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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을 만드는 움직임》

Movement making Mov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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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움직임을 만드는 움직임》전을 4월 23일(금)부터 9월 26일(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한다.
 
《움직임을 만드는 움직임》은 20세기 초반 애니메이션 고전 작품과 제작기법을 함께 살펴보며 오늘날 중요한 영상예술로 자리잡은 애니메이션의 역사와 맥락을 조명하는 전시다. 애니메이션(animation)은 여러 장의 화면을 연속으로 촬영, 조작하여 화면 속 대상이 움직이는 것처럼 생동감 있게 촬영한 영화와 그 기술을 지칭한다. 영화만큼이나 오래된 영상 장르인 애니메이션은 100년이 넘는 역사 동안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시도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20-40년대 애니메이션 제작기법을 선도한 작가 5인의 대표 영화작품과 그들의 제작기법을 소개한다.
 
독일 출신의 로테 라이니거(Lotte Reiniger, 1899-1981) 오스카 피싱거(Oskar Fischinger, 1900-1967), 뉴질랜드 출신의 렌 라이(Len Lye, 1901-1980), 체코 출신의 카렐 제만(Karel Zeman, 1910-1989), 스코틀랜드 출신의 노먼 매클래런(Norman McLaren, 1914-1987)은 세계대전의 격동기 속에서도 보다 실감나는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위해 다양한 실험과 작품제작을 지속했다. 컴퓨터 그래픽이 없던 시절 제한적인 도구와 재료, 수작업만으로 환상의 세계를 표현한 그들의 작품은 애니메이션 역사의 전환을 이룬 고전으로 남아 후대의 창작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수천 장의 종이 인형을 만들고 그 그림자를 촬영하는 ‘실루엣(silhouette) 애니메이션’의 대가 로테 라이니거의 〈신데렐라〉(1922)와 <카르멘>(Carmen, 1933), 추상 영화를 통해 색, 형태, 리듬을 사용하여 후대 애니메이터에게 영향을 끼쳤고 시각적 음악의 예술을 발전시킨 오스카 피싱거의 <밀납 실험>(Wax Experiments, 1921-26)과 <푸른 색의 작곡>(Composition in Blue, 1935), 필름 표면에 직접 선을 긋고 색을 칠하는 ‘다이렉트 온 필름(direct on film) 애니메이션’기법을 개척한 렌 라이의 <투살라바>(Tusalava, 1929), <컬러 박스>(A Colour Box, 1935)와 노먼 매클래런의 <블링키티 블랭크>(Blinkity Blank, 1955), 매 컷마다 인형을 조금씩 움직여 촬영하는 ‘스톱모션(stop motion)’ 애니메이션의 대가 카렐 제만의 <크리스마스의 꿈>(1945)과 유리인형 애니메이션 <영감>(1949) 등의 고전 애니메이션 작품 24편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영화와 함께 작가들이 고안해낸 혁신적인 기법을 살펴볼 수 있도록 기술 노트, 제작도구, 드로잉, 작가 다큐멘터리 영상 및 사진 등의 자료도 함께 선보인다. 이를 위해 체코 국립영상자료원(NFA), 프라하의 카렐 제만 미술관(Karel Zeman Museum), 주한독일문화원, 캐나다국립영화위원회(NFB), 뉴질랜드의 고벳 브루스터 아트 갤러리 렌 라이 센터(Govett-Brewster Art Gallery and Len Lye Centre),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시각적 음악센터(Center for Visual Music) 등 작가들의 자료를 연구‧소장 중인 세계적인 기관들과 협력을 진행했다.
 
