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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문화재단은 2021년 3월 24일부터 4월 5일까지 문선호(文善鎬, 1923-1998) 작가의 전시 《문선호 사진, 사람을 그리다》를 개최한다. 휴머니즘의 시선으로 한국의 미술가를 비롯하여 한 시대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 앵글로 그려낸 문선호 작가는 1970년대부터 1998년 작고하기까지 꾸준히 ‘한국인’ 이라는 주제로 사진 작업을 지속하였다. 원래 화가였던 문선호는 1944년 일본 가와바다 미술학교를 나와서 일제 하의 조선미술전람회에서 박수근, 장리석 등과 함께 입선한 바 있다. 그러다가 1950년대 중반 무렵 사진가로 진로를 바꾼 후 75세를 일기로 타계하기까지 사진 작업에 매진하였다. ‘카메라로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라는 평가에 걸맞게 그의 미술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한국 미술인들과의 친분과 우정으로 이어졌고, 이를 계기로 『한국현대미술대표작가 100인선집』을 기획, 출판하는 결실을 맺었다.
이번 전시는 2004년 제4회 포토페스티벌 특별전으로 가나포럼 스페이스에서 개최되었던 전시와 동명의 타이틀로 개최된다. 이는 한국 사진계에서 예술과 그에 대한 기록을 함께 일군 사진작가 문선호의 삶을 재조명하고 작품세계 전체를 다시 들여다보고자 하는 취지이다. 작품은 크게 2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소개된다. 1층 본전시장은 한국 미술계에서 주요한 발자취를 남긴 예술가들과 대중의 관심을 받은 문인(文人), 방송인, 성악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문예인들의 모습을 담은 180여 점의 작품으로 채워진다. 제2전시장에서는 인물사진 뿐만 아니라 문선호의 강렬한 예술의지가 투영된 순수 작업 20여 점, 도록, 그가 생전에 사용했던 카메라 등의 자료들이 함께 전시되어 작가의 생애와 작품 전반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김창열, Gelatin Silver Print, (reprint 2021)



박서보, Gelatin Silver Print, (reprint 2021)   /   장욱진, Gelatin Silver Print, 1975 (reprint 2021)



천경자, Gelatin Silver Print, 1975 (reprint 2021)   /   오지호, Gelatin Silver Print, 1974 (reprint 2021)


섬세한 감각으로 인물과 삶을 포착하는 문선호의 사진

문선호의 흑백 인물사진은 하나의 양식을 형성하고 있다. 사진은 대상을 재현(re-present)하기도 하지만 제시(present)하기도 한다. 문선호의 인물사진은 ‘한국인’, ‘한국의 미술가’로 불리는 대상들의 사적인 몸짓과 동작을 보는 이의 영역으로 들여옴으로써 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매우 섬세한 감각으로 포착하여 그 대상을 현전시킨다. 그 순간 사진의 매체적 속성이 작동한다. 작가는 이 과정에서 찍히는 자(지시체) 뿐만이 아니라, 촬영 당시 대상(지시체) 앞에 분명히 존재했던 찍는 자(operator/사진가)의 흔적을 남겨 놓은 것이다. 이때 작가의 시선은 예술가와 포획자의 사이를 맴돌며, 사진에 찍히는 대상, 사진을 찍는 행위, 사진을 찍는 도구, 사진을 찍는 자 이러한 요소들이 서로 맞물리며 사진 자체의 목적에 도달하게 한다. 한편 문선호가 인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촬영한 작품에서는 정교하면서도 간결한 시선으로 관찰한 대상들을 만나볼 수 있다. 길에서 만난 어린이, 어부, 승려, 노동자 등 평범하지만 본업에 충실한 인물들을 포착한 사진들은 문선호의 인간 자체에 대한 관심, 그리고 그들의 삶에 대한 애정과 통찰을 드러낸다.



조수미, Gelatin Silver Print, (reprint 2021)



윤정희, Gelatin Silver Print, (reprint 2021)   /   이순재, Gelatin Silver Print, (reprint 2021)

타고난 예술가이자 사진가 문선호

태생적으로 부여받은 예민한 감성과 시각으로 끊임없이 세상에 대해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예술가의 숙명이라면 문선호는 본인이 목도하는 현실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을 작품으로 구현하면서 그 길을 묵묵히 수행했던 사진가이자 예술가이다. 그는 자신이 가까이서 바라본 예술가와 유명인의 모습이든, 길에서 만난 이름모를 풍경이든 본인이 마주하는 사물에 집중하며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최대로 끌어올린다. 문선호의 사진은 과거의 시간이 박제된 이미지가 아니라 그 자체로 살아있는 잠재성을 가지며 사진을 보는 이에게는 사진 속 대상과의 밀도 있는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문선호의 사진에 의해 카메라 앞에 존재했던 대상은 동시대로 연결되어 기억 - 예술로서의 사진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된다. 문선호의 작품은 이제 사진 비평에서 새로운 언어를 요청하고 있다.
가나문화재단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의 문예인과 미술인을 비롯하여 세계 여러 곳의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과 삶의 현장들을 생생하게 포착한 문선호의 작품들이 다시한번 관람객과 만나기를 바란다. 아울러 예술로서
의 사진, 기록으로서의 사진을 동시에 탐구했던 문선호 작품의 사진사적 의미와 미술자료적 가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군동, Pigment Print, 1964 (reprint 2021)



● 작가 약력

문선호 (文善鎬, Moon Sun Ho, 1923-1998)

1923            평안남도 출생

1940            평양공립공업학교 건축과 졸업

1944            일본 동경 가와바다 미술학교 서양화과 수료
1947-1949     평안남도 중화군 문화중고등학교 미술교사 재직
1953            국방부 정훈국 종군화가단 단원
1956-1958     포천중고등학교 미술교사 재직
1967-1976     문선호 사진 연구소 경영
1978-1988     문화 야외 미술관 경영(경기도 벽제)
1987-1990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장 역임
1990-1998     한국사진작가협회 고문 역임
1998            사진 영상의 해 조직위원 역임
경력
1943            제23회 조선미술전 서양화부 입선 「강변」
1964            제3회 신인예술상 사진부 최고상 「군동」
                  제13회 대한민국 미술전 사진부 특선 「가을비」
                  제3회 한국사진문화상 작품상 수상
1965            제14회 대한민국 미술전 사진부 특선 「결투」, 입선 「사양」
1966            제15회 대한민국 미술전 사진부 문공부장관상 「기다림」
                  호주 MELBON 국제사진전 최고상 「결투」
                  동아사진콘테스트 가작 「애통」
1967            제16회 대한민국 미술전 사진부 특선 「발레리나」, 입선 「작은생명」
                  제27회 일본 아사히 국제사진전 4점 입상
1968            제28회 일본 국제사진전 입선 「비오는날」
1964-1966    사진작가협회전 10걸상 3회 수상
1969            제18회 대한민국 미술전 추천작가
1971            제21회 대한민국 미술전 추천작가상 수상 「석양」
1967-1980    한국 사진문화상 심사위원, 운영위원 역임
1970-1980    국전 심사위원 역임 (6회)
1983            한국 현대사진 50년전 기획, 운영
1976-1998    한국 국제사진전, 각종 사진전 운영위원, 심사위원 역임
1992            제15회 현대사진문화상 본상 수상
1993            대한민국 문화훈장 <옥관> 수상
1998            한국인 (한 시대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 미완성
 
3월 20일 오후 8시 40분 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