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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충현 개인전 : 그늘

ROH CHOONG HYUN solo exhibition : Shade

  • 작가

    노충현

  • 장소

    챕터투

  •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27길 54 (연남동)

  • 기간

    2021-09-30 ~ 2021-11-13

  • 시간

    10:00 ~ 18:00 (휴관일 : 일요일)

  • 연락처

    070-4895-1031

  • 홈페이지

    http://chapterii.org/

  • 초대일시

  • 관람료

갤러리 가기
그늘 Shade
노 충 현  ROH CHOONG HYUN

2021. 09. 30 – 11. 13



그늘

몇 해 전 성산동 부근에 작업실을 얻은 후 홍제천을 따라 걷게 되었다. 홍제천은 모래내 라고도 불리는데 이 말이 더 다정하고 그림처럼 들린다. 한강이나 동물원이 그러하듯이 새로운 풍경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 나는 가까운 곳의 풍경을 취하고 그곳에서 회화적 장면들을 포착해왔는데, 모래내의 풍경도 그러한 과정을 밟고 있다. 이 하천을 따라가면 한강 망원지구에 도달하게 된다. 모래내의 풍경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하천 양쪽으로 산책로와 나무와 풀이 이어지고 그 사이에 작은 다리들이 있다. 물고기들과 왜가리, 청둥오리, 길고양이들이 가끔씩 보이는, 여느 하천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하천 위로 육중한 내부순환로가 떠 있어서 교각 아래로 큰 그늘이 진다.
모래내는 한강시민공원과는 달리 폭이 좁고 나무와 풀로 둘러싸여 있어서 여름이 되면 좀 더 내밀하고 고요한 정경을 느낄 수 있다. <그늘>전의 그림들은 모래내의 풍경에서 시작되지만 그렇다고 모래내에 닿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닿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회화에서 그리고자 했던 것은 특정한 장소이기보다는 장소에서 보고 느낀 정서에 좀 더 다가가는 것이었다. 그 정서에는 온기가 있다. 
사진의 프레임을 이용하기 때문에 풍경의 인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일부분을 전체의 맥락에서 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살풍경>회화에서는 수영장, 주차장, 컨테이너가 주요한 소재들이어서 풍경에서 분리시키는 것이 용이한 편이었는데, 모래내는 비슷비슷한 자연풍경들이 연이어있어서 특정한 풍경의 모습으로 분리하여 포착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음영이 짙은 나무들이나 다리, 교각 혹은 사람을 이용하여 장소에서 발견한 어떤 순간을 붙잡으려 했다. 따라서 <그늘>전의 그림들은 모래내의 다양한 정경을 보여주기보다는 아직까지는, 어떤 정서, 그것을 우수나 비애라고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반복해서 보여주는 장면으로 귀결된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대상을 그리는데 있어서 감각적인 면에 탐닉하고 흥미를 느끼기보다는 정서를 환기시키는 차원에서 머물게 되었다.
화가에게는 까다로운 대상이 있다고 본다. 내게, 기피하거나 까다로운 대상이 있게 된 것은 마음과 회화적 기술의 문제 때문이었다. 밤과 자연이 그러했다. 나는 늘 풍성하고 그윽한 자연 앞에서 망설여왔다. 풍경과 마음이 교감해야 그 대상을 그릴 수가 있는 것인데, 봄의 싱그러움이나 여름의 풍성함을 그리기에는 마음이 빈곤했다. 그 마음으로는 모든 계절을 품기 어려웠다. 또한 풍경 자체에 대한 감각적 접근보다는 회화를 통해서 심리적 사회적 상황을 그려내려고 했기 때문에, 그동안 제한적으로 계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사물의 사실성을 중시한다는 측면에서 여전히 재현의 방법은 내게 유효했지만, 재현의 방법을 통해서 자연의 복잡함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였다.

밤도 거의 그리지 않은 편이었다. 단순히 밤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밤을 통해서 무엇을 보여주어야 하는지 잘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모래내의 밤 풍경을 그리면서 근원 김용준이 쓴 조선 회화에 대한 글에서 밤-어둠에 대하여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밤은 캄캄한 것이 되기보다는 캄캄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글귀였다. 당시에는 조명이 없었으니 칠흑 같은 밤이었을 것이다. 그는 어둡게 칠하는 것을 일차원적인 접근이라 생각했다. 밤은 검게도 밝게도 칠해질 수 있다고 말하면서 중요한 것은 예술적 조형을 통해서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 가에 있다고 했다.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 가는 결국 예술적 사유와 결부되고 그 탁월한 예로서 이상좌의 <송하보월도>를 든다.

