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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여다볼수록 황홀… 정교하고 찬란한 백제의 손길
  • 작성일2022/11/03 10:30
  • 조회 143

공주박물관 ‘귀엣-고리’ 특별전
무령왕 금귀걸이 하이라이트
미세한 부품들 세밀함에 감탄

부여박물관 ‘백제기술 흙에 담다’
파편 37점 첫 공개… 250점 선봬
‘소조 불상 대좌’ 내부 처음 공개

 

백제 금속 공예 기술의 진수를 볼 수 있는 국립공주박물관 ‘백제 귀엣-고리’전. 국립공주박물관 제공

▲ 백제 금속 공예 기술의 진수를 볼 수 있는 국립공주박물관 ‘백제 귀엣-고리’전.
국립공주박물관 제공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나태주 ‘풀꽃’)

충남 공주를 대표하는 나태주 시인의 시는 오래전 백제인들이 만든 유물을 볼 때 함께 읽으면 더 깊이 와닿는다. 고구려처럼 광활한 영토를 차지한 것도, 신라처럼 통일을 이룬 것도 아닌 채 역사에서 사라졌지만 백제라는 공동체 안에서 그들이 꽃피운 문화는 찬란했다.

백제의 수도였던 공주, 부여에서 백제인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진행 중이다. 국립공주박물관은 내년 2월 26일까지 ‘백제 귀엣-고리,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를, 국립부여박물관은 1월 29일까지 ‘백제 기술 흙에 담다’ 특별전을 마련했다. 귀엣-고리는 귀고리의 옛말로 금속 공예 기술이 담겼고, 부여박물관에선 조각상을 통해 소조 기술을 엿볼 수 있다. 차로 30분 거리인 두 고도(古都)의 박물관이 서로 논의한 것은 아니지만 백제인들의 기술이라는 주제로 통했다.

백제인들의 기술은 선이 굵었던 고구려, 신라보다 가늘고 세밀한 것이 특징이다. 작고 얇게 만드는 것이 더 고난도의 기술력을 요한다는 점에서 백제기술의 수준이 남달랐음을 알 수 있다.

백제 금속 공예 기술의 진수를 볼 수 있는 국립공주박물관 ‘백제 귀엣-고리’전. 10.1㎝ 크기에 금의 순도가 99%에 이르는 국보 무령왕 금귀고리 등이 전시돼 있다. 국립공주박물관 제공

▲ 백제 금속 공예 기술의 진수를 볼 수 있는 국립공주박물관 ‘백제 귀엣-고리’전. 10.1㎝ 크기에 금의 순도가 99%에 이르는 국보 무령왕 금귀고리 등이 전시돼 있다.
국립공주박물관 제공


백제 금속 공예 기술의 진수를 볼 수 있는 국립공주박물관 ‘백제 귀엣-고리’전. 섬세한 왕비의 귀고리 등이 전시돼 있다. 국립공주박물관

▲ 백제 금속 공예 기술의 진수를 볼 수 있는 국립공주박물관 ‘백제 귀엣-고리’전. 섬세한 왕비의 귀고리 등이 전시돼 있다.
국립공주박물관


백제 금속 공예 기술의 진수를 볼 수 있는 국립공주박물관 ‘백제 귀엣-고리’전. 공주 수촌리에서 발굴한 귀고리 등이 전시돼 있다.  국립공주박물관 제공

▲ 백제 금속 공예 기술의 진수를 볼 수 있는 국립공주박물관 ‘백제 귀엣-고리’전. 공주 수촌리에서 발굴한 귀고리 등이 전시돼 있다.
국립공주박물관 제공


유물 1021점을 준비한 공주박물관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국보 무령왕 금귀걸이는 자세히 볼수록 미세한 부품들이 보여 주는 세밀함에 감탄하게 된다. 세련미가 돋보이는 백제의 기술은 일상적으로 착용한 다른 귀걸이에서도 엿볼 수 있다. 백제인들은 귀걸이를 무덤에도 같이 묻었을 만큼 귀걸이의 나라였고, 일상에 깊이 스며든 물건이기에 그만큼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나선민 학예연구사는 “화려하고 시선이 가는 건 신라 유물이지만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자세히 봤을 때 백제의 유물이 예쁘다는 걸 보여 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 끝에는 나태주 시인의 시도 볼 수 있다.

국립부여박물관에 전시된 소조 불상 대좌는 이번에 처음으로 내부를 공개해 제작 흔적을 살필 수 있다. 국립부여박물관 제공

▲ 국립부여박물관에 전시된 소조 불상 대좌는 이번에 처음으로 내부를 공개해 제작 흔적을 살필 수 있다.
국립부여박물관 제공


부여박물관은 최초로 공개하는 파편 37건을 포함해 약 250점을 선보인다. 파편으로 많이 발견돼 전체 모양을 보기 어려움에도 각 파편이 가진 세밀함은 쉽게 지나칠 수 없다. 특별히 이번 전시에선 갈대와 각목을 이용해 만든 흔적이나 백제 기술자의 지문 등이 당시 백제의 장인들을 상상하게 한다. 처음으로 내부를 공개한 ‘소조 불상 대좌’ 역시 겉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장인들의 치열한 흔적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국립부여박물관에 전시된 무늬 벽돌 등은 백제인들이 주변국보다 한층 더 세밀한 조각 솜씨를 지녔음을 보여 준다. 국립부여박물관 제공

▲ 국립부여박물관에 전시된 무늬 벽돌 등은 백제인들이 주변국보다 한층 더 세밀한 조각 솜씨를 지녔음을 보여 준다.
국립부여박물관 제공


국립부여박물관에 전시된 조각상 등은 백제인들이 주변국보다 한층 더 세밀한 조각 솜씨를 지녔음을 보여 준다. 국립부여박물관 제공

▲ 국립부여박물관에 전시된 조각상 등은 백제인들이 주변국보다 한층 더 세밀한 조각 솜씨를 지녔음을 보여 준다.
국립부여박물관 제공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식 벽돌’로 평가받는 부여 외리 유적에서 발견된 무늬 벽돌은 각 벽돌의 문양도 아름답지만 4개를 합쳤을 때 서로 연결된 하나의 문양을 형성하는 것이 돋보인다. 김지호 학예연구사는 “벽돌이 한 세트가 됐을 때 어떤 느낌이 나는지 생각하고 만든 점이 다른 나라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백제의 기술은 주변국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신라의 황룡사 9층탑을 세울 때 백제의 명공(名工) 아비지가 주도했고, 일본 최초의 불교 사찰 아스카데라를 세울 때도 백제 기술자가 파견됐다는 기록이 있다. 김 학예사는 “서울은 백제 흔적이 남은 게 거의 없고 부여와 공주의 유물을 같이 봐야 백제를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주·부여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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