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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도, 현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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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

    박방영 손동현 신제현

  • 장소

    현대화랑

  • 주소

    서울 종로구 삼청로 8 (사간동)

  • 기간

    2021-09-14 ~ 2021-10-31

  • 시간

    9:00 ~ 9:00

  • 연락처

    02-2287-3591

  • 홈페이지

    http://

  • 초대일시

  • 관람료

    3000원 / 온라인 사전 예약 https://booking.naver.com/booking/12/bizes/585123

갤러리 가기

전시전경 (현대화랑 제공)


현대화랑은 《문자도, 현대를 만나다》를 개최한다. 우리의 민화를 알리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해온 현대화랑은 지난 2018년 《민화, 현대를 만나다》전에서 ‘화조’를 재조명해, 민화계와 일반 애호가에게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그 후속 전시인 《문자도, 현대를 만나다》에서는 빼어난 조선 시대 문자도 11점과 문자도를 새롭게 재해석한 현대미술가 박방영, 손동현, 신제현 3인의 작품 13점을 선보인다. 

조선 시대 선조들의 삶 깊숙이 스며들었던 문자도는 선조들의 염원과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문자도, 현대를 만나다》는 한자를 활용한 동아시아 문자도 가운데서도, 유교의 덕목인 ‘효제충신예의염치’ 8자를 그린 독특한 문자도를 주목한다. ‘효제충신예의염치’의 유교 윤리를 바탕으로 제작된 다양한 문자도는 18세기에 성행하며 서민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유교 덕목을 널리 알리기 위한 교화적인 목적으로 제작됐지만, 문자도는 각 지방의 문화와 결합되어 지방의 예술로 확산되고, 19세기 후반에는 장식화의 경향을 보이며 점차 조선 시대 생활미술을 대표하는 장르로 자리 잡았다.

이번 전시는 대부분 작자미상으로 알려진 민화 중에서도 ‘갑오춘서(1894년)’라는 제작시기와 ‘조선의주에 사는 장인선’이라는 제작자가 정확하게 명시되어 있어 주목받는 <백수백복도(百壽百福圖)>로 시작한다. 복(福)자와 수(壽)자를 번갈아 100번을 반복해 구성한 이 작품은 오래 사시고 복을 누리시라는 수복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어지는 작품은 조선 시대 민화임에도 현대적인 화조화 패턴의 타이포그래피를 연상시키는 <문자도>로,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자 풍부한 회화성과 세련된 미감이 돋보이는 명작으로 평가된다. 2층 공간에는 기본적인 효제문자도를 바탕으로 제주도의 자연과 토속적인 문화가 적극 반영된 <제주문자도>를 모아 선보인다. ‘바다+섬+하늘’을 연상시키는 3단 구성을 취하는 제주문자도는 상단과 하단에 제주도의 자연환경이 담긴 건물 및 기물이, 중앙에는 새나 물고기의 형상을 띤 문자가 배치된다. 제주도식으로 변용된 제주문자도는 조선시대 유교문자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각 지역의 토속적인 문화와 결합하여 지방예술로 자리매김한 양상을 보여준다.

각 전시공간에는 문자도의 창의적인 해석을 모색한 3인 3색의 작업이 조선시대 문자도와 함께 펼쳐진다. 인간 삶의 이야기를 일필휘지의 필법과 상형그림으로 그려낸 박방영, 문자도라는 전통적인 소재와 그라피티와 같은 현대적인 주제를 결합시켜 동양화의 관습적인 경계를 허물고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한 손동현, 이번 전시의 대표작인 화조문자도를 오마주하고 천하게 여겨지던 민화의 가치를 새로운 인식 속에서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신제현의 작업이 전시된다. 《문자도, 현대를 만나다》를 통해 한국 미술사에서 소외되었던 민화의 시대성과 예술성에 주목하고, ‘한국 현대미술의 모태’로서의 민화를 재확인 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전시전경 (현대화랑 제공)


■ 기획 노트
/ 안현정(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문자도의 어제, 근대미술의 가치 있는 페이지

