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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오브제>, 유선태 개인전

YOO SUN TAI, 'Dreaming Object

  • 작가

    유선태

  • 장소

    가나아트갤러리

  • 주소

    서울 종로구 평창30길 28 가나아트센터 1,2,3관

  • 기간

    2020-04-01 ~ 2020-04-26

  • 시간

    9:00 ~ 9:00

  • 연락처

    02-720-1020

  • 홈페이지

    http://www.ganaart.com

  • 초대일시

    2020-04-01

  • 관람료

갤러리 가기
□ 전시 소개

• 예술가의 상상력으로 예술의 균형을 찾아 화폭에 담아내는 유선태 작가의 2020년 개인전 『꿈꾸는 오브제』

가나아트갤러리는 일상의 소재를 사용하여 초현실적 세계를 구축하는 유선태 개인전 ‘꿈꾸는 오브제’를 개최한다. 유선태(b. 1957-)는 홍익대학교 석사 졸업 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국립 8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유학 중에도 동양화에 심취하였으며 동서양의 융합을 위해 특유의 감성을 살린 독특한 화법을 착안하여 작업의 정체성을 자리 잡았다. 유선태의 작업들은 자유로운 상상력과 감성을 바탕으로 표현한 명상적이면서 초현실적인 작품이 특징이다.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하여 캔버스에 재구성함으로써 현실을 초월한 고요한 시공간(時空間)의 세계로 이끌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유선태에게 일상의 오브제는 중요한 영감이며 상상력의 원천이다. 올해 3월에 개최되었던 TEFAF마스트리흐트에 참여 한 가나아트갤러리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과 함께 작품 거래가 성사되었다. 이미 유럽에서 수십 차례 전시 경험이 있는 작가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 예술을 통한 직감적이고 본능적인 감성으로 날개짓 하는 오브제
이번 전시에서는 배경 속에 또 다른 배경이 생성되어 중첩된 500호 대형 평면 작품을 비롯하여 풍경의 확장과 순환을 구성한 작품 뿐만 아니라 달러 지폐를 모티브로 한 회화 작품이 전시된다. 화폐는 일반적으로 사회 통념상 사용되는 교환 수단이다. 교환 수단이라는 것이 이미 자본주의 사회에 들어오면서부터 소유라는 의미가 강해지면서 정치, 권력, 편견 등 많은 힘을 가지게 되었다. 유선태에게 있어서 화폐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연결해 주고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상생을 의미한다. 그의 달러 그림에는 버락 오바마, 마더 테레사 등 유명인이 등장하기도 하고 명화 속 한 여인을 그렸는데 이는 선과 악, 인간의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였다. 또한 오브제 속의 회화를 모티브로 한 오브제 작품들도 함께 전시한다. 시계, 전화기, 바이올린, 여행 가방, 지구본 등 실생활에서 사용한 오브제에 풍경을 담아 자연의 형상을 입히며
자유로운 융합을 시도하였다. 이는 회화와 오브제의 입체적인 차원을 왕복하고 접경을 탐색하여 오브제 그 자체로 새로운 정체성을 찾게 되었다. 또한 이미 만들어진 오브제를 서로 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오브제 작품들이 출품되는데 이는 서로 융합하고 상생하며 또 다른 풍경의 오브제가 되기도 한다. 브론즈로 제작된 <문(Door)> 오브제는 ‘예술의 문’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찰나의 순간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표현하였다.

• 현실을 상상 속으로, 상상을 현실로 이끈 높이 3미터 크기의 대형조각 ‘아하!’
특히, 소형 여인상 <아하!(Aha!)> 오브제를 똑같은 형태의 10배로 확장하여 높이 3m 30cm가 되는 대형 조각 작품으로 출품되는데 이 대형 조각 작품은 장엄함과 장중함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원래 이 오브제의 여인은 반듯하게 서 있었는데 작가는 이를 살짝 기울여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게 하였다. 유선태는 이 시점에서 중요한 영감을 받았다. 유선태에게 있어 예술이라는 화두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의 세계가 있는데, 기울어진 형태의 이 작품은 그에게 생각하는 오브제가 되었고, 그 안에서 유선태 자아를 재발견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깨우침과 시각을 바꾼 작품이라 볼 수 있다.

