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미술계소식 다채로운 전시 작가 작품! 아트 플랫폼 서울갤러리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불경과 경건 사이/미술평론가
  • 작성일2023/04/12 09:59
  • 조회 90
카라바조, ‘의심하는 토마’, 1601~1602년 (106.9×146㎝, 상수시 궁전 회화 갤러리, 독일 포츠담)

▲ 카라바조, ‘의심하는 토마’, 1601~1602년
(106.9×146㎝, 상수시 궁전 회화 갤러리, 독일 포츠담)


금요일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는 일요일 새벽 부활한다. 요한복음에 따르면 예수의 부활을 맨 처음 목격한 사람은 무덤을 지키던 막달라 마리아였다.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의 제자들에게 가서 이 사실을 말한다. 일요일 저녁 제자들이 숨어 있는 집에 예수가 나타나 손과 옆구리를 보여 주며 복음을 전하라고 이른다. 토마는 이때 밖에 나가 있어서 예수를 보지 못했다. 은신처에 돌아온 토마는 동료들이 예수를 만났다고 하자 직접 보지 않는 한 믿지 못하겠다며 고집을 부린다.

여드레 뒤 예수가 다시 은신처에 나타났다. 여드레 동안 도대체 어디서 뭘 하신 것이냐? 예수는 토마에게 상처를 보여 주며 만져 보라고 한다. 성경에는 토마가 상처에 손가락을 넣어 보았다는 얘기는 없다. 토마는 놀라고 감격하여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하고 외쳤을 뿐이다.

카라바조는 이 에피소드를 가지고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 냈다. 그림 속 예수는 토마의 손목을 잡아 옆구리 상처 가까이 끌어당긴다. 토마의 표정과 몸 전체는 놀라움 그 자체다. 몸은 앞으로 기울어져 있으며 눈은 튀어나올 듯하고 이마에는 주름이 잡혀 있다. 그의 등 뒤에 있는 베드로와 사도 요한도 상처를 헤집는 손가락을 주시하고 있다. 어둠에 잠겨 있는 제자들과 대조적으로 예수의 몸은 환하게 빛난다. 집중하는 사도들의 모습에는 비탄과 경악, 아이들 같은 천진함이 동시에 배어 있다.

이미혜 미술평론가

▲ 이미혜 미술평론가


카라바조는 천재적인 솜씨를 지녔으나 건달로 살았다. 모델도 그가 어울리던 하층민, 건달들이었다. 그것이 그림에 생생함을 더해 준다. 토마는 해진 옷을 입었고 손톱에는 때가 끼어 있다. 예수와 그의 제자들은 원래 기층 민중이 아니더냐. 카라바조는 종교화에 격정적이고 내밀한 감정을 불어넣었다. 로마의 성직자들은 신자들에게 감동과 자극을 주기 위해 그를 후원하고 스타로 만들었다. 그러나 카라바조의 그림에는 종교와 화합하기 어려운 부분이 내포돼 있었다. 이 그림만 해도 걸작임을 부정할 순 없지만 지나치게 적나라해서 위태로운 측면이 있다.

의심 많던 토마는 어찌 됐을까. 그는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인도, 아프가니스탄까지 다니며 전도 사업을 펼치다 오늘날의 인도 마두라스 부근에서 살해됐다고 전한다.
G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