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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 개인전 < The Moment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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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

    문철

  • 장소

    토포하우스 제2전시실

  • 주소

    서울 종로구 인사동11길 6

  • 기간

    2023-04-19 ~ 2023-05-02

  • 시간

    9:00 ~ 9:00

  • 연락처

    02-733-7555

  • 홈페이지

    http://www.topohaus.com

  • 초대일시

  • 관람료

갤러리 가기
찰나에 입힌 감각 -“순간의 설레임” 연작을 중심으로 -
 
글: 김은지 교수 (홍익대 미술대학)
 
순간은 양면성을 지닌다. 중요도에 비해 속절없이 지나치는 이유다. 순간의 중요도란 중요하지 않은 찰나의 순간이란 없다는 것에 있다. 찰나의 순간을 존재론적 관점에서 철학적 해석은 물론 시각적 창작물로 완성해 낸 작품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늘 발견된다. 그 와중에 독특한 방법으로 이 찰나와 그 중요성에 주목하여 매 찰나의 순간순간에 대한 시각적 구체화를 이루어 내는 예술가가 있다. 문철 작가이다.
 
문 작가는 찰나의 관념에 장미라는 감각을 입힌다. 장미는 서로 어긋나게 겹겹이 자리한 겹꽃잎으로 외관의 화려함이 돋보이는 꽃이다. 그래서 서구에선 “꽃들의 여왕“으로 또 4월의 아프로디테로 상징화 해내었다. 이렇게 화려하고 아름다운 장미의 겹꽃잎들 하나하나가 문 작가의 화폭에선 찰나의 매 순간들로 구체화되고 이는 곧 삶의 찰나에 대한 메타포가 되며, 동시에 겹꽃잎들의 아름다운 자태는 중요하지 않은 매순간이 없는 것으로 상징화된다. 보다 흥미로운 것은 이 겹겹의 꽃잎에 의한 장미꽃의 아름다움과 화려함은 궁극적으로 삶의 화양연화를 구체화 해낸다는 것에 있다.
 
찰나의 순간에 감각을 입혀가는 과정에서 문 작가는 반복적으로 색을 덧칠해 레이어를 쌓아가는 기법을 이용한다. 미국 유학시절부터 시작해 3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사용하고 활용해온 기법이다. 시각디자이너로 활발한 활동을 하던 시절에도 회화적 창작을 늘 놓지 않았던 결과이기도 하다. 창작을 위한 무던한 고민과 시도의 결과로 아크릴과 유채물감을 간헐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으로 완성해 낸 화폭은 문 작가만의 화풍을 결정 짓 듯, 부드럽고 온화하지만 동시에 우울함과 불안함이 깃든 깊은 서정성이 함께 자리하는 묘한 분위기를 형성 해낸다.
마치 순간을 겹겹이 기록하듯, 마치 겹겹이 이루어진 장미의 겹꽃잎처럼 반복되지만 결코 겹치지 않는 찰나의 순간을 구체화 해내듯, 문 작가는 그렇게 반복적인 색의 겹들을 올려내어 독특한 찰나의 순간을 완성해 간다.
 
니체는 “진실은 추악하다. 우리는 진실 때문에 멸망하지 않기 위해 예술을 한다.“고 했다. 덧없는 찰나의 진실 앞에 함몰되지 않고 다가올 찰나의 순간에 대한 삶의 애착을 보여주는 문 작가의 작품은 그래서 더 의미 있을 수 밖에 없다.
 