MMCA필름앤비디오에서는 오는 5월부터 7월까지 다섯 작가의 장‧단편 애니메이션 50여 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움직임을 만드는 움직임》전은 발명가처럼 표현기법을 찾아나간 애니메이션 선구자들과 그들이 일군 눈부신 기술적 예술적 성과를 엿볼 수 있는 드문 기회”라며, “온 가족이 함께 즐기며 자연스럽게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교육적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전시 서문
MMCA필름앤비디오는 20세기 이후 영상예술에서 다양한 흐름을 상영 프로그램과 전시, 학술행사로 소개한다. 《움직임을 만드는 움직임》은 회화와 조각처럼 ‘정지된 이미지’로서의 미술의 역사와 구별되는‘움직이는 이미지’에 도전한 20세기 초반 애니메이션에 주목한다. 문학이나 음악에서 세월을 넘어 사랑받고, 예술사를 써내려간 작품을 우리는 고전이라 부른다. 이번 전시는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만든 선구적 애니메이터 5인과 작품 제작 과정과 기법을 관련 영상과 사진, 자료로 소개한다.
소마트로프(1826)나 페나키스티스코프(1932) 등은 모두 이미지의 잔상효과를 활용해 ‘움직이는 이미지’의 환영을 만들어내는 기계장치였다. 20세기 초 애니메이션은 사물과 정지된 이미지로 빠르게 연결시켜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컴퓨터 그래픽의 등장으로 각종 특수효과가 발달한 지금, 손쉽게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컴퓨터 그래픽 등장 이전에는 움직이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움직임을 만드는 움직임》에 참여한 로테 라이니거(1899~1981), 렌 라이 (1901~1980), 노먼 매클래런(1914~1987), 카렐 제만(1910~1989), 오스카 피싱거(1900~1967)는 애니메이션 작가로 활동하며 자신만의 표현법을 적극적으로 개발했다. 라이니거의 실루엣 애니메이션, 피싱어의 추상영화, 라이와 매클래런의 ‘다이렉트 온 필름’, 제만의 ‘인형 애니메이션’ 등 이들은 부단한 실험과 발명을 통해 “움직임을 만드는 움직임”을 계속했다.
작가의 손끝에서 나온 작은 움직임이 모여 생동하는 이미지와 환상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었던 이들의 작품에서 창조의 즐거움과 전율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 작가 및 출품작 소개

로테 라이니거(Lotte Reiniger, 1899-1981) 실루엣 애니메이션으로 동화 속 세계를 탐험하다
 

로테 라이니거, 신데렐라, 1933, 컬러, 무성, 4분 19초. ©absolut Medien GmbH.


로테 라이니거와 트릭 카메라(trick camera) ©absolut Medien GmbH.

1899년 베를린에서 태어난 로테 라이니거는 예술에 관심이 많은 가정에서 성장했다. 원래 배우가 꿈이었지만 15살에 학교에서 독일 영화인 파울 베게너(Paul Wegener)의 특강을 듣게 된 후 영화인을 꿈꾸게 되었고 파울 베게너의 영화사에서 영화 자막을 실루엣 기법으로 제작하면서 애니메이션에 입문했다. 〈사랑에 빠진 마음의 장식〉은 로테 라이니거가 만든 최초의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1919년 12월 12일에 베를린에서 초연되었다. 1926년에는 최초의 장편 실루엣 애니메이션 〈아흐마드 왕자의 모험〉을 발표했고, 이후 70편이 넘는 장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음악과 오페라, 동화를 좋아했던 로테 라이니거는 <닥터 두리틀과 동물친구들>(1928), <카르멘>(1933), <파파게노>(1935)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며 명성을 이어갔다.
라이니거는 자연스러운 동작을 만들기 위해서 인물별로 대·중·소 여러 크기로 인형을 만들고, 인체를 각 부분으로 나눠 제작한 후 와이어로 연결하여 조금씩 움직이면서 촬영했다. 그림자를 만들기 위해서 아래에서 조명을 비추어 그림자를 만드는 ‘트릭 테이블’과, 인물을 둘러싼 배경을 여러 장의 패널로 원경, 중경, 근경을 나눠서 연출하는 ‘멀티플레인 카메라(multiplane cameras)’ 기법을 고안했다. 이 기법은 미국의 디즈니보다 역사가 오래된 것이다.
영국에 거주하던 로테 라이니거는 영국과 캐나다 등에서 작품을 만들면서 말년을 보냈다. 독일에서는 1972년 뒤늦게 인정받기 시작했고, 여성 영화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재평가되고 있다.
 