•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하여 현실을 넘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초현실적 결과물
그동안의 유선태의 ‘말과 글’ 시리즈에서 보았던, 단어를 그리듯이 써 내려가는 동양적 표현과 서양화 방식을 도입한 동서양의 융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가는 일상과 예술의 서로 다른 질서들 사이에서 자신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유선태 작품에 등장하는 자전거를 탄 신사는 유선태 본인의 자화상이다. 그는 동양과 서양, 외부와 내부, 건축과 자연 등의 이원적(二元的) 개념을 동시에 나타내는데 자전거 타는 사람은 작품 속의 시공간(時空間)을 여행하며 이원적으로 표현된 예술의 상반된 질서를 조율하고 서로의 균형을 찾아 삶의 순환을 보여주는 중재의 역할을 한다. 이번 전시에서 유선태는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하여 자신의 자아와 삶의 시각을 반영하는 회화, 오브제, 조각 등을 선보인다. 그의 자유로운 융합을 시도한 오브제는 은유적으로 작품에 투영되어 초현실적인 결과물이 되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사물의 존재에 대한 의식의 전환을 일깨우고 일시적인 순간과 사물의 본질을 표현한 유선태의 이상 세계를 다양한 조형언어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출품작 이미지


유선태, 나의 정원(My Garden), 2020, Acrylic on canvas, 218x291cm



유선태, 신기루(Mirage), 2019, Acrylic on canvas, 162.2x1



유선태, 문(Door), 2019, Acrylic on Mirror, metal and wood, 132x118cm



유선태, 마더 테레사(Mother Teresa), 2017, Acrylic on canvas, 51x120cm



유선태, 아하!(Aha!) Aluminium, Surface coating, 2020, 120x120x330(h)cm


□ 작가 약력

유선태 柳善太  b.1957-

1989     조형예술학과 박사, 국립 8대학, 파리
1984     파리국립미술대학 수학, 파리
1981     홍익대학원 석사, 서울
1979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학사, 서울
 
주요 개인전
2020     가나아트갤러리, 서울
2016     롯데 에비뉴엘아트홀, 서울
2015     가나아트갤러리, 서울
2014     평창 대관령 국제 음악 페스티벌, 평창
2013     청화랑, 서울ㅣ가나아트부산, 부산ㅣ문 갤러리, 서울ㅣ갤러리 일호, 서울
2012     데미화랑, 광주
2011     선진갤러리, 싱가포르ㅣ가나아트갤러리, 서울ㅣ가나아트부산, 부산
2010     가나아트뉴욕, 뉴욕
2009     정 갤러리, 서울ㅣ필립강 갤러리, 서울
2008     갤러리 라빈느 바스티유, 파리ㅣ두루아트 스페이스, 서울
           도시갤러리, 부산ㅣ가나아트갤러리, 서울
2007     카이노스 갤러리, 서울ㅣ두루아트 스페이스, 서울
           갤러리 호안나 쿤스트만, 마요르카ㅣ갤러리 베아르떼, 서울
           갤러리 H, 서울ㅣ엘렌스 박 갤러리, 경기
2006     갤러리 라빈느 바스티유, 파리ㅣ앨런킴 머피 갤러리, 양평
           카이스트갤러리. 서울ㅣ두루 아트 스페이스, 서울
2005     카이스트 경영대학 갤러리, 서울
2004     두루 아트 스페이스, 서울
2003     나인 갤러리, 광주
2002     가나보부르, 파리ㅣ수가화랑, 부산
2001     가나아트갤러리, 서울
1999     가나보부르, 파리ㅣ갤러리 라빈느 바스티유, 파리
1997     유나화랑, 서울
1996     갤러리 라빈느 바스티유, 파리ㅣ가나아트갤러리, 서울
           송원 갤러리, 광주ㅣ그 외 다수
 
