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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을 넘어… 단색화는 [비움·원숙미]다 : '텅빈 충만'전, 윤형근 개인전
  • 작성일2020/04/30 10:04
  • 조회 527
새달 10일까지 ‘텅 빈 충만’전

6월 20일까지 ‘윤형근 1989-1999’
 
‘텅 빈 충만’전에서 만날 수 있는 김태호의 ‘Internal Rhythm 2019-13’①과 김창열의 ‘물방울’②, 박서보의 ‘Ecriture(描法) No. 140611’③. 색을 쌓고 긁어내는 행위의 반복, 선과 색이 섞여 만들어 내는 촉각적인 화면의 결이 단색조 회화의 본질을 보여 준다. ‘윤형근 1989-1999’ 회고전에 나온 ‘Burnt Umber & Ultramarine ’91-#86’④에선 한층 원숙해진 작가의 미학이 느껴진다. 박여숙화랑·PKM갤러리 제공
▲ ‘텅 빈 충만’전에서 만날 수 있는 김태호의 ‘Internal Rhythm 2019-13’①과 김창열의 ‘물방울’②, 박서보의 ‘Ecriture(描法) No. 140611’③. 색을 쌓고 긁어내는 행위의 반복, 선과 색이 섞여 만들어 내는 촉각적인 화면의 결이 단색조 회화의 본질을 보여 준다. ‘윤형근 1989-1999’ 회고전에 나온 ‘Burnt Umber & Ultramarine ’91-#86’④에선 한층 원숙해진 작가의 미학이 느껴진다.
박여숙화랑·PKM갤러리 제공


1970년대 한국 화단에 등장한 무채색 계열의 추상회화 경향을 ‘단색화’로 명명한 건 불과 10년 안팎의 일이다. 한국의 모노크롬, 단색조, 단색회화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다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이 개최한 ‘한국의 단색화’전을 계기로 공식 명칭처럼 사용돼 왔다. 이후 미술시장에 단색화 열풍이 불면서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사조로 급부상했지만 한편에선 용어의 한계와 과도한 평가에 대한 비판도 있다.

서울 이태원 박여숙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텅 빈 충만’전과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윤형근 1989-1999’는 색(色) 중심의 오해와 편견을 넘어 행위의 반복과 시간의 중첩이 빚어낸 한국적 미학의 결정체로서 단색화에 주목한다.

‘텅 빈 충만’전은 아예 단색화 대신 ‘단색조 회화’란 용어를 앞세웠다. 전시를 기획한 정준모 큐레이터는 “모노크롬을 번역한 단색화는 서구미술의 아류처럼 인식될 수 있는 데다 색에 갇혀 버린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색이 아니라 재료의 물성을 통한 시각적 촉감, 오랜 시간 반복된 수행으로 스스로를 비워 내는 과정의 산물이 단색조 회화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 전시는 단색조 회화를 통해 한국 미술의 세계화를 모색하고자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트래블링 코리안 아츠’ 프로그램으로 중국, 독일,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이란, 베트남에서 열렸던 같은 제목의 순회전에 기반했다. 박서보, 정상화, 윤형근, 정창섭, 김창열 등 대표 작가와 최병소, 김태호 등 중견 작가를 비롯해 김덕한, 윤상렬, 이진영 등 신진 작가까지 장르와 세대를 망라한 18명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5월 10일까지.

‘윤형근 1989-1999’전은 단색화의 거장 윤형근(1928~2007)이 60대에 작업한 대작 중심의 회고전이다. 청색과 암갈색을 섞어 만든 먹색에 가까운 물감으로 리넨, 캔버스, 한지에 찍어 내리듯 붓질을 반복해 완성한 그의 작품은 수묵화 같은 번짐과 사각기둥 형상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엔 작가 고유의 작업 본질은 유지하면서도 보다 구조적이고 대담한 형태로 원숙미를 보여 주는 작품 20여점이 나왔다. 박경미 PKM갤러리 대표는 “지난 몇 년간 단색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1970~1980년대 초기 작업에 주목하는 전시가 많았다. 1991년 미니멀아트의 대가 도널드 저드와의 만남을 계기로 한층 단단해진 1990년대 작품 세계를 보여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윤형근이 생전 자기 그림의 뿌리라고 밝힌 추사 김정희 글씨와 더불어 작가의 작업실에 있던 도널드 저드의 판화가 전시장에 나란히 걸린 이유다. 6월 20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출처: 서울신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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