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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개인전 < 언어 깃털 >

Other Feathers

  • 작가

    박주연

  • 장소

    아뜰리에 에르메스

  •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45길 7 (신사동) 에르메스도산파크 B1

  • 기간

    2021-03-26 ~ 2021-06-07

  • 시간

    11:00 ~ 19:00

  • 연락처

    02-3015-3248

  • 홈페이지

    http://www.maisondosanpark.hermes.com/ko

  • 초대일시

  • 관람료

    무료관람

갤러리 가기

20 x 1000 / Twenty Times a Thousand (2020)
사진 김상태 © 에르메스 재단 제공

아뜰리에 에르메스는 2021년 3월 26일부터 6월 6일까지 런던을 기반으로 작품활동을 하고있는 박주연 작가의 개인전 〈언어 깃털 Other Feathers〉을 개최한다. 현대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과 청소년 시절부터 타국에서 살면서 겪는 개인적인 경험들, 그리고 동시대 시각문화에 대한 반성의 결과물들이 절제된 시적 표현으로 제시된다. 6채널 사운드 인스톨레이션을 비롯해서 드로잉과 글쓰기의 경계에 있는 평면작업, 그리고 조각 오브제 등 다섯 점의 신작이 소개될 예정이다.

전시장의 시각적인 인상은 고요함에 가깝다. 한쪽 벽면엔 하나하나 구별하는 것이 무의미한 작은 액자들이 즐비하고 바닥엔 커다란 색종이를 오리다 만 것 같은 오브제들이 놓여 있다. 그 이미지의 연약함과 불안정함은 공간을 시각적으로 점유하기 보다 살며시 깃들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실제로 전시장은 그 어느때 보다도 충만함으로 가득 찬다. 이 이율배반의 감각은 시각을 대신해서 전시 공간 전체를 압도하고 아우르는 청각적 자극에 기인할 것이다. 여러 목소리와 언어들, 새 소리와 악기의 음이 침묵과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작품은 사운드 설치이기에 앞서 시 낭송회나 콘서트의 리허설을 연상하게 한다. 그런데 청각을 통해 신뢰할 만한 정보를 얻고 정확한 지식에 접근하려는 우리는 ‘경청의 기술’까지 동원해 가며 귀기울여 보지만, 정작 문장은 분절되고 서로 어긋나서 좀처럼 파악되지 않는다. 소리들 사이의 물리적 거리 또한 대륙과 대양 간만큼이나 멀게 느껴진다. 어긋남과
거리감, 그리고 그 모두의 합체인 낯섦 사이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의미에 도달할 수 있을까?





- 다각형 주름 / Fold, Hexagonal (2017)