그림들이 하나둘 쌓이면서 이 그림들에 어떤 전시 제목을 달아야 하나 고민하게 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모래내를 지나 망원동의 선착장에 도착하여 뜨거운 햇빛을 쬐고 있을 때, 문득 내부순환로 교각 아래의 큰 그늘이 그리웠다. 그리고 모래내 라는 장소가 사람들에게 ‘그늘’과 같은 장소가 아닐까 싶었다. 바쁜 현장으로부터 집에 돌아와 그냥 걸어서 나가 다다르게 되는 곳, 다리 밑에서 그늘을 즐기고, 운동기구에서 처진 근육을 키우며, 다리 아래 물고기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곳. 보통의 삶이면서도 애틋한 인간적인 면모들을 그곳에서 발견했던 것 같다.


■ 작가노트

노충현(b.1970)은 일상적 풍경의 한 단면을 포착해서 개인적 정서와 감정을 더해 자신만의 회화적 언어로 표현해왔다. 홍익대학교 회화과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스페이스 윌링앤딜링(2020), 페리지갤러리(2017), 갤러리 소소(2015), 국제갤러리(2013) 등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참여한 주요 그룹전으로는 갤러리 소소(2021), 국립현대미술관(2021), 누크갤러리(2020),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2018),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2018), 챕터투(2017) 등이 있다. 2010년에는 몽인아트센터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 작가 약력

노충현(b.1970)

 
EDUCATION
1999   홍익대학교 회화과 졸업
2006   홍익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졸업
 
SOLO EXHIBITIONS
2020   풍경들의 풍경,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서울
2017   자리, 페리지갤러리, 서울
2015   자리, 갤러리 소소, 파주
2013   살-풍경(殺-風景), 국제갤러리, 서울
2011   살-풍경(殺-風景), 조현화랑, 부산
2009   실밀실(室密室), 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서울
2006   자리, 아트 스페이스 풀, 서울
2005   살-풍경(殺-風景), 관훈갤러리, 서울
 
GROUP EXBIHITIONS
2021   먼 사람, 사람, 가까운 사람, 갤러리 소소, 파주
2021   시대를 보는 눈 : 한국근현대미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과천
2021   하얀그리기, 갤러리 마크, 서울
2020   생각보다 이미지, 누크갤러리, 서울
2019   회색의 지혜,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파주
2018   낙원의 이편, 안양박물관 특별전시관, 안양
2018   Salon de nook gallery, 누크갤러리, 서울
2018   Dialogue, 수애뇨339, 서울
2018   두 번째 풍경,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서울
2018   망각에 부치는 노래,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서울
2018   상상의 통로, 연강갤러리, 경기도
2017   연남566-55 엔솔로지, 챕터투, 서울
2016   사월의 동행, 경기도미술관, 경기도
2016   메이드 인 서울 2016, 메이막 아트센터, 프랑스
2016   써니 킴. 노충현, 스페이스 BM, 서울
2015   장마,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서울
2012   플레이그라운드, 아르코미술관, 서울
2012   타인의 취향, 원앤제이갤러리, 서울
2011   한국의 그림-사진을 읽다, 갤러리 팩토리, 서울
2010   SHIFT, 조현화랑, 서울
2010   사이에서, 원앤제이갤러리, 서울
2010   죄악의 시대, 대안공간 루프, 서울
2009   공공의 걸작: 신 소장품전, 경기도미술관, 안산
2008  부산비엔날레 현대미술전, 부산시립미술관, 부산
2008   촉觸, 워크룸, 서울
2008   배를 타고 가다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08   대도시의 지하세계, 덕원갤러리, 서울
2007   회화에 대하여, 국제갤러리, 서울
2007   도시회화의 행방, 신한갤러리, 서울
2007   볕과 바람, 갤러리 소소, 파주
2006   장면들-도시회화, 한전 플라자 갤러리, 서울
2006   제28회 중앙미술대전, 예술의 전당, 서울
2006   이민가지 마세요III, 갤러리 정미소, 서울
2006   SeMA 2006,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05   서울 청년미술제-포트폴리오 2005,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RESIDENCY
2010   몽인아트센터 레지던시





산책 stroll, 2021, oil on canvas, 89.5 x 145.5 cm


한사람 one person, 2021, oil on canvas, 91 x 117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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