하고 써 내려가는 것은 당연한 삶의 의무가 아닐까? 비록 그것이 명백하게 기술할 수 없는 편린에 불과할지라도 넓고 깊은 역사라는 바다에서 산호와 진주를 채취하는 것처럼 작지만 간직하고 싶은 시를 쓸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시는 모든 것을 기술하지 않음으로 오히려 본질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오늘의 삶을 당당하게 지어나가기를 기대한다.


■ 작품설명
 
새로운 시의 시대 1.
홍순명_ 풍경 앞에서 사라지는 가능성들

 
홍순명은 실제 풍경이 아닌 사건과 사고의 현장을 담은 보도사진을 활용하여 사이드 스케이프 연작을 그려낸다. 보도사진을 그대로 옮겨 그리는 것이 아니라 부분, 옆, 가장자리를 발췌하여 확대한다. 먼저 우리는 부드럽게 발린 중성색의 물감들이 캔버스 위에서 연기나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평화로운 장면과 마주하게 된다. 화면에서 전쟁, 재해, 테러, 기아, 난민 등의 정치적 현장을 담아내는 보도사진의 직접적인 흔적을 찾아낼 수는 없다. 그러나 회화의 전통적 아우라를 간직한 작가의 화면은 중심으로서 체계화 되지 못한 주변들도 동일한 무게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키며,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은폐된 문제들이 온화하고 부드러운 색채와 질감 속에서 조용히 피어오르는 것을 감지하게 만든다. 또한 이러한 작가의 태도는 미처 끌어올리지 못하고 수렴하지 못한 역사적 사건의 이면을 사유할 수 있는 틈을 제공한다. 동시에 보도사진 역시 본질이 가려진 어떤 현장의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총체적이고 완전한 이미지로 바라보는 수용자의 태도에 대한 비판의식을 불러일으킨다.


 

새로운 시의 시대 2.
이서재 利敍齋_ 기억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이서재 利敍齋 는 '이롭게 펼치는 집'이라는, 집의 이름이며 또한 작가의 이름이다. 이서재는 서울 경복궁 서측에 자리하며 우리의 풍토와 뿌리를 이해하고 전통문화로부터 받는 영감들을 통해 다양한 방법의 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 재료로 우리 풍토의 그림을 그리고, 흙 빚어 그릇을 만들고, 일상을 음악으로 기록하는 작업과 한국적 정서와 문화와 지리를 연구하고 그려내고 기록하는 작업들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그 모든 일들이‘ 집 ’이라는 개념으로 묶여 집이 가지는 지속가능성, 이 땅과 우리 뿌리의 정체성, 사회의 부분이며 또 전부인 프렉탈적 구조성, 삶의 전부를 대변하는 역사성까지 고려하며 가장 기본적인 삶의 시작에서 예술의 뿌리를 찾아 이웃과 대중이 함께 하는 작업으로 이어간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새기고 축적하는 방식으로 역사의 서재를 만들고 그 형식을 우리의 뿌리그림에서 차용함으로써 멀고도 멀지않은 이전과 이후의 ‘오래된 미래’를 그려낸다.
 

 

새로운 시의 시대 3.
박찬경_ 이름 없이 사라진

 
박찬경은 역사의 재구성, 역사와 미술의 결합, 민속신앙, 남북갈등 같은 현실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실재와 허구를 오고가며 지금 여기의 역사를 미학적이면서도 비판적인 시각에서 다시쓰기를 시도하고 있다. 전시에 출품된 <시민의 숲>은 세월호 사건을 비롯하여 혼란스럽고 비극적인 한국현대사에서 목소리 없이 죽어간 사람들을 애도하고자 제작되었다.
<시민의 숲>은 두루마리 산수화의 형식을 빈 한국 근현대에 대한 하나의 알레고리이다. 하나의 산수화를 펼쳐 보며 인물을 가까이 들여다 보기도하고, 멀리서 산수를 음미하는 것처럼 세 개의 비디오 채널은 세 화면을 분리시키기도 연결하기도 한다. 이 작품은 오윤의 미완성 그림 <원귀도>(1984)와 김수영의 시 <거대한 뿌리>(1964)에서 착상한 작품이자, 이 두 작품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응답이기도 하다. <원귀도>와 다른 것이 있다면, 여기 보이는 현대의 귀신들은, 사람들이 이미 귀신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점이다. <거대한 뿌리>와 다른 것이 있다면, 우리에겐 이사벨 버드-비숍의 글로 새삼 떠오른 김수영(세대)의 기억조차 먼 나라 이야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시민의 숲>은 이 두 작품에 대한 오마주이면서 동시에 전통과 민간신앙에 대한 현대의 단절감을 드러낸다. - 작가노트