《문자도, 현대를 만나다》전에 소개되는 문자도는 대부분 병풍 형식을 따른다. 한자를 활용한 동아시아 문자도 가운데, 효제충신예의염치 8자로 유교 덕목을 그린 독특한 문자도가 민간 방방곡곡에 독특한 세계관을 드러내며 성행하였다. 양반 문화를 상징하는 병풍의 유행은 계층시대로의 회귀가 아니라, 문화자본의 평등화를 의미한다. 1970년대까지 꾸준히 제작된 <제주문자도>의 경우, 실제 ‘바다+섬+하늘’을 연결하는 듯한 2단 혹은 3단 형식의 해학적인 양식으로 보편화되었다. 문자도의 지역별 유행에 대해 정병모 교수는 “문자도는 유교문화가 발달한 서울, 강원도(강릉을 중심으로 삼척, 동해), 경상도(안동을 중심으로 춘양, 영주, 봉화) 등에서 성행했는데, 무속신앙이 강한 제주에 유교문화가 뿌리내리면서 문자도 병풍이 유행했다.”고 밝혔다.
민화에서 윤리문자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는 여덟 자의 도식화된 의미 내용이 일상미학과 맞닿았기 때문이다. 1970년대부터 본격화된 초기 민화연구자들(조자용, 이우환 등)의 노력은 80년대 민중미술 · 민족운동의 부흥과 함께 가시화되어 “민화야 말로 참된 우리 그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었다. 민화는 우리 민족의 마음을 담은 누구나 즐길 수 있고 그냥 보면 이해되는 격식 없는 사랑을 표현한 진짜 그림인 것이다. 
갑오춘서라 명명된 <백수백복도>를 이번 전시의 시작으로 삼은 것도 문자도의 유행과 시기를 가늠하기 위함이다. 교화 목적의 옛 이야기가 획과 어우러진 문자그림들은 세종 13년(1431) 왕명에 의해 편찬된 《삼강행실도(三綱行實)》와 유교의 전유물인 《시경(詩經)》 속 소재들의 세련된 승화이자, 누구나 지켜야 했던 당대의 규율 양식을 보여준다. 민화가 대중화되고 서민들의 생활화로 기능하면서 그림 속 상징들은 소재가 생략되거나 감상자가 선호하는 대상들로 재해석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민화문자도의 다양한 표현들은 독특한 시대양식으로 읽히기보다 ‘비주류 미술사’로 폄하돼 온 것이 사실이다. 이류나 삼류로 취급 받던 불가사의한 민화를 ‘독창적 개성미’로 읽어야 하는 까닭은 자아의 발견이라는 근대성의 한 측면을 다시금 되새겨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픽토그램과 문자의 조형성에 관한 전 세계적 유행은 이미 100여 년 전 형성된 민화문자도의 상상력에서 이루어졌음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문자도의 오늘, 번역한 전통의 새로운 미감

여기 전통의 시선을 바탕 삼아 문자도의 현대적 실험을 모색한 3인 3색의 현대 작가들을 소개한다. 민화의 소재에서 오는 해학성과 자유로움은 오늘날 ‘현대민화’ 파트에서 창작과 모방의 경계라는 아니러니를 넘나든다. 이에 출품 작가들은 민화의 차용으로 이루어진 모방단계를 뛰어넘어, 형식(소재주의)이 아닌 ‘창작과정 그 자체의 미학적 의미’를 되새기는 질문들에 관심을 기울인다.
 
박방영, 형상과 문자의 인간미 넘치는 조화_일필휘지의 붓놀림 위에 생성된 활력 넘치는 그림문자들, 하나같이 민화문자도의 정서와 닮았다. 쓱쓱 선을 긋듯 그려내려 간 솜씨 사이로 즐기면서 어우러진 ‘소요유(逍遙遊)’가 담겨 있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 역시 민화의 언어유희를 반영한다. <본향(本鄕)>은 어릴 적 살았던 즐거움의 고향(부안) 이야기를 상형그림과 문자로 그려낸 작품이다. 하늘과 땅, 정자와 꽃피는 산동네, 말과 개와 함께 놀던 곳을 담았다. 시인 신석정과 매창(梅窓)의 고장이자 문학이 발달한 곳, 산들에서 뛰어놀던 마냥 즐거웠던 ‘락락(樂樂)’ 고향의 아름드리 추억을 필획으로 새겼다. 앞선 작품의 연장선생에 있는 <소락(笑樂)>은 나무와 산언덕, 밭과 호수가 있던 정자 위에서 놀던 자연 속 동심을 그렸다. <인연들>은 우리가 만난 동식물과 인간관계의 정초를 ‘하늘의 연[天緣]’으로 해석한 상형그림이다.