작가노트
아주 짧은 순간을 의미하는 찰나의 신 ‘카이로스’ 는 뒷머리에 머리카락이 없어서 한번 놓친 시간이 그렇듯이 아무도 그를 잡을 수가 없다. 틱닛한은 “현재를 놓치지 마라” 바로 지금 여기에서 항상 깨어 있으라는 가르침을 주었는데, ‘깨어있음’ 이 카이로스가 잡히는 순간일 듯 하다.
나는 깨어있는 의식으로 한송이 장미의 그 순간을 포착하여 이미 현실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 사실’ 에 숨겨져 있는 그 찰나를 나의 시각적 언어로 캐내 형태를 충실히 부여했다. 장미를 그리지만 장미를 그리는 것이 아니고 그 자체를 그리는 것이다.
아름다운 자태의 찰나와 그 찰나를 지나고 또 다른 찰나를 만난 마른 꽃잎, 아픈 찰나를 극복한 상처, 아직도 남아있는 마음의 구겨짐, 그리고 현존하지 않는 관념적인 색상과 진정한 경이로움을 만나기 위해 많은 레이어를 반복적으로 캔버스에 쌓아 올렸다.
하이데거는 우리 삶이 충만해지기 위해서는 자연과 사물 등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해 경이와 기쁨을 느끼는 인간 고유의 감정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존재하는 대상을 하이데거는 '존재자'라고 부른다. 그런 의미에서 로버트 프로스트의 금빛도 장미도 존재자이다.
일반적인 관점으로 보는 장미가 아니라 존재해 있는 장미 한송이 그 자체를 본다. 존재의 관점으로 보는 것은 장미를 사물이 아니라 장미라는 존재로 인정한다면 장미의 독자성과 고귀함을 경험하게 된다.
그 찰나를 발견하기 위하여 다르게 생각하기. 낯설게 생각하기를 통해 새로운 관점으로 항상 접근한다
하이데거의 존재, 존재자, 존재물음의 시선으로 장미를 바라보게 되면 일상에서 바라보고 매일 경험하고 있는 피었다 지는 장미는 어쩌면 날마다 새롭게 존재하고 있는 ‘찰나’ 들의 연속체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어느 사진작가가 “기적을 찍으려 했으나, 지나고 보니 매일매일이 기적이였다” 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우리가 우리의 존재를 느낄 때는 우리의 삶과 익숙하지 않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주어졌을 때가 아닐까? 나는 의도적으로 익숙치 않은 낯선 시각으로 장미에서의 경이를 느끼려고 제일 화려했을 순간을 설레는 마음으로 그린다. 장미는 그 찰나 속에서 자기 색을 다 소진한 이후 일상 속에서의 ‘시듦’을 시작하겠지. 그러나 아마도 그 ‘시듦’ 에서도 수많은 경이로운 찰나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기분은 하이데거가 말한 기쁨의 ‘경이’라는 기분으로 전환되고 다른 존재자들은 물론 시들기 전 지금 이 순간…
장미 한 송이에서의 경이로움을 발견했을 때 존재자로서의 우리 자신도 경이로울 것일 것이다.
그림의 다른 얼굴은 아우라이다. 가시 없는 장미는 진정한 장미가 될 수 없듯이 아우라가 느껴지지 않는 그림은 얼굴 없는 그림이다라는 것이 나의 오래된 철칙이다. 우리가 느끼는 다양한 아우라 가운데 가장 원초적인 것이 아름다움 일 것 이다라고 간주하여 한송이 장미에 집중하였다. 수천종의 장미 하나하나 다 다른 찰나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제일 화려한 순간. 시들기 직전 그 찰나를 포척했다. 우리의 삶에서 그런 때가 언제인가? 그 순간을 의식할 때가 즉, 시간 위에서 깨어있는 그 때가 매 순간 순간이 우리의 화양연화가 아닐까? 사과 속의 씨앗은 보이지 않는 과수원이란 웨일즈지방의 속담이 있는데, 한송이 장미꽃에 속에서 피지 못하고 지는 수 많은 잎들은 아마도 우리의 보이지 않는 소중한 찰나들이 아닐까?
하이데거는 일상에서의 경이를 느끼는 것이 나의 존재를 느끼고 인정하고 그 소중한 가치를 가지는 것이라고 했는데 나는 장미의 이 찰나 속에서 경이로움을 만나가 위해 수행하는 자세로 계속 레이어를 올리고 있다.



The Moments 23-1, 117 x 91(cm), oil on canvas, 2021


The Moments 23-2, 117 x 91(cm), oil on canvas, 2021



The Moments 23-3, 117 x 91(cm), oil on canvas, 2021



The Moments 23-4, 117 x 91(cm), oil on canvas, 2021


□ 작가 약력


문 철 (Moon, Chul) (1955년, 서울)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홍익대학교 대학원 졸업
프래트 (Pratt Institute)대학원 졸업(뉴욕)
데스키(Deskey Associate inc.)에서 2년간 시니어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뉴욕)영국 킹스턴 대학교 연구교수
대한민국 산업디자인전 심사위원 역임
일본 교토조형대학 국제디자인콤페 심사위원 역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학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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