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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 박서보 “변한 건 아무 것도 없다”
  • 작성일2023/03/18 14:49
  • 조회 92

지난 14일 기공식…내년 여름 개관 예정
스페인 건축가 메니스 설계…제주자연 품으로
폐암 3기 판정 공개…“변한 건 아무 것도 없다”

박서보미술관 건축 디자인. 기지재단 제공

▲ 박서보미술관 건축 디자인. 기지재단 제공


바다 건너 범섬이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과 제주 올레 7코스가 이어지는, 서귀포에서 가장 전망좋은 외돌개 근처에 단색화 거장인 박서보화백의 미술관이 탄생된다.

기지재단은 지난 14일 서귀포시 호근동에 있는 JW 메리어트 제주 리조트 & 스파(이하 JW 메리어트 제주)에서 박서보미술관(가칭) 기공식을 열었다고 17일 밝혔다.

박서보미술관은 이날 공사를 시작해 JW 메리어트 제주 부지에 대지면적 1만 2137㎡, 건축면적 2407㎡(전시관 156.6㎡), 총건축면적 1만 1571㎡(전시관 900㎡) 규모로 지상 1층 지하 2층 건물로 건립돼 내년 여름 개관할 예정이다.

이날 기공식에 참석한 박 화백은 “미술관 건립을 위해 물심양면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 JW 메리어트 제주 리조트 & 스파와 관계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라며 “이곳을 찾는 모든 이가 제주의 자연과 함께 예술과 호흡하며 스스로를 치유하는 시간으로 보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공식에 모습을 드러낸 박서보 화백 부부의 모습. 기지재단 제공

▲ 기공식에 모습을 드러낸 박서보 화백 부부의 모습. 기지재단 제공


박 화백은 저지리에 집을 짓고 매년 한 두달 묵으면서 스케치 작업이나 구상을 하며 지내곤 했다. 그러나 박 화백은 부부가 건강이 다 안 좋다보니 여행을 하는 게 무리여서 제주에 자주 내려올 수 없게 됐단다. 제주를 열렬히 사랑하는 그는 저지리 친구(노리갤러리)에게 가끔 전화해서 집 동백꽃은 어떤 지, 벚꽃은 피었는 지 늘 확인하고, 사진찍어 보내달라고 할 정도로 애착이 깊었다.

그런 그가 기공식날 최근 폐암 3기 판정을 받았다고 공개해 놀라게 했다. 그러나 그는 “처음에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면서 “이제는 암은 친구로 모시고 함께 산다고 생각하고 있고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가끔 기침이 날 뿐, 평소와 다름없어 작업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그는 여전히 화폭에서, 삶에서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로 지내고 있는 듯 하다.


박 화백은 ‘어머니 고향’ 경북 예천에서 출생해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교 미술대학 교수와 학장,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을 역임한 교육자이자 행정가이며 한국 추상미술을 개척하고 이끌어 온 세계적인 거장이다. 1961년 유네스코 산하 IAA 프랑스위원회 주최 세계 청년화가 파리대회의 1위상 수상을 시작으로 2015년 워싱턴 국립 허시혼미술관에서 제40주년 기념 ‘시각미술상’을 했으며 2021년에는 대한민국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그에게 그림은 이미지를 표현하는 매체가 아닌, 선을 긋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비워내는 수신의 도구이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그의 색채 묘법시리즈는 감상자의 고뇌까지도 흡수하는 치유의 예술로 평가받고 있다.

내년 여름 쯤 완공될 것으로 기대되는 미술관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제주의 풍광을 품은 곳에 자리잡게 되어 무척 기뻐하고 있다.

박서보미술관을 설계한 페르난도 메니스. 기지재단 제공

▲ 박서보미술관을 설계한 페르난도 메니스. 기지재단 제공


미술관 설계는 폴란드 CKK 조단키 콘서트 & 컨벤션홀(2015)로 잘 알려진 세계적인 스페인 건축가 페르난도 메니스(Fernando Menis, 1951~)가 맡았다. 화려한 작업 성과와 수상 경력의 건축가 메니스는 화산 폭발로 이뤄진 제주도와 유사한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의 가장 큰 섬 테네리페(Tenerife) 출신으로 ‘섬 정체성’을 반영한 건축으로 잘 알려져 있다. 메니스는 미술관을 디자인하며 제주 자연의 빛과 바람, 물을 건축물 안으로 끌어들여 제주를 건축물의 일부로 녹여 내고자 했다.

전시실은 지하 2층에 위치하며 자연 빛을 받아들이는 구조로 설계했다. 이는 자연과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박서보 작가의 예술철학과 맞닿는 부분이다.

박서보 화백. 기지재단 제공

▲ 박서보 화백. 기지재단 제공


제주의 자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재료를 선택해 미술관 내외부 경관을 유지하고 지역 특성을 살린 자연 재료를 건축 마감재로 선택했다. 또한 토착 식물을 식재해 제주 자연의 독자적 지역성을 외부 정원에 조성할 계획이다.

메니스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콘크리트와 깨진 벽돌을 섞어서 만든 새로운 유형의 콘크리트인 피카도(Picado) 기법을 활용한 벽체 마감으로 구성된 미술관 표면 콘크리트의 차가운 느낌을 지우고 평안한 분위기를 추구한다.

박 화백은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작품을 관람하며 즐길 수 있는 제주 자연과 닮은 미술관으로 탄생되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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