렌 라이(Len Lye, 1901-1980) 틀에 갇히지 않는 생명력과 자유로운 움직임을 추구하다
 

렌 라이 ©Govett-Brewster Art Gallery and Len Lye Centre


렌 라이, 컬러 박스, 1935, 35mm, 컬러, 유성, 4분. Courtesy of the Len Lye Foundation and the British Postal Museum and Archive
 
1901년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렌 라이는 영국으로 건너가 바바라 헵워스, 벤 니콜슨 등 아방가르드 미술 그룹과 함께 활동하다가 존 그리어슨이 이끄는 중앙체신국 영화분과(Great Britain’s Post Office Savings Bank, GPO)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그곳은 1930년대 영국에서 다큐멘터리 작가들 뿐 아니라 노먼 매클래런, 로테 라이니거, 렌 라이 등 실험 애니메이션의 작가들이 모인 중요한 플랫폼이었다.
렌 라이는 필름에 직접 그림을 그리고 색을 입히는 ‘다이렉트(direct) 애니메이션’ 기법을 적극 시도했으며, 새롭게 개발된 ‘가스파르컬러(Gasparcolor)’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컬러 필름의 영역도 개척했다. 렌 라이는 〈실험 애니메이션〉 등의 작품에서 쿠바음악과 재즈 등 자유로운 음감과 멜로디를 활용한 경쾌한 작품을 제작했다.
〈투살라바〉(1929)는 사모아어로 “모든 것은 원형으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수백 장의 드로잉을 그리고 연결하여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 뉴질랜드 렌 라이 센터에서 대여한 〈투살라바〉 드로잉은 렌 라이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움직이는 이미지의 환영을 만들어냈는지 보여준다. 〈컬러 박스〉는 카메라 없이 필름 위에 직접 그림을 그려 만든 세계 최초의 다이렉트 필름으로 꼽힌다. 〈로봇의 탄생〉은 험프리 제닝스와 공동 작업을 한 인형 애니메이션이다. 〈무지개 춤〉(A Rainbow Dance, 1936)은 은행의 서비스를 광고하기 위해 제작한 것인데, 테니스와 등산 등 레저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도시인의 삶을 매력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노먼 매클래런(Norman McLaren, 1914-1987) 애니메이션 기법의 백과사전


노먼 매클래런. 캐나다국립영상위원회(National Film Board of Canada, NFB) 제공


노먼 매클래런, 블링키티 블랭크, 1955, 컬러, 유성, 5분. 캐나다국립영화위원회 제공 ⓒNational Film Board of Canada
 

1914년 스코틀랜드 스털링에서 태어난 노먼 매클래런은 글래스고 예술학교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했다. 아마추어 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알게 된 존 그리어슨의 초청으로 런던 중앙우체국 영화 담당 부서에서 본격적으로 영상 제작에 참여했다. 스페인 내전에 카메라맨으로 종군했던 그는 1939년 세계대전 발발 후 뉴욕으로 갔다가 1941년 존 그리어슨의 초청으로 캐나다 국립영화위원회(NFB)에 합류하면서 캐나다에 정착한다. 이곳에서 매클래런은 다양한 애니메이션 기법을 실험하고 연구했다.
매클래런은 렌 라이처럼 카메라 없이 필름에 직접 그리거나 채색하는 ‘다이렉트 필름(direct film)’을 적극 활용했다. 먼저 (1) ‘스크래치 온(scratch on) 필름 애니메이션’은 빛에 노출되어 버리는 필름을 이용하여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까맣게 된 필름의 젤라틴 층을 칼이나 송곳으로 한 프레임씩 긁어내면서 이미지를 만들며, 긁어낸 정도에 따라 흰색이나 초록색, 노란색 등이 나타난다. 다음으로 ‘페인트 온(paint on) 필름’은 반대로 전혀 노광되지 않은 필름을 현상하여 투명한 필름으로 만든 후 그 위에 잉크나 컬러펜으로 직접 그림을 그려서 제작하는 기법이다. 종이조각을 움직이면서 움직임을 만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찌르레기〉, 실제 살아 있는 인물을 인형처럼 정지시켜 촬영하는 픽실레이션 기법(〈의자 이야기〉, 〈이웃들〉), 화면에 점점 가까이 다가가는 주밍(zooming) 기법〈이것은 노입니다〉 등 여러 기법을 자유자재로 활용했다.
매클래런은 작품을 제작하면서 작품의 기획의도, 기법, 음악과 표현의 특징 등을 상세하고 명료하게 정리한 ‘기술노트’를 남겼고, 작품 제작을 위해 필요한 도구를 직접 만들었다.