사진 김상태 © 에르메스 재단 제공

전시는 주로 런던에서 생활하며 작업하고 있는 작가 박주연의 8년만의 국내 개인전이다. 그 사이 작가는 유럽에서 전시와 레지던시에 참여하고 연구를 병행했는데, 특이한 것은 조형예술학을 연구하던 도중에 영문학 석사과정을 마쳤다는 점이다. 문학은 작가에게 남다른 관심영역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더 깊이 공부하고자 한 것은 15세 이후부터 타국에서 살면서 매일매일 현실의 조건으로서 맞닥뜨려야만 했던 외국어의 실체에 조금 더 다가서 보려는 간절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작가는 과거 인터뷰에서 언어가 자신의 의식의 표현이자 존재의 표현이었기 때문에 낯선 언어로 인해 타인으로부터 어떻게 이해되고 또 오해받는지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우며 살아야 했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그러나 소리나 입 모양, 관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모국어와 달리, 소통과 지식을 위해 통사의 문법을 배우고 받아쓰기의 훈련과정을 거쳐 습득하는 매개언어는 자신의 것이 아닌 이상 영원히 절룩거리고 더듬는 것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또한 언어의 위계와 잠재적인 폭력성은 비단 외국어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주체를 드러내고 소통하는데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모든 언어에 내재된 부조리이기도 하다. 전시 타이틀인 〈언어 깃털〉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루타르크의 짧은 이야기 중 나이팅게일의 깃털과 목소리에 관한 일화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이번 전시는 나이팅게일의 이야기를 하나의 알레고리로 차용하여 잠재한 폭력성을 지닌 언어의 의미를 제거하고 남는 목소리에 주목한다. 전시 공간을 가득 채우는 〈그녀가 노래를 말할 때 When a Nightingale Speaks of a Song 〉(2021)는 여섯 개의 다중 채널로 구성된 사운드 인스톨레이션으로 서울과 아테네, 런던에서 진행된 작품이다. 전시의 제목인 〈언어 깃털〉과 〈 Other Feathers 〉가 일대일 번역이 아니라 조금씩 어긋나면서 불완전한 부분을 서로 보완하는 것처럼, 이 작품의 제목도 나이팅게일 새와 드러나지 않는 그녀 에코를 교차해서 잔존하는 목소리들을 부각시키고자 했다. 작품은 코로나 사태가 심각한 런던에서 봉쇄 기간 중에 작가가 발코니에서 들은 새소리와 멀리 아테네에 사는 그리스인 여성 성악가 네 명이 영어, 그리스어, 한국어로 작가의 글을 낭독하는 소리, 서울에서 악기의 440HZ의 표준음을 맞추려고 미세하게 피아노를 조율하는 소리, 그리고 침묵이 어우러진다. 일종의 시라고 할 수 있는 작가의 글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듣는 것 말하는 것에 대한 사유와 에코의 공간을 펼쳐 보이지만 말은 더듬는 듯하고 때로는 삭제되기도 한다. 중얼거리는 소리일 뿐, 논리적인 문장으로 자리잡지 못한 목소리들은 그리스인들의 불완전한 영어와 한국어 발음으로 인해 더욱 강조되고 의미로부터 더욱 멀어진다. 영어의 대부분이 그리스어에서 유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인들에게 낯선 외국어로 회귀하는 상황은 언어에 있어서 의미 못지않게 발음이 차별의 기준이 되는 잔인한 역사를 상기시킨다. 피아노의 A음은 음악에서 통용되는 기준음이지만 소리의 영역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규율을 암시한다.

열 셋 챕터의 시간(부분) / Time in Thirteen Chapters(details), Graphite and ink on paper (2021)
사진 김상태 © 에르메스 재단 제공


전시에서 소개되는 〈 열 셋 챕터의 시간 Time in Thirteen Chapters 〉(2021)은 이전 작품의 연장선에서 200자 원고지 260매 분량으로 제작되었다. 음절을 나누는 다홍색 격자 안에 시인들의 도구인 흑연과 잉크로 무수히 많은 동그라미를 기입한 글쓰기인 것이다. 격자라는 한계 내에서 특정 구문에 의해 쓴 듯한 띄어쓰기를 관객은 언뜻 읽어보려고 시도하지만, 이는 작가의 몸에 기입된 쓰기의 기억이 투영된 것일 뿐, 의미는 소진되어 실제로 읽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비디우스나 베케트의 글에 대한 박주연식 번역이자 대안적 글쓰기인 동그라미들은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담아 침묵 가운데서도 반복되고 울려 퍼지는 잔향을 전달한다.

드로잉은 멀리서 바라보면 일정해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설수록 흑, 청, 적색의 차이가 분별되고 번진 물감의 흔적이 뚜렷해진다. 완벽한 형태를 동일하게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인데도 불구하고 작가는 무모한 반복으로 극단적인 단조로움에 수렴한다. 이는 오랜 시간과 육체적인 노동의 헌신을 의미하며 단색화 장인의 수행과도 비견되는 행위이다. 일년 이상 지속되는 팬데믹의 상황은 개인전 논의를 시작해서 전시를 완성하기까지 전 기간을 잠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상황이 심각한 런던에 체류하면서 이동의 제약을 받은 작가는 전염병의 두려움에 더해 새롭게 발동되는 수많은 사회적 규칙들로 인해 더 큰 불안감과 혼돈을 겪어야만 했다. 영국 정부의 경우, 봉쇄기간 중에 지켜야 하는 규칙을 50페이지에 걸쳐 자세하게 배포했는데, 그 가운데는 ‘같은 집에 살지 않는 가족은 야외에서 2미터 간격을 두고 1명의 가족 인원만 만날 수 있다’라는 조항이 있었다. 이 규정은 2미터 간격을 유지하면 여러 명의 타인과도 만날 수 있는 현실에 반하는 모순된 규정인 것이다.




