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현재전시 다채로운 전시 작가 작품! 아트 플랫폼 서울갤러리

 

까마귀와 까치

A crow and magpie

  • 작가

    박형진

  • 장소

    상업화랑

  • 주소

    서울 중구 을지로 143 (을지로3가)

  • 기간

    2022-02-08 ~ 2022-02-27

  • 시간

    11:00 ~ 19:00 (휴관일 : 주말 관람시간 오후 1시-6시 / 월요일 휴관)

  • 연락처

  • 홈페이지

    https://www.sahngupgallery.com/

  • 초대일시

  • 관람료

갤러리 가기
 박형진(1986년생) 작가의 개인전 «까마귀와 까치 (A crow and magpie)»는 2022년 2월 8일부터 2월 27일 까지 상업화랑 을지로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인 <까마귀와 까치>는 지난해, 모든 것이 중단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이 반복되며, 쓰게 된 우울한 일기와 칠하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되었던 기록의 과정이다. 무채색의 동그라미 그림, 창밖으로 본 사람이 떠난 자리에서 유난히 맑고 푸르게 빛나던 봄의 노랑 개나리와 여름의 오동나무 초록빛의 창문 밖 풍경을 그린 내/외면의 풍경들을 색면으로 기록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번 «까마귀와 까치 (A crow and magpie)» 전시에 구성되는 작품들은 2020년부터 금천예술공장에 입주하여 진행해 온 회화 및 영상, 설치 등 25점으로 구성되었다.
 
“누군가를 묻고 돌아오던 산속에서 한 나무에 같이 모여 있는 까마귀와 까치를 보았다. 사람의 영역에서 까마귀와 까치는 서로 반대되는 의미를 지니지만 그 또한 한 나무 안에서 함께하는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이든 함께 존재하는 현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전시서문



풍경-기록
이은주 (독립기획, 미술사)
 