카렐 제만(Karel Zeman, 1910-1989) 그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카렐 제만 ⓒKarel Zeman Museum Collection


카렐 제만, 선사시대 탐험, 1955, 컬러, 유성, 86분ⓒKarel Zeman Museum Collection

1910년 체코에서 태어난 카렐 제만은 인형극을 좋아하고 공상과학소설을 즐겨 읽으며 작문과 미술에 재능을 보였다. 제만은 체코와 프랑스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광고 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애니메이션에 발을 들였다. 제만은 체코에서 발달한 유리공예와 인형극의 전통에 애정을 갖고 이를 활용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첫 작품 〈크리스마스의 꿈〉은 인형을 조금씩 움직여서 움직임을 만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촛불이 꺼지고 바람에 커튼이 날리는 장면 등 여러 장면을 연속촬영으로 제작했다.
제1회 칸 영화제 애니메이션 부문을 수상한 〈영감〉은 유연성이 없는 유리 인형으로 만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선사시대 탐험〉에서는 직접 만든 공룡인형과 실제 소년을 촬영한 영상을 합쳐 소년들이 선사시대로 탐험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모든 것을 수작업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제작한 카렐 제만의 영화는 특수효과나 컴퓨터 그래픽이 등장하기 이전이라는 점에서 충격과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기술적 한계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뛰어넘은 제만의 작품은 테리 길리엄, 팀 버튼 등 후배 감독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오스카 피싱거(Oskar Fischinger, 1900-1967) 추상영화의 선구자


오스카 피싱거 ©Center for Visual Music



오스카 피싱거, 연구 5번, 1930, 컬러, 유성 ©Center for Visual Music

오스카 피싱거는 1990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근처의 겔나우센에서 태어났다. 피싱거는 음악(바이올린)과 미술, 오르간 설비 등을 배웠으며 엔지니어 겸 발명가였다. 그는 액체, 왁스, 그림자, 손으로 그린 애니메이션 등을 실험하고, 독창적인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밀랍절단기계와 같은 도구를 발명하면서 1919년경 애니메이션 영화 실험을 시작했다. 밀랍절단기계는 카메라 셔터에 맞춰 절단기의 날을 연동 시킨 기계였다. 준비된 밀랍과 클레이 블록을 잘라낸 뒤, 절단된 조각들의 사진을 찍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시퀀스들을 환상적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1920년대 피싱거는 광고와 장편 극영화 및 자신의 추상 영화들을 위해 특수 효과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멀티플레인 애니메이션, 그림자와 액체, 3D 물체 및 흰 종이 위에 목탄으로 그림을 그린 애니메이션 등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또한, 작품에 색채를 더하기 위해 미사용 필름을 틴팅 및 토닝하기도 했다. 이 시기에 그는 자신만의 무성 추상 작품을 꾸준히 만들었다. 1920년대 말, 유성 영화 기술(필름에 사운드트랙을 프린트하는 기술)이 가능해지자 그는 음악과 동기화된 흑백 추상 애니메이션 〈연구〉 연작을 시작했다.
〈푸른색의 작곡〉과 컬러로 촬영한 무라티 광고는 할리우드, 특히 파라마운트사(社)에서 활동하던 독일 제작자인 어니스트 루비치의 관심을 끌었다. 그의 주선으로 피싱거는 파라마운트사와 계약을 체결했고, 루비치의 도움으로 피싱거는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했다. 1936년에 할리우드로 옮긴 후 피싱거는 유럽 아방가르드 영화 업계와 서부의 실험적 영화 제작을 연결하는 고리가 됐다.
 
—신디 키퍼, 「오스카 피싱거, 창조적 영혼」, 2021에서 발췌 ©Cindy Keef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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