주요 단체전
2020   TEFAF, 마스트리트
2019   자작나무 갤러리, 서울ㅣ문 아트 갤러리, 서울
2018   자작나무 갤러리, 서울ㅣArt Stage, 싱가포르
2017   TEFAF, 마스트리트ㅣ롯데갤러리, 일산, 안양ㅣ두인갤러리, 서울
         갤러리 조은, 서울ㅣ문화인 아츠 갤러리, 서울ㅣ오승우 미술관, 무안
         Art Miami, 마이애미ㅣArt Fair Art Centural, 홍콩
2016    TEFAF, 마스트리트, 뉴욕ㅣ반디 트라조 갤러리, 서울
          두루아트 스페이스, 서울ㅣ두인갤러리, 서울ㅣ갤러리 이배, 부산
          Art Fair Art Centural, 홍콩
2015    TEFAF, 마스트리트ㅣ갤러리 이마주, 서울ㅣ인사아트센터, 서울
           Art Stage, 싱가포르ㅣArt Hampton, 햄프턴
2014    가나아트 부산, 부산ㅣTEFAF, 마스트리트
           Art Fair Affoderble, 홍콩, 싱가포르ㅣLA Art Show, 로스엔젤레스
           Hotel Art Fair, 홍콩
2013    앤 갤러리, 성남ㅣFAT Gallery, 싱가포르
           가나아트센터, 서울ㅣ반디 트라조 갤러리, 서울
           두인갤러리, 서울ㅣ롯데갤러리, 서울, 부산
           LA Art Show, 로스엔젤레스ㅣArt Fair Affoderble, 싱가포르
           Art Taipei, 대만ㅣHuston Art Fair, 휴스턴
           Toronto Art Fair, 토론토ㅣBank Art Fair, 홍콩
           Hotel Art fair, 홍콩
2012    호림 아트홀, 서울ㅣ문 아트 갤러리, 서울
           가나아트갤러리, 서울ㅣ인사아트센터, 서울
           인터알리아, 서울ㅣ현대백화점 갤러리 토파즈, 서울
           아다마스 253, 파주ㅣ장흥아트파크, 양주
           Asia Top Gallery Art fair, 홍콩ㅣArt Fair Miami Scope, 마이애미
          Singapore Art Fair, 싱가포르ㅣHotel Art Fair, 홍콩
          Asia Top Gallery Hotel Art Fair, 홍콩ㅣLA Art Show, 로스엔젤레스
          Art Fair, Art Revolution, 대만
2011    Art Fair Scope Miami, 마이애미ㅣHotel Art Fair, 홍콩
2010    가나아트갤러리, 서울ㅣ선화랑, 서울
          갤러리 반디, 서울ㅣHong Kong Art Fair, 홍콩
2009    P1 갤러리, 서울ㅣ갤러리 가이야, 서울ㅣ갤러리 반디, 서울
          장흥아트파크, 양주ㅣArt Fair Scope Basel, 홍콩
2008    가나아트갤러리, 서울ㅣ갤러리 유니버스, 파리
          예술의전당, 서울ㅣ갤러리 토포하우스, 서울
           갤러리 반디, 서울
2007    인사아트센터, 서울ㅣ현대백화점 무역센터, 서울ㅣ갤러리 보닝턴, 버밍햄
           승관락 전 푸조 스페이스, 일산ㅣ갤러리 유니버스, 파리
           Chicago Art Fair, Duru Art Space, 시카고
2006    Zurich Art Fair, 스위스ㅣDuru Art Space, 서울
2005    가나아트갤러리, 서울ㅣChicago Art Fair, Duru Art Space, 시카고
2004    가나아트갤러리, 서울
2003    두루 아트 스페이스, 서울ㅣ가나아트센터, 서울
2002    두루 아트 스페이스, 서울
2001    유나화랑, 서울
2000    도쿠야마아트센터, 도쿠야마
1999    로베르 데브레 대학병원, 파리ㅣ갤러리 화이트 엘리펀트, 파리
1996    박영덕 화랑, 서울ㅣ유나화랑, 서울ㅣ 그 외 다수

