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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쓰레기, 작품이 되다
  • 작성일2021/09/09 09:48
  • 조회 311

현대미술가 디온 ‘한국의 해양생물…’展

국내서 폐기물 모아 캐비닛 작품 완성
바라캇컨템포러리서 국내 첫 개인전

1996년부터 전 세계 쓰레기 모아 진열
“하나의 바다 공유한다는 것 기억해야”

마크 디온 작가가 한국의 남해안과 서해안에서 수집한 해양 폐기물을 진열한 설치 작품 ‘해양 폐기물 캐비닛’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바라캇컨템포러리에 전시돼 있다. 뒤쪽에 20세기 초 해양 선박연구실을 재현한 설치 작품 ‘한국의 해양생물’이 보인다. 바라캇컨템포러리 제공

▲ 마크 디온 작가가 한국의 남해안과 서해안에서 수집한 해양 폐기물을 진열한 설치 작품 ‘해양 폐기물 캐비닛’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바라캇컨템포러리에 전시돼 있다. 뒤쪽에 20세기 초 해양 선박연구실을 재현한 설치 작품 ‘한국의 해양생물’이 보인다.
바라캇컨템포러리 제공


미국 현대미술가 마크 디온은 지난 8월 한국 민간환경단체, 공공기관과 협업해 남해안과 서해안 일대에서 해양 쓰레기를 주웠다. 플라스틱 부표, 어망, 유리병 등 해양 환경을 훼손하는 잔해물이 끝없이 나왔다. 그는 이렇게 수집한 쓰레기 일부를 박물관이나 과학 실험실에서 볼 법한 방식으로 진열장에 가지런히 배치해 ‘해양 폐기물 캐비닛’ 설치 작품을 완성했다.

자연과 환경을 주제로 작업하는 마크 디온의 국내 첫 개인전 ‘한국의 해양생물과 다른 기이한 이야기들’이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바라캇컨템포러리에서 개막했다. 그는 아마추어 생태학자이자 고고학자, 수집가로 전 세계를 탐험하며 환경 파괴, 동식물 멸종 위기를 유발하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은 작업 세계를 펼쳐 왔다.

캐비닛 연작은 1996년 독일의 발트해와 북해를 여행하며 수집한 오브제들을 진열한 데서 시작됐다. 이듬해 이탈리아 베네치아 운하에서 수집한 사물을 베네치아비엔날레에서 선보였고, 1999년 영국 런던 템스강의 수집품을 모은 테이트모던 전시와 2000년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 확장 공사 현장에서 주운 오브제들을 진열하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2년 전 갤러리의 전시 제안을 받고 한국 지도부터 펼쳐 봤다”면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여서 해양 문화에 특별히 관심을 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선반과 서랍 안에 정교하게 진열된 해양 쓰레기들은 생태계 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동시에 인간의 손에서 태어났지만, 인류보다 더 오래가는 사물의 속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는 “폐기물로 인한 한국 해양의 문제는 미국이나 멕시코 등 다른 나라들과 유사하다”며 “인류가 하나의 바다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시장 벽에 설치된 신작 드로잉 앞에서 선 마크 디온.

▲ 전시장 벽에 설치된 신작 드로잉 앞에서 선 마크 디온.


해양생물학자의 연구실을 연상케 하는 설치 작품 ‘한국의 해양생물’도 흥미롭다. 20세기 초 과학자와 예술가들이 영감을 주고받으며 학문적 성과를 이루던 해양 선박연구실을 재현했다. 낡은 철제 캐비닛에는 다양한 해양생물 표본들이 놓였고, 여러 개의 작업대에는 해양생물을 기록하기 위한 그림 도구들이 자리잡고 있다. 작가는 황학동 풍물시장에서 세월의 흔적이 깃든 소품을 직접 구했고, 수산시장에서 해양생물을 구입해 표본으로 만들었다. 세밀화가 3명이 연구원처럼 해양생물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도 전시의 일부로 진행된다. 작가는 “작업 과정을 보여 주는 것이 지난 30여년간 내 작업의 핵심”이라면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관람하는 완성된 작품 이면에 어떤 과정이 있는지 직접 보고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선 해양생물의 행태를 기술한 대형 신작 드로잉 작품들과 해양 파괴로 인한 산호 백화현상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핏빛 산호’, 석유 화학물질인 타르를 뒤집어쓴 공룡과 황새 조각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오는 11월 7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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