그녀가 노래를 말할 때 / When a Nightingale Speaks of a Song (2021)
사진 김상태 © 에르메스 재단 제공


현실에서 시간, 체온, 거리 등 숫자로 환산된 새로운 규칙들과 세계각국의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에 대한 통계는 사람과 사람을 구별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등장했는데 이는 작가에게 언어 못지않게 허구적인 사실로 다가왔다. 박주연은 숫자의 규율을 하나의 추상성으로 치환함으로써 정보적 가치를 무효화하는 시도를 감행한다. 〈 곡선의 길이 Measuring Curves 〉(2021)는 모두 여섯 개의 조각 오브제로서 흰색과 다홍색으로 채색된 자유로운 곡선 형태로 구성된다. 재료(철)의 물성을 가뿐히 뛰어넘은 듯, 색종이처럼 가볍고 자유로운 양태로 존재하는 이 작품은 원고지 드로잉의 3차원적인 에코로서 전시 전체와 조응한다. 더불어 각각의 오브제의 길이가 2미터로 동일하지만 그것이 휘어진 상태에 따라 길이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을 제안함으로써 팬데믹 상황에서 새롭게 생겨난 사회적 규칙의 임의성과 모순을 드러낸다.

전시장의 출구에 놓인 〈 눈먼 눈 Blindnes s〉(2021)은 신화의 세계로부터 여러 문학적인 레퍼런스들을 거쳐 현실의 상황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포괄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은 실제로는 거울이지만 그 위에 칠해진 흰색 칠로 인해 반영이 불가능한, 그래서 읽을 수 없는 오래된 책의 모습으로 보여진다. 여기에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알아보지 못한 자기반영의 상징 나르시스가 자연스럽게 소환되고 〈 잘 못 보이고 잘 못 말해진 Mal vu, Mal dit 〉(1981) 언어의 ‘최악’의 상태를 지향했던 베케트와, 받아쓰기를 거부한 차학경의 흔적이 감지된다. 보다 직접적으로는 주제 사라마구의 〈 눈먼 자들의 도시 Essay on the Blindness 〉(1995)가 인용될 수 있을 텐데 눈 앞이 우윳빛으로 변하는 백색실명이 전염병으로 유포되는 소설의 상황은 현실의 불안과 교묘하게 교차된다. 특히 최근의 국경 봉쇄와 연 이은 항공기 운항 취소로 귀국이 불가능했던 작가가 협업자들과 실제적인 만남도 없이 통신에 의존해 상상만으로 전시를 구성한 일련의 경험은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하는 작품의 상황에 여러모로 투영되었을 것이다. 좌절과 실패는 또 다른 생성의 가능성으로 나아가는 출구가 된다.




곡선의 길이, 채색된 메탈, 2021 (Measuring Curves, Painted metal, 2021)
사진 김상태 © 에르메스 재단 제공


박주연

학력
2017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교 조형예술학과, 박사
2011 런던 로얄 홀러웨이 대학교 영문학과, 석사
1996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교 조형예술학과, 학사

개인전
2021 《언어 깃털》, 아뜰리에 에르메스, 서울, 한국
2019 《Library of the Unword》, 국립 시문학 도서관, 사우스 뱅크 센터, 런던, 영국
2015 《O》, 카파토스 갤러리, 아테네, 그리스
2013 《에코의 에코 I》, 두산 갤러리 뉴욕, 미국
       《에코의 에코 II》, 두산 갤러리 서울, 한국
2008 《여름빛》, 인사미술공간, 서울, 한국
2006 《Full Moon Wish》, 갤러리 조선, 서울, 한국
    — 《Art Position》, 마이에미 바젤, 미국
2005 《White on White》, 넥스트도어, 로마, 이탈리아
2004 뉴 탤런트 어워드, 아트 콜론, 독일
   —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 갤러리 조선, 서울, 한국
2003 《아카이브》, 엑세스 아티스트 런 센터, 벤쿠버, 캐나다
2002 《라임》, 인사미술공간, 서울, 한국

퍼포먼스
2015 〈O〉, 카파토스 갤러리, 아테네, 그리스
2013 〈There I〉, 두산 갤러리 뉴욕, 미국
2006 〈Full Moon Wish〉, 갤러리 조선, 서울, 한국

