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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지킨 3.2㎝ ‘피에타 토우’… 신라인의 영원한 작별을 엿보다
  • 작성일2023/05/30 10:12
  • 조회 109

국립중앙박물관 ‘특별한 동행’展

사후 세계의 안녕 빌며 토기 빚어
황남동 토우장식 97점 최초 공개
자원봉사자들, 조각 일일이 맞춰

 

국립중앙박물관의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특별전에 들어서면 지난해 보물로 지정된 ‘함안 말이산 45호 무덤 상형토기’를 먼저 만난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 국립중앙박물관의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특별전에 들어서면 지난해 보물로 지정된 ‘함안 말이산 45호 무덤 상형토기’를 먼저 만난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1600여년 전 신라인들은 죽은 이를 떠나보내는 마음을 토기에 정성스럽게 새겼다. 이들이 만든 토기에는 무릎을 꿇고 절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춤을 추는 사람도 있다.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모를 동물들도 앙증맞은 모습으로 대열을 이뤄 떠나는 이와 길을 함께했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은 죽음 이후에도 계속될 삶의 안녕을 바랐던 신라인들의 마음을 토기를 통해 살펴보는 전시다. 국보와 보물 15점을 포함해 인물, 동물, 사물을 본떠 만든 332점의 토기가 전시되고 있다. 일제강점기인 1926년 경북 경주시 황남동에서 나온 97점의 토우 장식 토기 복원본은 이번에 최초로 공개됐다.

다양한 토우 장식 토기들. 류재민 기자

▲ 다양한 토우 장식 토기들.
류재민 기자


신라에 불교가 공인된 것은 6세기 법흥왕(재위 514~540년) 때다. 이번 전시에선 불교가 들어온 이후 형태가 사라진 유물들을 통해 고대 신라인들의 사후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전시는 지난해 보물로 지정된 ‘함안 말이산 45호 무덤의 상형토기 일괄’ 5점으로 시작된다. 곧이어 등장하는 20점이 넘는 새 모양 토기에는 죽은 이의 영혼이 하늘에 무사히 닿기를 바라는 신라인들의 염원이 담겨 있다. 경주 금령총에서 출토된 국보 ‘도기 기마인물형 명기’ 한 쌍은 특별한 동행이라는 전시 주제를 보여 주는 대표 유물이다.

국보 ‘도기 기마인물형 명기’는 죽은 이가 행복하기를 바라던 신라인들의 마음을 엿보게 한다. 류재민 기자

▲ 국보 ‘도기 기마인물형 명기’는 죽은 이가 행복하기를 바라던 신라인들의 마음을 엿보게 한다.
류재민 기자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황남동 토우 장식 토기 97점이 기다리는 2부다. 토우는 ‘흙으로 만든 인형’이라는 뜻으로 대부분 토기와 분리된 모습으로만 알려져 왔다. 이상미 학예연구사는 “불과 한 달 전에야 접합된 것도 있다”며 “99% 확신이 있다 하더라도 서로 접합된 부위가 어긋나거나 맞지 않으면 떼어내고 붙이기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조각들을 맞춰 온 자원봉사자 나여생(왼쪽부터)·송선영·김원자씨 덕에 토기들이 온전한 모습으로 공개될 수 있었다. 류재민 기자

▲ 오랜 시간 조각들을 맞춰 온 자원봉사자 나여생(왼쪽부터)·송선영·김원자씨 덕에 토기들이 온전한 모습으로 공개될 수 있었다.
류재민 기자


토기들이 온전한 모습으로 나올 수 있었던 데는 자원봉사자인 나여생·송선영·김원자씨의 역할이 컸다. 이들은 조각난 토기들의 퍼즐을 맞춰 온 숨은 주인공들이다. 나씨와 송씨는 1999년부터 시작했고, 김씨는 2000년부터 박물관 전시해설 봉사를 하다 2018년부터 작업을 함께했다. 송씨는 “늘 하던 일인데 사방에서 칭찬을 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면서 “뻥튀기를 먹다가도 부러지면 그걸 맞추고 있다”며 웃었다.

이번 전시는 국내 최초로 진열장에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활용한 점도 돋보인다. 최필선 이나피스퀘어 대표는 “유물이 어렵고 딱딱한 게 아니라 편하고 귀엽게 느껴져 전시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표현했다”고 말했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 같은 토우는 문화의 보편성을 느끼게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 같은 토우는 문화의 보편성을 느끼게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전시의 마지막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을 닮은 높이 3.2㎝의 ‘죽음의 순간을 지키는 사람 토우’ 1점이 장식한다. 이 학예연구사는 “마지막 순간까지 곁을 지킨 누군가가 있었다는 애도의 의미가 담긴 유물”이라고 했다.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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