주요 작품 소장처
보드카재단, 스웨덴 / 독일재단, 로잔 / 퐁피듀 센터, 파리 / 벨기에 재정 경제부, 벨기에
선재미술관, 서울 / 워커힐 미술관, 서울 / 삼부토건, 평택 / SK텔레콤, 전주, 성남
신영건설, 서울 / 삼성테스코, 대전 / 현대문학, 서울 / 인제조각공원, 인제
힐튼호텔, 서울 /  하이트컬렉션, 서울 / 카이스트, 서울 / 한솔 오크벨리, 원주
미술은행,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 커피빈, 서울


□ 평론

유선태의 오브제, 그림의 생장과 변신의 고리
 박신의(미술평론가, 경희대학교 교수)
 
랑데부(Rendez-vous), 오브제와의 만남. 화가에게 오브제와의 만남은, 그림을 그리는 한 지속되는 법칙이다. 오브제는 세상의 겉모습이자 속내이고, 껍질이자 살이다. 하나의 이름이자 허상이며, 실재이자 이미지이다. 홀로 존립하는 독자적 물건이자 수많은 기억과 이야기가 담겨진 ‘관계’의 물건이다. 오브제를 그릴 때 비로소 오브제는 보인다. 하지만 오브제는 오브제 너머의 오브제를 희망한다. 오브제는 세속적으로 지칭되는 자신의 이름을 지우면서 드러난다. 의자이되 의자가 아닌, 책이되 책이 아닌, 책장과 액자, 축음기와 화분, 돌과 사과가 형상의 유사성과 연상력을 넘어 대상 밖의 대상으로, 재현 밖의 재현으로 그림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오브제는 그림의 벽과 경계를 넘나드는 물건이다. 화가는 그 물건들을 화면으로 들여와 ‘말’과 ‘글’의 관계를 사유한다. 묻고 답하며 또 묻고 답하는 지속적이고도 유기적인 존재론적 행동을 통해, 그는 시와 건축과 자연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다. 세상의 겉모습을 보이게 하는 것은 그림의 시작이나, 그림의 끝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운명이니, 화가는 기꺼이 우리의 신념, 생각, 습관 너머의 시간과 공간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유선태는 늘 오브제와 만난다. 아니 처음부터 그랬던 것 같다. 화가는 오브제가 말을 건넨다고 말한다. 그렇다. 오브제가 말을 건네는 순간 오브제가 보인다. 말을 건네는 일은 상호작용의 시작이고 관계 형성의 디딤돌이다. 말은 ‘찰나’를 살고, ‘순간’에 존재한다. 반면 글은 ‘지속적’ 찰나와 ‘축적된’ 순간 위에 존재한다. 어떠한 영원함도 찰나적 순간을 피해 갈 수 없다. 찰나의 순간에서 영원의 시간은 준비된다. 순간의 경험이 깊으면 깊을수록 경험의 축적은 더욱 커진다. 축적된 경험은 길이의 문제가 아니라, 깊이와 밀도의 문제이다. 그 깊이와 밀도 속으로 화가는 빠져들고, 순간 그는 오브제와 하나가 된다. 그는 오브제로 들어간다. 아니 그냥 그 자체로 살아가는 듯하다. 내가 오브제이고, 오브제가 자신이자 타인이자 다른 시간이자 공간이 된다. 나와 오브제 사이의 물리적 거리, 정서적 거리가 불분명해지면서 경계가 섞여버린다. 나를 닮은 복합적 존재, 나를 닮지 않은 냉랭한 얼굴이 되고 풍경이 되며 시가 된다. 미지(未知)의 것인데 친밀하고 유머러스하다. 그림 속 사물들은 선명한데 불안하며, 불편한데 흥미롭다.
 
