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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삶과 예술… 생태·환경, 경계를 넘나들다
  • 작성일2021/07/05 10:46
  • 조회 331

설치미술가 정재철 회고전

폐현수막 옷 입고 광장 걷는 퍼포먼스 등
중앙아시아·유럽서 ‘실크로드 프로젝트’
해양 쓰레기 다룬 ‘블루오션 프로젝트’도
여행·예술·일상이 하나로 통했던 삶 반추
정재철 작가는 여행과 예술, 일상이 하나로 통하는 사회참여적이고, 수행적인 작업 세계를 펼쳤다. 폐현수막으로 만든 의상을 입고 유럽 광장을 걷는 퍼포먼스를 기록한 영상은 ‘실크로드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아르코미술관 제공 ▲ 정재철 작가는 여행과 예술, 일상이 하나로 통하는 사회참여적이고, 수행적인 작업 세계를 펼쳤다. 폐현수막으로 만든 의상을 입고 유럽 광장을 걷는 퍼포먼스를 기록한 영상은 ‘실크로드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아르코미술관 제공
노란색 바탕에 빨간색과 파란색 패턴이 큼직하게 박힌 화려한 의상을 입은 한 남자가 캐리어를 끌며 공항을 걸어가고 있다. 화면이 바뀌면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을 비롯해 유럽의 광장을 가로지르는 남자의 모습이 잇따라 나온다. 마치 거리 패션쇼를 하듯 도심을 누비는 이 남자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작가 정재철(1959~2020)이다.

그가 2010년 제작한 7분 분량의 영상 ‘광장’은 폐현수막으로 만든 옷을 입고 광장을 걷는 퍼포먼스를 기록한 작품이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한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하나다. 중국, 파키스탄, 인도, 네팔 등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3차례 여행하며 현지인들에게 폐현수막을 전달하고 어떻게 활용하는지 기록했다. 장소를 이동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생태와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했던 작가의 수행적이고 참여적인 미술 작업을 대표하는 프로젝트다.
정재철 작가는 여행과 예술, 일상이 하나로 통하는 사회참여적이고, 수행적인 작업 세계를 펼쳤다. 영국 런던 팔러먼트 광장의 반전 시위대 천막에 한글로 사랑과 평화를 적는 행위는 ‘실크로드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아르코미술관 제공 ▲ 정재철 작가는 여행과 예술, 일상이 하나로 통하는 사회참여적이고, 수행적인 작업 세계를 펼쳤다. 영국 런던 팔러먼트 광장의 반전 시위대 천막에 한글로 사랑과 평화를 적는 행위는 ‘실크로드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아르코미술관 제공
●서울 아르코미술관서 새달 29일까지

길 위에서 삶과 예술을 펼쳤던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서울 아르코미술관 기획초대전 ‘정재철: 사랑과 평화’가 지난 1일 개막했다. 전시 제목은 ‘실크로드 프로젝트’ 마지막 여행지였던 런던 팔러먼트 광장의 반전 시위대 천막에 한글로 적은 문구다. 작가가 지난 20여년간 경계를 넘나들며 추구했던 가치와 의미를 함축적으로 보여 준다.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다양한 형태로 남았다.
정재철 작가는 여행과 예술, 일상이 하나로 통하는 사회참여적이고, 수행적인 작업 세계를 펼쳤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해양 쓰레기를 재구성한 설치작품은 ‘블루오션 프로젝트’의 일부다. 아르코미술관 제공
 

▲ 정재철 작가는 여행과 예술, 일상이 하나로 통하는 사회참여적이고, 수행적인 작업 세계를 펼쳤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해양 쓰레기를 재구성한 설치작품은 ‘블루오션 프로젝트’의 일부다.
아르코미술관 제공

폐현수막으로 만든 햇빛 가리개, 현지어 안내문, 설치 과정을 담은 사진과 영상 등을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방문 여정을 꼼꼼하게 기록한 루트맵 드로잉은 여행과 예술, 일상이 하나로 통했던 작가의 삶을 반추하게 한다.
해양 쓰레기를 기록한 루트맵 드로잉 ‘제주일화도’.  아르코미술관 제공 ▲ 해양 쓰레기를 기록한 루트맵 드로잉 ‘제주일화도’.
아르코미술관 제공
●영상감독 백종관·연구자 이아영 참여

정재철은 2013년부터 전국 해안가를 다니며 해양 쓰레기 문제를 다룬 ‘블루오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신안군, 제주도, 새만금 등 동서남북 해안가를 답사한 뒤 해양 쓰레기의 이동 경로를 담은 루트맵 드로잉 ‘북해남도 해류전도’, ‘제주일화도’ 등을 제작했다. 전시장 바닥에 놓인 병뚜껑, 낚시도구, 장난감, 술병, 어망 등 해양 쓰레기 더미는 인류의 공유지인 바다에서 벌어지는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일러 준다.
경기 과천 갈현동 가루개마을에서 채집한 씨앗과 돌을 전시한 ‘시간의 씨앗 1’. 아르코미술관 제공
 

▲ 경기 과천 갈현동 가루개마을에서 채집한 씨앗과 돌을 전시한 ‘시간의 씨앗 1’.
아르코미술관 제공

2018년 개인전 ‘분수령’에서 선보였던 과천 갈현동 가루개마을에서 채집한 씨앗과 돌, 화분 등도 자리했다. 재개발로 주민들이 이주하면서 버린 꽃과 나무를 통해 지역 공동체가 일궈 온 장소와 시간의 흔적들을 탐구한 작업이다.

서울대 미대 조소과를 나온 정재철은 중앙미술대전 대상(1988), 김세중 청년조각상(1996) 등을 받으며 촉망받는 조각가로 이름을 알렸다. 그러다 1990년대 후반 뉴욕 등 해외 레지던시 참여를 계기로 사진, 드로잉, 오브제 같은 다양한 매체로 눈을 돌렸다. 작품 주제도 사회참여적이고 실천과 대안을 모색하는 쪽으로 변화했다. 환경 위기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장소특정적 설치와 공공미술 작업을 활발히 펼쳤던 그는 지난해 초 간암 발병으로 생을 마쳤다.

이번 전시에선 영상감독 백종관과 연구자 이아영이 정재철의 작품을 재구성하고, 예술 세계를 탐구한 결과물을 함께 선보인다. 백종관은 작가가 촬영한 영상, 사진 기록 등을 자신의 시선으로 엮은 영상 ‘기적소리가 가깝고 자주 들린다’를, 이아영은 작가노트 58권에서 발췌한 텍스트를 모아 ‘사유의 조각들’을 펴냈다. 전시는 오는 8월 29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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