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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 개인전 《더 가까이, 천천히, 오래》

Closer, Slower and Longer

  • 작가

    김은영

  • 장소

    오래된 집

  • 주소

    서울 성북구 성북로18길 16 (성북동)

  • 기간

    2022-09-15 ~ 2022-09-30

  • 시간

    10:00 ~ 18:00 (휴관일 : 일요일)

  • 연락처

  • 홈페이지

    http://www.can-foundation.org

  • 초대일시

  • 관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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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가까이, 천천히, 오래 – 수습된 식물의 몸>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


자연은 인간의 외부에 자리한 그 무엇이다. 이른바 타자이다. 우리가 그것의 형태와 색채, 그리고 질감과 향기, 혹은 그와 얽힌 개인적인 기억을 떠올리고 그것의 이름을 호명하거나 기필한다 해도 우리가 그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사실 별로 없다. 그렇다고 그것의 존재에 대해 무지하다고 할 수는 없다. 내 몸 바깥에 존재하는 자연은 앎과 모호함 사이에서, 과학과 신비, 지식과 무지의 틈에서 마냥 흔들린다. 그것들의 존재는 늘상 경이로운 새로움으로 다가와 창조의 비밀스러움과 자연만이 선사하는 조형적인 완벽함을 거느리면서 우아하게, 자존감 있게 자기의 개별성과 독특함을 힘껏 발설한다. 자연계의 존재들, 생명체들이 지닌 조형미의 위계에는 편차가 거의 없다. 특히나 식물들이 그렇다. 꽃과 잎사귀, 줄기, 씨앗과 열매 등을 거느린 식물들의 형태는 제각기 각별하고 그만큼의 상이성을 지닌다. 이 차이화가 자연이고 생명의 본성이다. 그것들은 저마다의 색과 질감, 예민한 선과 볼륨을 알차게 품고 있다. 그것은 실물의 생존, 번식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부분들이다. 그러나 인간이 이를 순수한 시각적 대상으로 여겨 그 안에서 조형미를 인식하고 미적 쾌감을 느끼는 것은 사실 식물 자체와는 무관한 일이다. 사실 인간의 이 미적 향유로 인해 식물은 여전히 인간의 보호 아래 자기 보존의 자리를 확충하기도 한다.
김은영은 거리와 공원, 그리고 숲속에서 온갖 종류의 식물을 만나 이를 유심히 살펴보고 그런 과정에서 ‘마음에 드는’ 식물의 일부를 채집했다. 아마도 식물 자체에 내재하고 있는 아름다운 조형미나 색채, 질감의 매력에 이끌렸던 것 같다. 결정적으로는 선과 색이다. 그렇게 선택된 것을 수습하고 보존한 후 이를 하나씩 사진으로 담았다. 이 과정에는 식물학자의 과학적인 지식과 엄밀함, 수집가로서의 분류와 모음,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미적 재현의 과정이 공존한다. 단색의 적조한 바탕 위에 단독으로 설정되어 올라온 민들레 홀씨, 고무나무잎, 목련대, 복자기, 수국, 종덩굴, 참마 등은 익숙하면서도 신선하고 낯선 얼굴을 내밀며 또렷하고 야무지게 자리하고 있다. 각 존재의 형태와 색상, 질감과 선의 기세 등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 그려지듯이 밀착되어있다. 이 사진으로 인해 우리는 이들 존재를 새삼스레 다시 보게 되고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예술(사진)은 실재의 모방이 아니라 ‘실재의 근본적 타자’(아도르노)이다.
김은영의 사진으로 인해 우리는 새삼스레 목련대나 민들레 홀씨가 이렇게나 매력적인 자태를 지녔고 기묘한 형태와 질감, 희한한 색채를 거느리고 있음을 미처 몰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 앎은 알고 있다고 여긴 것에 대한 반성으로서의 앎이며 아울러 우리가 본 것이 사실은 보지 않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임을 일러주는 반성의 힘이다.
또한 식물들은 자기 한계 안에서 생명을 보존, 확장한다. 씨앗을 사방에 퍼뜨리며 특정 부위에 박힌 제 존재의 범위를 가로질러 간다. 바람과 곤충, 새의 힘을 빌어 사방으로 번지는 식물은 경계를 지우는 삶을 통해 지구의 표면을 뒤덮는다. 작가는 제 삶의 동선에서 우연히 접한 이 예기치 못한 존재에서 놀라운 아름다움과 함께 그러한 생명의 이치, 순환이라는 시간성에 주목한다.
사진에 들어온, 숨죽이며 누워있는 것들은 본래의 몸체에서 떨어져나온 것들이자 죽은 것들이고 몸에서 물기가 죄다 빠져나간 것들이다. 이른바 식물의 미라들이다. 작가는 식물들을 수습한 후 일정한 시간 동안 바싹 말려두어 이룬 건삽하고 메마른데서 연유하는, 불가피하게 파생된 물성과 질감을 시각화, 촉각화하고 있다. 그것은 무수한 시간의 흐름과 무게로 인해 주름이 잡히고 눌려 있는 상황을 사진의 인덱스적 성격으로 포착한다. 그 상처를 탁본처럼 찍어낸다. 따라서 작가가 이 식물들을 촬영해야 할 나름의 알리바이가 있다. 사진으로 찍어두어야만 하는 불가피성이 있고 기록과 수집의 가치가 존재한다. 한편 대상의 피부에 핍진하게 들러붙어 작고 미미한 식물의 존재성을 극대화하면서 그것이 지닌 생김새와 색채, 질감과 그 외의 것들을 오랫동안 응시하게 해주며 식물이 지닌 조형적인 매력을 은밀히 밀봉하고 있다. 식물로서의 제 생의 소임을 마친 후 조금씩 말라가는 잔해를 수습해 수집, 촬영해서 담담히 그 존재의 진정한 생김새를 다시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한 순간을 영원처럼 고정시켜 온전히 집중해서 관찰하게 해줌으로써 늘 현재의 시간만을 사는 인간의 관점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것, 그로인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간과했던 여러 가지 것들이 속수무책으로 드러나 발견되는 흥미로움과 즐거움을 안긴다.
사진은 실재의 모방이 아니라 그로부터 더 밀고 나가 그와는 다른 식으로 실재를 보여준다. 이상한 감각을 야기하고 육안으로 보는 것을 넘어서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이 사진의 푼크툼이기도하다. 바르트에 의하면 푼크툼은 보는 사람을 침묵하게 만드는 “예측할 수 없는 섬광”처럼, 보는 사람을 보는 행위 안에 잡아 둔다, 바르트는 이를 ‘황홀경의 순간’이라고 기술한다. 사진은 분명 참조며 특정 대상이 어느 시간에 사로잡힌 순간을 포착하는 힘이다. 김은영의 사진은 식물의 일부이자 죽은 미라들이고 소멸되어 말라버린 것들의 마지막 잔해들일텐데 그것들이 역설적으로 성형해내는 아름다움을 보는 이의 시선에 하나의 날카로운 바늘처럼 세워놓았다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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