새로운 시의 시대 4.
최수환_ 순환하는 밤

 
최수환은 사회를 공간의 연속으로 보고 공간과 몸의 상호작용 속에서 사회와 개인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공간과 공간의 이동, 나열, 축소 등의 방식으로 또 다른 공간을 형성하여 몸과 공간이 부딪치며 서로를 점유하고, 그 주체에 의해 끊임없이 변성되는 것을 체험 하도록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함께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으로 먼저 점유된 공간을 해석하여 활용한다, 이는 되풀이되는 역사에서 각자의 역할과 사회적 구조를 이미 차지하고 있는 사물들과의 상관관계 속에서 이해하려는 것이다. 전시된 작품 중 <도플갱어>는 특정 모양의 다른 신발이 마주하여 같은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변함없는 과오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동시에 새로운 움직임을 감지하게 한다. <불면증>은 은폐되어 있던 기억을 희미하게 시각화하며 보이지 않는 실체에 다다르고자 한다.
 



새로운 시의 시대 5.
강태훈_ 눈을 뜨는 방법

 
강태훈은 개인의 사고와 행동을 통제하는 은밀하고도 강력한 이데올로기와 체체를 드러내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사회가 가진 모순적인 믿음과 환상, 이념과 주체의 관계, 역사와 시대가 미처 발굴하지 못한 암묵적인 전제들을 일상 오브제와 텍스트를 통해 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아무 문제없이 향유되는 듯 보이는 일상적 행위들과 아우슈비츠의 대량학살을 비롯한 부조리한 사회현상들이 교차되는 영상을 원형계단에 투사하는 <Dead-end#2>를 중심으로, 실패한 역사로 간주 된 소련의 국기에 붉은색을 덧칠한 <덧 칠 된 깃발>과 계급적 비판의식이 가장 잘 드러난 <죽음 위의 갈라쇼>를 선보인다. 그 사이로 수도꼭지, 구두, 시계, 구명환 등의 사물이 배치되어 원 기능을 전복시키며 비로소 우리를 보이지 않았던 세계의 이면에 함께 재배치시킨다. 이는 우리의 삶을 억압하는 지배구조와 은폐된 힘과 권력을 경고하며 개인의 의식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게 한다.



 
새로운 시의 시대 6.
정윤선_ 시는 거리에

 
정윤선은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문화예술적 담론들의 중첩적인 레이어를 가진 결코 고정되지 않은 유목적 사고의 장소, 촘촘히 기록된 역사적 사건의 내러티브가 존재하는 장소에 꾸준히 집중해 왔다. 도시환경, 미술제도, 자본주의 구조의 부조리한 현상에 대한 작가의 인식은 공적 영역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으로 확장되고 공동체 구성원들과 관계 맺으며 사람을 향한 예술적 실천으로 이어간다. 특히 이념이라는 거대하고 보이지 않는 힘 앞에서 무력하게 사라져버린 이들에게 주목하여 그 문제의식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살아남으려는 인간 본성, 삶과 죽음 앞의 공포가 권력의 매커니즘을 만들었고, 이것이 인간의 역사임을 현상학적 서술방식으로 제시한 엘리아스 카네티 작품에 나타난 ‘군중체험’에 대해 참조하고 감정이입한다. 각목과 합판 이미지와 드로잉으로 만들어진 구조물 사이에서 역사적 사건의 현장을 상상하고, 공간의 주체자로서 군중의 움직임에 가담하고 역사를 불러들이는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시의 시대 7.
서용선_ 공동적 운명을 짊어진

 
서용선은 역사, 인물, 풍경, 전쟁, 신화 등 다양한 범위에 이르는 주제들을 다루며, 특히 역사속의 사건들을 시각화 하는 연작들과 도시의 인간군상을 다루는 연작들로 알려져 있다. 노산군 일지로 기록되었던 단종 사건의 주변들, 이름 없는 민초들을 예의주시한 동학농민운동, 세계2차대전, 6.25전쟁 같은 역사적 서사의 주역들과 개인사에 이르기까지 되풀이되는 역사적 사건 속에서 인간 실존의 문제를 거침없는 붓질과 강렬한 색채로 표현해낸다. 역사적 사실은 그 속에 휩싸인 개개의 실존들이 겪어내는 저마다의 고뇌들로 변환되어 오늘 우리의 모습과 교차되며 마주하게 되는데, 이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도시 사람들을 화면에 구성한 연작들을 통해서 잘 보여 주고 있다. <서 있는 사람들> 이나 <정치인>은 해방 이후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국가건설이라는 명분 아래 잠재되어 있던 후유증을 자본가들이나 정치권력의 상징적인 모습으로 그려내며 인간의 본질을 탐구한다. <도시>, <도시의 사람들_거리에서>는 도시라는 장소에서 시적으로 거주하기를 포기하고 자신의 존재를 망각한 채 살아가는 불안하고 긴장된 인간 군상과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역사적 사건을 통해서 현재를 말하고 현재의 우리 모습 속에 환원된 역사를 상기시키며 인간의 삶이란 정작 무엇인가, 인간 존재는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근원적 물음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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