오브제는 고정된 겉모습의 증거물로서가 아니라, 모든 분류의 표징(表徵)으로서가 아니라, 지속적인 변신의 사례로 남아 있다. 그래서 오브제의 목록은 제한되고 집중되어 있으나, 궁극에는 목록을 벗어나 무한의 말과 글의 표본(標本)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림의 영혼이 낯설게 다가오는 법이고, 낯설지만 명료하고, 명료하지만 신비로운 기운으로 흐름을 목도하게 되는 것이다. 유선태의 오브제는, 그래서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변신의 굴곡’을 둘러싸는 것이다. 변신의 굴곡에는 계곡도 있고 들판도 있다. 실내도 있고, 담도 처져있다. 나무와 하늘과 호수와 구름이 말과 글이 되고, 화가의 아뜰리에가 되고, 신기루가 되며, 서재가 된다. 소파는 고요한 언덕처럼 앉아있으나, 남자가 되고 여자가 되고 가족이 되면서 거만하고 공격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음악이 흐르지만, 소리는 외롭게 멈춰있다. 음악은 본시 겉모습을 초월하고 영원을 노래하는데, 소리는 메아리도 없는 아른한 풍경을 만든다. 변신을 ‘매혹’하는 자, 화가는 이렇게 명백한 사물에 불명확한 의미론적 변신을 가하고, 수수께끼 같은 풍부한 메타포와 불확실성을 우리에게 전하는 것이다.
 
오브제의 의미론적 변신은 유한의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다. 이야기꾼의 시간과 공간이 날개를 다는 순간이다. 화가는 그래서 그 곳에 ‘문’을 달았다. 변신은 문을 열면서 전염되고 확산된다. 문이 열리면 시간의 축이 바뀌고 공간의 차원이 달라진다. 평행으로, 수평으로, 수직으로 하강하고 상승하며 시간의 개념적 변신을 모아낸다. 화가는 시간에게 길을 내어준다. 문을 열어 길을 내어주고, 문을 닫아 시간을 머물게 한다. 시간은 무시간성(timelessness)의 성격, 즉 시간의 총량 밖에 존재하는 시간성, 그러나 흐르지 않고 계산되지 않는 시간, 어쩌면 시간 그 자체가 되는 순간, 기억의 보관소이자 망각의 향기로 남는 순간을 기록한다. 공간은 열리고 닫히며 무한의 시간을 걸쳐 입고 찰나의 순간을 별처럼 반짝인다. 그래서 이곳에는 넘치는 에너지가 있다. 햇살과 물줄기와 나무줄기의 힘찬 호흡들이 오브제의 생성 원리를 감탄한다. 오브제는 각자의 말과 글에 유리한 방식으로, 가능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매 순간을 산다. 어떤 사물도 매 순간 자신의 존재방식을 구현하려는 의지를 배반하지 않는다. 즉 모든 존재는 항상, 그리고 매 순간, 자기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이 된다.
 
그림 속의 오브제는 조각이 되고, 인스톨레이션이 되고, 개념예술이 된다. 화가이자 조각가이자 개념예술가인 유선태는 정처 없음과 무경계를 사는 자이고, 끝나지 않는 말과 글의 자취를 좇는 아키비스트(archivist)이며, 그래서 오브제의 삶과 죽음, 생장(生長)과 변신을 농부처럼 그린다. 때론 수확한 기억을 상자에 보관하며 아홉 개의 시간과 세 개의 시간으로 정렬한다. 순환하는 시간에 프레임을 부여하면서 마치 충직한 문지기처럼 서있거나, 친구처럼 곁에 머문다. 화가는 다시 그림 속을 노닌다. 화가의 경험에서 ‘알 수 없음’은 지속적이고 핵심적인 언어다. 메시지로 형성되기 이전의 혼돈된 언어의 중얼거림, 웅얼거림은 예술의 숙명일 듯싶다. 웅얼거림을 메시지로 정리하는 것은 바라보는 자의 몫이다. 그러니 화가는 메시지를 정리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포기해야 한다. 화가는 모든 웅얼거림의 상태를 충분히 숙성시키며 고양하는 임무를 갖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유선태가 선명한 이미지로 오브제를 그렸다한들, 그것의 의미는 결코 선명하지 않은 이유다. 자신의 <자화상>에서 변신을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자연을 가슴으로 품은 의자, 정지된 순간에 존재하는 거세된 축음기, 사과 위로 얹혀진 음악, 새처럼 날아가 허공에 멈춘 책, 우울한 화분, 의자의 아픈 그림자. 다만 그는 자신의 그림 속을 노니는 산보객이며, 이야기꾼이며, 증인일 뿐이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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