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창조성과 사랑] 마르크 샤갈-하늘을 나는 연인/사비나미술관장
- 작성일2023/05/2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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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것 같은 기분”은 사랑에 빠진 사람이 마치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처럼 기쁨을 느낄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러시아의 거장 마르크 샤갈(1887~1985)의 작품은 사랑의 감정이 무거운 중력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과 같은 황홀감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한 남자가 공중에 붕 뜬 자세로 고개를 뒤로 돌려 생일선물로 준비한 꽃다발을 들고 있는 연인에게 달콤한 입맞춤을 하고 있다. 키스하는 연인들은 샤갈과 그의 아내 벨라다.
두 사람이 결혼한 1915년에 그려진 이 그림에서 신혼부부의 흥분과 열정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샤갈은 자서전 ‘나의 인생’에서 이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이렇게 적었다. “나는 그냥 창문을 열어 두기만 했다. 그러면 그녀가 하늘의 푸른 공기와 사랑, 꽃과 함께 스며들어 왔다. 흰색 혹은 검정 드레스로 차려입은 그녀가 내 그림을 인도하며 캔버스 위로 날아다녔다.”
이상적이고 완벽한 한 쌍이었던 두 사람의 행복한 결혼생활이 샤갈의 작품세계에 강한 영감을 줬다. 샤갈은 그림을 끝내기 전 반드시 벨라에게 의견을 구할 정도로 아내를 존중했다.
30년을 함께 살며 샤갈의 예술적 열정과 창조성을 자극하던 벨라가 1944년 패혈증으로 사망했을 때 그의 인생은 송두리째 무너졌다. 사별의 고통을 겪던 화가는 우울증에 빠져 캔버스를 벽을 향해 돌려놓고 난생처음 붓을 놓았다. 그는 딸 이다의 아파트 바닥에서 울부짖으며 죽기를 애원했다. 샤갈의 인생과 작품세계를 구성한 세 가지 요소는 ‘유대주의, 러시아, 사랑’이다. 러시아 벨라루스의 비텝스크 하시디크 유대인 출신인 샤갈이 타국에서 망명자로 살면서 차별의 설움을 겪을 때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이끌어 준 사람이 벨라였다.
벨라가 존재했기에 샤갈은 ‘사랑의 화가’로 불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