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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주의 '화가들의 수다'] 작품의 가치는 사람들의 ‘뒷이야기’에 달려있다?/ 레오나드로 다빈치_ 모나리자
  • 작성일2020/12/30 16:43
  • 조회 695
작품의 가치는 사람들의 ‘뒷이야기’에 달려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
 
 
흔히 사람들은 다이아몬드를 ‘보석의 여왕’이라고 한다. 다이아몬드는 왜 그 많은 보석 중에 제일이라고 평가되는 것일까. 그것은 다이아몬드 자체의 가치도 있겠지만 아름다움을 발산할 수 있도록 정성들여 다각도로 세공하는 것, 다이아몬드 원석 자체가 희귀한 것, 사람들 사이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것 등일 것이다.
세기의 명화 모나리자도 다이아몬드처럼 그림 자체의 가치도 있지만 어쩌면 우여곡절 속에 탄생한 하나의 역사물이지 않을까.
 
1911년 8월 21일, 모나리자가 도난당하는 대형사고가 터진다. 당시 루브르의 보안상태는 최악이었고 모나리자가 사라진지 24시간이 지난 22일까지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해 그 충격은 더 컸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박물관측은 당장 폐관을 하고 경찰들이 와서 직원들을 조사하지만 결국 범인도 모나리자도 찾지 못한다. 심지어 모나리자가 들어있던 액자에서 지문을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2년 여 동안 이어진 수사과정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의심스러운 용의자로 떠오른 사람이 다름 아닌 천재적인 화가 피카소였다는 것이다. 그의 절친이었던 아폴리네르에 의해 법정에 서게 된 피카소는 친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잡아뗌으로써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고 실제로 그들의 혐의는 루브르에서 도난당한 조각상과 관련된 것이었기 때문에 모나리자 도난사건과는 관계없음이 밝혀졌다.
 
모나리자를 훔쳐간 사람은 2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바로 루브르 박물관에서 일하던 이탈리아 사람 페루자였다. 그는 끝까지 이탈리아의 그림이 프랑스 박물관에 있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는 발언을 고수하며 애국적인 영웅으로 여겨지길 바랬고 어느 정도 그게 효과를 발휘해서 이탈리아에서는 실제로도 영웅대접을 받았다. 그리고 프랑스로 돌려주기 전 이탈리아에서 순회전시회가 열렸는데 많은 국민들은 프랑스에 돌려주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고 한다. (모나리자는 레오나르도가 세상을 떠났을 때부터 프랑스 왕실의 소유가 되었다고 한다.)
페루자가 끝내 배후를 밝히지 않아서 결국 단독범행으로 종결되고 말았는데 한참 시간이 흐른 후 한 신문기사가 눈길을 끈다. 그것은 데커라는 기자가 쓴 기사로 자신이 한 술집에서 발피에르노라는 후작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가 자신의 무용담을 털어놓더라는 것이다.
페루자에게 모나리자를 훔치게 하기 전 후작의 친구 쇼드롱이 모나리자의 위작을 6개 만들어낸다. 그리고 당시 미술수집에 열을 올린 미국 갑부들에게 접근해서 모나리자를 구입하도록 설득한다. 미국 갑부들은 모나리자 구입액을 지불하고 그림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도중 모나리자의 도난 사실을 접함으로써 자신들이 진품을 갖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이것이 그들의 계획이었고 그것은 멋지게(?) 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페루자가 모나리자를 가지고 도망을 치고, 그것을 팔아서 한몫 챙길 생각을 하는 통에 페루자는 형을 살게 된다. 후작은 루브르에 다시 돌려줄 생각이었다고 한다.
더 재밌는 것은 페루자가 그림을 팔려고 접촉한 인물이 J.P. 모건, 앤드루 카네기, 록펠러 등 저명인사들이었다는 사실이고, 이 중 모건은 자신에겐 모나리자를 구입하겠냐는 제의가 온 적이 없었다고까지 말했다 한다.

1911년 모나리자 도난 사건을 다룬 책 <사라진 미소> R.스코티를 보면 모나리자에 관한 여러 가지 사실과 허구로 재미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데커의 기사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작가는 거짓말로 보고 있다. 결국 모나리자는 제자리로 돌아왔고, 도쿄와 모스크바에서의 전시를 마지막으로 해외전시 금지법이 제정되어 다시는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위의 내용을 긴박한 상황과 함께 이야기를 전개해가면서 모나리자에 관심을 갖고 있는, 또는 예술, 미술, 그림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읽어 보아야할 것 같으며, 실제로 재미난 구성진 이야기가 전개된다. 참, 이렇듯 모나리자는 여러 가지로 수수께끼가 많은 그림이다. 일단 모델부터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의견이 많고 심지어 레오나르도 자신이라는 말까지 있다. 도난 사건 역시 페루자라는 사람의 단독범행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그의 말대로 애국심으로 저지른 짓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정치적인 문제가 얽혀있는 사건이라고도 한다.
 
모든 가치는 사람들에게 달려있기도 하다. 아무리 가치있는 작품과 선행이 행해져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 다면 평가 절하되며 금방 기억에서 사라지기 마련이기에,, 많은 사람들은 그 가치를 잊지 않기 위해 매년 행사를 하기도하고 단체와 모임을 통해 그 가치를 재확인하는 작업을 참 많이도 한다. 모나리자는 그 가치에 맞는 대접을 받았음에도 여러 끊이지 않은 사건들과, 최고의 화가라고 하는 피카소까지 사건에 더해져 그 가치는 알 수 없게 되었다. 이로써 어떤 것들의 가치란, 사건과 사고를 겪는 것과 비례하는 것 같다.
 
이렇듯 <모나리자>라는 작품은 다빈치의 작가적 소명과 능력, 그의 정신적 가치를 뛰어넘어 역사적 인물들과 사건이 가세되어 다이아몬드와 같은 작품으로 자리매김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작품의 가치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한번 더 생각해보게 한다.



(게재된 글은 백영주의 '세상을 읽어내는 화가들의 수다'에 수록되었으며 저작권은 백영주에게 있고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무단전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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