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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는 고리타분하지 않다
  • 작성일2023/05/29 10:05
  • 조회 82

국립현대미술관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

동산방화랑 일구며 수집한 작품
‘초충도’ 떠오르는 ‘모란과 나비’
고정관념 깬 ‘자연과 도시’ 눈길
1920~2000년대 변화상 한눈에
내년 2월 12일까지 과천관 2층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신사임당의 ‘초충도’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더 밝아 보인다. 가로수는 검게 죽죽 긋고 주변 배경은 옅게 채색한 그림을 보고 있으면 회색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도시도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리고 있는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에서는 전통적 기법 속에서 현대성을 느끼게 하는 한국화를 만날 수 있다. 이번 특별전에서 만나는 그림들은 한국화나 동양화는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을 깨고 ‘이런 것이 한국화구나’라는 느낌을 준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은 2021년과 2022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작품 209점으로, 한국화 154점을 포함한 회화 198점, 조각 6점, 판화 4점, 서예 1점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전시는 그중 한국화 대표작 90점을 골라 과천관 2층 전체를 활용해 선보인다.

동산 박주환(1929~2020) 선생은 동산방화랑의 설립자다. 1961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표구사 동산방을 창업하고 1974년 한국화 전문 화랑인 동산방화랑을 열었다. 신진 작가 발굴과 실험적인 전시 기획 등을 통해 전통 회화는 물론 근대미술의 발전을 이끈 화랑계의 기둥이었다.

허백련, 월매(月梅, 연도미상), 종이에 먹, 10폭 병풍, 205㎝×390㎝.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허백련, 월매(月梅, 연도미상), 종이에 먹, 10폭 병풍, 205㎝×390㎝.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전시장에 처음 들어서면 의재 허백련(1891~1977)의 10폭 병풍 ‘월매’가 관람객을 맞는다. 왼쪽 둔덕에는 절개의 상징 대나무가 무리 지어 있고 오랜 세월을 견딘 거대한 매화나무가 강건한 가지를 오른쪽 여백을 향해 힘차게 뻗어 내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정은영, 모란과 나비(1980년대 전반), 종이에 색, 66㎝×62.3㎝.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정은영, 모란과 나비(1980년대 전반), 종이에 색, 66㎝×62.3㎝.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석운 정은영(1930~1990) 화백이 1980년대 전반에 그린 것으로 알려진 ‘모란과 나비’는 신사임당의 ‘초충도’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모란과 나비가 함께 등장하는 그림은 부유하고 풍요로운 삶을 의미해 조선시대부터 양반가에서는 선물용이나 집안 장식용으로 애용됐다. 정 화백은 나비 한 마리도 치밀하게 관찰해 그림을 그리는 데 5~6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 때문일까. 곤충도감 속 사진처럼 나비가 세밀하게 묘사돼 손을 대면 날개의 인편을 만질 수 있을 것 같다.

송수남, 자연과 도시(1980년대 중후반), 종이에 먹, 색, 63.5㎝×94.5㎝.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송수남, 자연과 도시(1980년대 중후반), 종이에 먹, 색, 63.5㎝×94.5㎝.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송수남(1938~2013) 화백이 1980년대 중후반에 그린 ‘자연과 도시’는 채색된 높은 건물을 가린 가로수들을 수묵으로만 표현해 기묘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지만 한국화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준다. 실제로 이 작품은 1980년대 수묵을 중심으로 한국화의 새로운 방법론을 실험했던 송 화백의 대표작 중 하나다.

이번 특별전은 한국화의 시대적 흐름에 따라 4개의 주제와 ‘생활과 그림’이라는 소주제까지 총 5부로 구성돼 192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화의 변화와 실험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전시는 2024년 2월 12일까지.

유용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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