그룹전
2020 《인사미술공간 20주년 기념전》, 인사미술공간, 서울, 한국
2018 《빛의 공간》, 화이트 블록 아트 센터, 헤이리, 한국
2017 《모빌》, 두산갤러리서울, 두산아트센터, 서울, 한국
2016 《달은, 차고, 이지러 진다》, MMCA 과천 30 주년 특별전 1986–2016, 국립현대미술관, 한국
2014 《Inventing Temperature》, 런던주한영국문화원, 영국
2013 《두산갤러리뉴욕 레지던시 오픈 스튜디오》, 미국
2012 《필름》, 대구 미술관, 한국
2011 《텔미텔미: 한호현대미술 1976–2011》, 호주 현대 미술관, 시드니 / 국립현대 미술관, 과천 순회전
   — 《형상화된 기억》, 데포, 이스탄불, 터키
   — 《하이트 문화재단 컬렉션전》, 서울
   — 《아무도 모른다》, 비하이브, 서울
   — 《번역》, Centre for Creative Collaboration, 런던
2010 《경기도 미술관》, 경기도, 한국
2009 《당신의 밝은 미래: 한국현대미술작가 12인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 휴스턴 미술관 순회전, 미국
   — 《아르코 미술관 30주년 기념전: 대학로 100》, 아르코 미술관, 서울
2008 광주비엔날레: 연례보고, 의재미술관, 한국
   — 《플렛폼 서울》, 아트선재센터, 서울, 한국
   — 《브릿즈》, 바젤, 스위스
2007 《아름다운 나의 하루》, 삼성미술관 로댕갤러리, 서울, 한국
   — 《티나 비》, 프라하 현대 미술 페스티벌, 프라하, 체코
   — 《탑 플로어》, 플렛폼 가란티 현대 미술 센터, 이스탄불, 터키
   — 《아시아 현대 미술전》, 아트코어 갤러리, 토론토, 캐나다
   — 《프로핏 & 로스》, 썬 벨리 아트 센터, 아이다호, 미국
   — 《비디오 인 서울》, 미로 스페이스, 서울, 한국
2006 부산 비엔날레, 부산, 한국
   — 《부산 비엔날레 비디오 스크리닝》, 루프, 바르셀로나, 스페인
   — 《부산 비엔날레 비디오 스크리닝》, 팔레 드 도쿄, 파리, 프랑스
   — 《한국 실험 영화》, 파리 시네마, 앙트레포 극장, 파리, 프랑스
2005 《LBYSY》, 아키요시다이 인터네셔날 아트 빌리지, 야마구찌, 일본
    — 마이에미 바젤, 미국
   — 《미술관 봄 나들이》, 서울 시립 미술관, 서울, 한국
   — 《포토그라피아》, 트레비 분수 미술관, 로마, 이탈리아
   — 《한국 문화 예술 위원회 네덜란드 몬테 비디오 익스체인지 프로젝트》, 한국 / 네덜란드
   — 《비디오 라운지》, 마이애미 바젤, 플로리다, 미국
2004 광주 비엔날레, 광주, 한국
   — 《드로잉 전》, 갤러리 32, 런던, 영국
   — 《포룸 A 스페셜》, 비디오 아트 센터, 도쿄, 일본
   — 《브레인 팩토리》, 한국 (이인전)
2003 《버퍼링》, 아트 선재 센터, 서울, 한국
   — 《비디오 다큐멘트》, 일주 아트 하우스, 서울, 한국
   — 《공원 쉼표 사람들》, 문예진흥원 마로니에 미술관, 서울, 한국
2002 《낯선 거리에 대한 몇 가지 에피소드》, 대안공간 풀, 서울, 한국
   — 《디지털 비디오 다이어리》, 전주국제영화제, 전주, 한국

수상 및 레지던시
2017 헨리 무어 인스티튜트 펠로쉽, 영국
2015 카파토스 아테네 아트 레지던시, 그리스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 레지던시 기금
2013 두산 갤러리 레지던시, 뉴욕, 미국
2011 두산 연강 예술상, 한국
2007 플랫폼 가란티 컨템포러리 아트 센터 레지던시, 터키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 레지던시 기금
2005 아키요시다이 인터내셔널 아트 빌리지 레지던시, 일본
2004 아트 콜론 뉴 탤런트상, 독일
2003 아트인컬처 뉴 페이스, 한국
2002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획 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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