손동현, 그리기와 쓰기의 경계 허물기_“그리기와 쓰기, 그림과 문자, 수묵과 채색, 먹과 잉크, 의미와 형태.” 작가가 제시한 이 간단한 행간 사이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품평(品評) 기준들이 오간다. 이번에 출품한 ‘I.O.P(Ink on Paper)’ 연작들은 전통회화에서 사용하는 먹의 영문표현인 ‘Ink’의 다중적 의미가 실제 재료로 전환된 것이다. 작가는 전통회화의 재료인 먹을 시각적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캘리그래피 잉크와 아크릴릭 잉크로 대체시킴으로써, 보이는 시선 뒤에 감추어진 창작의 어제와 오늘을 인물화라는 텍스트로 녹여낸다.
신제현, 창작에 관한 질문들 ‘新-문자풍경’_신제현 작가는 현대미술계에서 ‘괴랄한 창작자’로 통한다. 이번에 출품한 작품의 원형은 전시의 대표작인 <화조문자도>이다. 유려한 디자인과 세련된 양식 사이를 오간 한 천재민화가의 작품을 병풍에서 떼어낸 ‘일종의 오마주 문자도’로 재해석한 것이다. 서구 현대미술이 가진 물신주의를 소재주의의 확장으로 드러낸 신작 <문자경(文字景)-Text Scape>과 3채널 영상은 글자와 정보과잉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를 개최하며

근현대 미술을 50년간 다루어 오면서 과연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 어떤 것인가를, 늘 생각해왔습니다. 그 원천은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 성행한 우리 민화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 시기는 웅장하고 찬란한 궁중민화로부터 글이나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기상천외한 민화들이 다양하게 번창했습니다.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국립근대미술관이 건립될 것입니다. 그 안에 ‘조선민화관’을 만들어 우리 근대 미술사 반석 위에 올려 놓는다면, 우리 미술을 해외에 알리는데 더욱 분야가 넓어질 것입니다. 조선시대의 뛰어난 민화들은 세계 유수한 미술과 견주어보아도 경쟁력이 있다고 믿습니다.
-박명자(현대화랑)
 
조선시대에 발달한 독특한 유교문자도는 우리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그것은 조선시대가 낳은 조선적인 예술입니다. 조선이 어떠한 유교 국가인지, 문자가 조선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러한 문자도의 유산은 단순히 옛 그림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현대에 어떻게 계승하여 미국의 그라피티를 못지않은 현대의 문자도로 발전시킬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조선시대 유교문자도의 의미 있는 가치는 구조적 짜임과 자유로운 상상력에 있습니다. 문자의 틀 안에 도상을 넣는 형식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자유롭게 기호화하고 상징화했고, 문자도에 책거리와 화조화를 아름답게 조합했으며, 현실세계와 이상세계를 간단하게 연계시키는 상상력을 보여줬습니다. 조선시대 유교문자도에 펼쳐진 보석 같은 예술세계를 넘어서 다시 관심과 사랑을 받는 현대의 문자도가 재탄생하기를 기대합니다.
-정병모(한국민화학교 교장 / 경주대 특임교수)
 
민화는 근대미술의 페이지를 가치 있게 만듭니다. 그 가운데 문자도는 전형적 스토리텔링을 구사한 것(prototype)에서 대상을 생략하거나 과장한 것에 이르기까지 상상력의 시작과 끝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표현이 풍부합니다. 현대화랑이 오랜 기간 눈여겨 수집·대여한 문자도들은 어느 한 지점을 콕 집어 확대해보아도 ‘유쾌한 눈맛’을 해치지 않습니다. 문자도를 개념적으로 이해하던 방식을 탈피하여, 눈의 직관에 따라 근대미술의 독특한 미감을 보여주는 창의적 스타일을 강조한 이번 전시는 형태와 재미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신비하고 독특한 ‘개성미’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안현정(미술평론가 / 예술철학박사)




문자도, 19세기 후반,  8폭 병풍, 종이에 채색, 각 61×36cm (현대화랑 제공)
문자도, 19세기, 8폭 병풍, 종이에 채색, 각 62×32.5cm (현대화랑 제공)



문자도, 19세기 중반, 8폭 병풍, 종이에 채색, 각 90.2×34.2cm (현대화랑 제공)
문자도, 19세기, 8폭 병풍, 종이에 채색, 각 62×32.5cm (현대화랑 제공)



문자도, 19세기 말-20세기 초, 4폭, 종이에 채색, 각 101×39.7cm (현대화랑 제공)
백수백복도百壽百福圖, 1894, 10폭 병풍, 종이에 채색, 각 90.5×31.5cm (현대화랑 제공)




박방영, 인연, 2019, 장지에 혼합제료, 200×290cm (현대화랑 제공)



손동현, SCARLET CRIMSON, 2019-2020, 130×194cm (현대화랑 제공)



신제현, 문자경(文字景), 2021, 캔버스에 아크릴, 투명 아크릴 판 위에 아크릴, 각92×66cm (8폭) (현대화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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