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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녀의 문화발견] ‘이건희 컬렉션’과 미술품 물납제
  • 작성일2021/03/08 15:32
  • 조회 459
이순녀 문화부 선임기자

▲ 이순녀 문화부 선임기자



지난해 10월 타계한 이건희 삼성 회장이 남긴 방대한 규모의 문화재와 미술품에 대한 감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일명 ‘이건희 컬렉션’의 향방에 미술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후 6개월 이내에 전체 자산을 평가해 신고하고 납부해야 하는 상속법에 따라 삼성가는 4월 말까지 ‘이건희 컬렉션’의 운명을 결정지어야 한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은 “특급이 있으면 전체 위상이 덩달아 올라간다”는 철학으로 프랜시스 베이컨의 ‘방 안에 있는 인물’(사진·1962),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III’(1960), 마크 로스코의 ‘붉은 색 위에 흰색’(1956) 등 세계적인 미술 작품을 모았다.  리움 홈페이지 캡처
 

▲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은 “특급이 있으면 전체 위상이 덩달아 올라간다”는 철학으로 프랜시스 베이컨의 ‘방 안에 있는 인물’(사진·1962),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III’(1960), 마크 로스코의 ‘붉은 색 위에 흰색’(1956) 등 세계적인 미술 작품을 모았다.
리움 홈페이지 캡처

한국화랑협회 미술품감정위원회, 한국미술품감정센터,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등 3곳이 지난해 12월 삼성 측 의뢰를 받아 감정을 진행했으며, 최종 보고서 완성만 남은 상태다. 알려진 바로는 고미술, 한국 근현대미술, 서양 근현대미술을 망라한 소장품 규모는 1만 3000여점이며 감정 추산가는 2조~3조원에 이른다.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등 국내 대표 작가의 작품은 물론이고 모네, 피카소, 샤갈, 마크 로스코, 프랜시스 베이컨 등 서양미술 거장들의 걸작이 수두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등 국보·보물만도 100여점에 달한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고가의 미술품을 매각해 상속세 재원에 충당하든지 공익재단 출연이나 국가 기증 등을 유족이 판단해 결정하면 된다. 그런데 감정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세계적인 미술관급 수준의 소장품”이라고 입을 모으면서, ‘이건희 컬렉션’이 해외로 나가게 둬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미술계 안팎에서 형성됐다. 국가지정문화재와 근대미술품은 문화재보호법상 해외 반출이 금지되지만 한 점에 1000억원을 호가하는 서양미술 소장품들은 해외 컬렉터의 손에 넘어가면 국내로 돌아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우려에서다. 한 미술 전문가는 “기증하면 좋겠지만 남의 재산에 대해 누구도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미술계 인사는 “기증하면 미술품 상속세는 면제되지만 다른 상속세의 재원 마련이 부담될 테고 해외에 팔면 역적이 될 판이니 어느 쪽으로든 결정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재·미술품 물납제가 다시 부각됐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부동산과 유가증권에 한해 대납을 허용하고 있는데 문화재와 미술품까지 확대하자는 것이다. 프랑스와 영국처럼 물납제를 도입하면 개인이 보유한 문화재와 미술품이 해외로 반출되는 것을 막고, 귀중한 문화유산을 국가가 소유해 공공재로서 국민의 향유 기회를 넓힐 수 있으며 해외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미술계의 주장이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은 “특급이 있으면 전체 위상이 덩달아 올라간다”는 철학으로 프랜시스 베이컨의 ‘방 안에 있는 인물’(1962),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III’(사진·1960), 마크 로스코의 ‘붉은 색 위에 흰색’(1956) 등 세계적인 미술 작품을 모았다.  리움 홈페이지 캡처

▲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은 “특급이 있으면 전체 위상이 덩달아 올라간다”는 철학으로 프랜시스 베이컨의 ‘방 안에 있는 인물’(1962),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III’(사진·1960), 마크 로스코의 ‘붉은 색 위에 흰색’(1956) 등 세계적인 미술 작품을 모았다.
리움 홈페이지 캡처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은 “특급이 있으면 전체 위상이 덩달아 올라간다”는 철학으로 프랜시스 베이컨의 ‘방 안에 있는 인물’(1962),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III’(1960), 마크 로스코의 ‘붉은 색 위에 흰색’(사진·1956) 등 세계적인 미술 작품을 모았다.  리움 홈페이지 캡처 ▲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은 “특급이 있으면 전체 위상이 덩달아 올라간다”는 철학으로 프랜시스 베이컨의 ‘방 안에 있는 인물’(1962),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III’(1960), 마크 로스코의 ‘붉은 색 위에 흰색’(사진·1956) 등 세계적인 미술 작품을 모았다.
리움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간송 전형필의 후손이 상속세 충당을 위해 보물 불상 2점을 경매에 내놓은 사건을 계기로 10년 만에 수면 위로 떠올랐고 ‘이건희 컬렉션’과 맞물려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한국화랑협회 등 문화예술단체 12곳과 전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8명은 지난 3일 문화재·미술품 물납제의 조속한 제도화를 촉구하는 건의문을 내는 등 적극적인 의견 표명에 나섰다. 앞서 지난해 11월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련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렇다 보니 ‘삼성을 위한 법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5일 “수조원대의 미술 소장품과 관련한 상속세 이슈가 첨예한 상황에서 미술품 등 상속세 물납제 도입 논의는 그 의도에서부터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는 성명도 냈다.

미술계는 시기가 겹쳤을 뿐 물납제와 ‘이건희 컬렉션’은 크게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4월 말까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고, 설령 분납 절차를 통해 1~2년 뒤 적용 대상이 되더라도 삼성가가 비판 여론을 감수하면서까지 물납을 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이건희 컬렉션 특별법’은 더더욱이나 가당치 않다.

초특급 미술작품의 해외 유출 여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증폭되면서 삼성가의 의중이 기증 쪽으로 기울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호암미술관·리움을 관할하는 삼성문화재단과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기증 방식과 규모 등을 두고 추측이 분분하다. “이제는 돈이 있어도 못 산다”는 평가를 받는 고인의 명품 컬렉션이 국가적 문화자산으로 온전히 남을 수 있도록 삼성가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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