박형진은 최근 매일매일 창밖으로 바라본 나무를 색점으로 환원하여 그리는 연작을 진행하고 있다. 이 연작들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의 색들을 차곡차곡 모눈종이 위에 하나의 색점으로 안착시킨 결과물로서, 2019년 양주 창작스튜디오에서 본 산 풍경에서 2021년 금천예술공장의 창밖 풍경에 이르기까지, 장소를 달리하며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 어느덧 박형진의 작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이 연작들에서 발견되는 것은 관찰을 통한 기록의 태도이다. 종이 위에 그려진 연속적 드로잉의 특성을 유지함으로써, 단일한 장면으로 완결되는 묵직한 회화로서의 위상보다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일상적 풍경들의 꾸준한 기록으로서의 의미가 보다 강화된 것이다.
박형진은 풍경을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들을 생략하고 색채에 온전히 집중했다. 색에 대한 박형진의 이러한 접근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 작업은 <강물은 다시 흘러야합니다>(2017)일 것이다. 이 작업은 사대강 사업으로 인한 금강의 녹조현상에 대한 보도기사에 대한 반응으로 시작되었다. 그는 녹조의 두께가 8cm가 되었다는 기사를 읽고, 직접 금강의 여러 구역을 찾아다나면서 녹조의 색채, 질감, 생태를 기록하여 총 326장의 드로잉을 완성했다. 이 드로잉들은 8cm의 두께로 쌓아져 녹조의 두께를 지시했고, 그 자체로 환경 파괴의 현장에 대한 기록의 역할을 했다. 작업의 특성상 시간의 진행에 따라 점차 농밀해지는 녹조의 상태는 그대로 작업에 전사되듯 반영되었는데, 여기에서 녹색은 자연의 생태와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를 갖는다. 색채가 자연 현상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이러한 작가의 인식은 이후 계절의 변화에 따른 풍광을 기록하는 색점 연작의 계기로 작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1년간의 계절의 변화를 담은 <일년의 숲>(2019-2020)이나 봄의 진행 과정을 기록한 <개나리 동산>(2021)에 이르기까지, 박형진의 색점 연작은 자연의 색을 평면 위에 기록할 수 있는 하나의 정보로서 환원하는 과정을 통해 나오는 작업이다. 흥미롭게도 박형진은 이 연작을 위해서 스스로 조색한 색채를 체계화한 색채표를 만들었다. (이러한 색채표는 <초록해설>(2019-2020)>과 같은 별도의 드로잉 작품으로 전시되기도 했다.)
작가의 주관적 시각으로 채택된 색채 값은 흡사 객관적인 지표를 가진 표본처럼 작업을 위해 활용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박형진의 작업에서의 색점은 생동하는 색을 순간순간 추적했던 인상주의자들의 그것과 달리,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전체적 풍경을 관망하는 기록자의 태도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주지할 점은 박형진의 색채표에 기록된 색가(色價)들이 사회적 규약으로서 통용되는 표준적 정보가 아니라, 작가 개인의 정서적 질감이 반영된 주관적 경험치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예컨대 “맑은 새싹 색”, “따뜻한 나뭇잎 색”, “해가 지면서 내는 숲의 색”, “여름 같아서 수박 먹고 싶은 쿨한 초록잎 색” 등, 일견 체계적으로 보이는 그의 색채표에 기록된 짤막한 설명에는 정보화되기 어려운 세심한 정감과 일상적 시간의 경험이 묻어난다.
실상 박형진의 작품 속에서 일견 픽셀처럼 보이기도 하는 여러 톤의 색점들은 정확한 규격의 모눈종이 위에서도 마치 미묘한 빛을 발산하는 듯한 자연풍경의 인상을 만들어낸다. 연한 새싹의 간드러지는 발아의 느낌이나 비 내린 오후 청량하고 시원시원한 녹음의 인상이 전해지는 것이다. 박형진의 색점 연작이 마치 디지털 정보처럼 코드화된 체계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다감한 풍경의 인상을 만들어내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그가 만든 색채표를 통해서도 드러나듯이, 기록된 색 정보 안에 우리가 계절이 만연한 자연 속에서 느끼게 마련인 빛, 온도, 대기, 습도, 그날그날의 감정 상태와 연동되어있는 보다 내밀하고 공감각적인 색채 경험이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으로 박형진의 색점 연작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모눈종이의 활용이다. 금강에 대한 녹조 드로잉에서도 활용된 바 있는 모눈종이는 최근까지 그의 색점 연작에 중요한 형식적 틀로 작용하고 있다. 모눈종이는 가로축과 세로축을 통해서 형태를 자리매김하는 기능을 하기에, 보는 이로 하여금 대번에 설계도와 같은 공간적 위치 설정의 기획을 떠올리게 한다. 박형진은 이러한 모눈종이의 그리드를 색점들이 찍히는 면으로 활용함으로써, 그가 풍경에서 감지한 자연적 시간에 공간적 자리를 부여했다. 시간을 공간화하고, 특정한 시간대를 하나의 ‘영역’으로 치환하는 것이다.
박형진의 과거 작업들을 되짚어보면, 자연의 땅이 제도 속에서 특정한 사회적 의미를 갖는 영역으로 규정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짐을 알 수 있다. 자연 그대로의 땅이 소유권, 개발논리 등 인공적 제도에 의해서 종속되는 것에 대한 그의 관심은 소유권 문제에 얽힌 송현동 부지를 다룬 <주인있는 땅_송현동 48-1>(2015)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의한 개발을 다룬 <넓은 산_가리왕산과 올림픽>(2018), 성북동의 담장 안 자연풍경을 다룬 <주인있는 땅_성북동>(2019)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앞서 언급한 금강의 녹조에 관한 작업 역시도 인공적 보로 인한 자연의 변화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땅 시리즈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박형진은 그간 자연 그대로의 생태와 그것 위에 작동하는 인공적 틀 사이의 관계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발전시켜왔는데, 모눈종이는 금강의 녹조를 기록한 <강물은 다시 흘러야합니다>(2017), 성북동 연작 중 하나인 <푸르게 앉아있는 것_성북동>(2018)과 같은 작업에서 효과적인 매개체로 작동했다. 모눈종이가 땅을 측량 가능한 범위로 영역화하는 기능을 가진다는 점에서 박형진의 작가적 입장을 적절하게 형식화해준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가 땅 시리즈 이후의 색점 연작들에서 모눈종이 위에 규칙적인 색점을 찍는 제작 방식을 채택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최근 박형진은 모눈종이보다 더 풍성한 색감을 가능하게 하는 한지를 사용하기 위해서, 모눈종이 대신 건축용 먹선을 튀기는 방식으로 그리드를 설정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분명해지는 것은 그의 작업에서 모눈종이의 재료 자체보다 형태를 좌표화하고 위치를 만들어내는 그리드가 더 핵심적인 형식과 의미의 틀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드는 자연계를 인공적으로 인식가능한 범주로서 구획하는 체계라고 할 수 있다. 박형진의 색점 연작에서 이러한 그리드는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의 색을 특정하게 인식 가능한 시각적 영역으로 전이하는 그의 작업 태도 자체를 표상하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박형진의 색점 연작들은 자연의 상태를 그리드를 통해 필터링하여 평면 속에 놓인 시각적 정보로 전이하는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빛과 대기의 변화를 포함한 공감각적 경험을 하나의 평면 영역으로 고정하고, 절기라는 시간적 경험을 공간적 단위로 시각화하는 것이다. 관람자는 박형진에 의해 섬세하게 직조된 색점들을 통해서, 색채 영역으로 치환된 특정 시간대의 풍경을 만나게 된다. 그 색점들은 변화되는 자연의 풍경을 통해 면면한 생명 시간의 흐름을 주지시키면서 삶의 주기를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 작가 소개


박형진(1986년생)은 <푸르게 앉아있던 공(空), 온그라운드_지상소, 서울,2019>외 네 번의 개인전을 했고 ,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 오채찬란 모노크롬, 비엔날레 3관, 목포, 2021>, <물과 바람의 시간, 대청호미술관,청주, 2021> 외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 <양주시립777레지던시4기>, <금천예술공장 12기>에 입주하여 활동하였다.


■ 전시전경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G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