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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주의 '화가들의 수다'] 죽음을 포착하는 자, 그는 ‘미스터 데스’라 불린다 / 데미안 허스트,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
  • 작성일2020/12/04 09:28
  • 조회 648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1991, 데미안 허스트
 

‘만약 내가 내일 죽는다면 나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갈까’라는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질문은 곧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다들 내일 해야 할 일이 있고 적어도 내일은 죽지 않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음은 우연한 순간에 우리 삶을 덮쳐온다. 누군가의 장례식장에서, 혹은 교통사고 현장에서 죽음은 불현 듯 그 불길한 그림자를 내비춘다. 그때 우리 마음속에 떠오르는 감정은 무엇일까. 숭고함일까 아니면 두려움일까.

이러한 현대인의 죽음에 대한 인식을 가장 잘 포착해낸 예술가가 있다. 미스터 데스(Mr. Death), 악마의 자식(Devil child)라는 별명을 가진 예술가. 영국 현대미술의 거장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1965~ )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1965년 영국 브리스톨의 한 카톨릭 집안에 사생아로 태어나 어머니로부터 그림 그리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청소년 시절에는 인체를 그리기 위해 병원의 영안실을 드나들며 삶과 죽음에 대해 고찰했으며,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해 ‘프리즈(Freeze)’전을 계기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프리즈(Freeze)’전에 참가한 이들은 영국 현대미술의 부활을 이끌어 내는 중심으로서 yBa(young British artists) 군단으로 미술계를 장악했다.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은 예술계에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죽은 상어를 포름알데히드가 가득 찬 유리 진열장 속에 매달고 모터를 연결해 움직이게 한 이 작품은 갤러리 화이트 큐브의 주인 제이 조플링과 유명 컬렉터 찰스 사치의 눈에 들면서 연일 미술시장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는 이후로도 살아 있는 나비를 강렬한 원색바탕의 캔버스에 붙인 작품 <용서>의 ‘나비’ 연작을 통해 살아있는 나비의 아름다움과 그것이 박제화 되었을 때 느껴지는 감정을 뒤섞어 놓았다. 또한 2007년에 발표된 작품 <신의 사랑을 위하여(For the Love of God)>는 18세기 남성으로 추정되는 실제 해골에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아 만들어 세간의 큰 화제가 되었다. 데미안 허스트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죽음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싶었으며, 죽음의 궁극적인 상징인 두개골에 사치와 욕망의 상징인 다이아몬드를 덮어버림으로써 ‘죽음이여 가라’고 외치고 싶었다”고 한다.
 
‘내가 만약 내일 죽는다면 나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갈까?’라는 질문의 대답을 데미안 허스트는 자신의 작품집에서 밝힌다. “나는 내 남은 인생을 모든 곳에서, 모두와 함께, 하나씩, 언제나, 영원히, 지금 보내고 싶다(I Want to Spend the Rest of My Life Everywhere, with Everyone, One to One, Always, Forever, Now)”라고. 작품마다 죽음을 포착하는 그의 면모가 드러나는 그 다운 답변이다.



<용서>, 2004, 데미안 허스트



《신의 사랑을 위하여》, 2007, 데미안 허스트
 
 

(게재된 글은 백영주의 '세상을 읽어내는 화가들의 수다'에 수록되었으며 저작권은 백영주에게 있고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무단전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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