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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L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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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그룹의 호반문화재단에서 운영 중인 아트스페이스 호화(서울 중구 세종대로 124)에서는 신건우, 이동혁, 최지원, 코스타스 파파코스타스로 구성된 기획전 < Deep Layer >를 오는 4월 14일부터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심해처럼 짙푸른 색을 작품의 주요 컬러로 사용한 회화와 조각을 한 데 모은다. 전시명 ‘Deep Layer'는 바다의 심해층으로, 전시의 핵심 요소와 조응한다. 심해는 육지의 삶과는 다르게 자유로운 이동을 가능하게 하여 현실의 이분법적 경계를 무너뜨린다. 본 전시는 미지의 영역인 심해와 같이 신비롭고 다층적으로 읽히는 파랑의 이미지들과 서사, 그리고 이들의 교집합을 소개하고자 한다. 본 전시에서는 회화 및 조각 작품 3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보이지 않는 존재와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작업의 초석으로 삼아, 이를 각자만의 방식으로 시각화한다. 신건우는 종교적 모티브를 녹인 인물상과 좀먹은 듯한 형상 조각에 울트라 마린 컬러의 섬유질을 곱게 분사 채색하여 존재와 부재의 공존을 나타내며, 이동혁은 기독교 문화에서 사용되는 상징과 버려진 공간 및 오브제가 결합된 스산한 풍경을 통해 믿음에 대한 의구심을 천착한다. 이들은 공고히 다져진 인류의 오랜 이야기에 의심의 촉을 던지며 이를 조각과 회화의 언어로 재구축한다. 한편,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또 다른 두 작가는 삶에 관한 상반된 비가시적 영역을 각기 다른 붓질로 표현한다. 최지원은 매끈한 도자기 인형과 한 때 생이 깃들었던 곤충의 사체, 생물 모조품 등을 그러모아 청아한 푸른빛의 초현실적 구상화로 세련하며, 코스타스 파파코스타스는 검푸른 색의 일 획의 필치로 폭발하는 현존재의 에너지를 표출한다. 이들은 각각 살아있는 것의 무상함과 생동함을 담아내 생의 양가적 면모를 길어낸다.
 
아트스페이스 호화 관계자는 “전시 《Deep Layer》의 작가들은 각기 다른 미적 형식으로 파랑(blue)을 유람하며 식(蝕), 믿음, 죽음, 힘 등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불확실의 세계를 기꺼이 헤엄친다.” 라고 말했다. 또한,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고 이따금씩 겹치는 4인의 자유롭고 푸른 움직임을 주목하며, 새로운 지대로의 탈주로 관객을 초대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 작가노트

신건우(Seoul, b.1978)는 종교나 신화 등 태고의 이야기들을 비틀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어떠한 것’을 조각 매체로 표현한다. 그것은 비가시적이지만 분명 있는 것으로서, 언어화 하기에 어려운 개념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러한 추상적 실존을 주로 종교성과 일상성의 접목, 혹은 완전한 전체와 불완전한 부분의 공존을 통해 구체화한다. 전자의 경우, 불상의 자세와 종교화의 광배 등을 평범한 인물상에 적용하여 절대자의 존재가 저 먼 곳이 아닌 지금 이 곳에 있음을 나타낸다. 후자는 蝕(좀 먹을 식) 이라는 글자를 형상화한 조각으로 전개된다. 일부분 좀 먹은 듯 제작한 고려 석탑 모각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물질 이면에 위치한 네거티브의 존재에 대해 재고하게 만든다. 더불어, 고운 섬유질로 분체 코팅한 차분한 블루 컬러의 표면과 침식 구간의 광택감이 주는 대조는 강한 시각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견고한 미적 완성도가 돋보이는 신건우의 푸른 조각은 세상을 구성하는 원료가 존재, 그리고 부재임을 피력한다.

신건우, , pigment on resin, neon, wood, 150×50×50(h)cm, 2021, ed.1/3


이동혁(Seoul, b.1985)은 실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서늘한 풍경을 그린다. 습기를 머금은 것 같은 부슬부슬한 터치로 인간 형상을 왜곡하거나, 물감을 바르고 깎는 과정을 반복하여 무언가가 퇴색해 버린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작가의 스산한 화면은 대부분 기독교 문화의 상징과 버려진 공간 및 오브제의 결합으로 이뤄진다. 기독교라는 인류의 거대한 종파에서 그 소재를 빌려오지만, 종교적 화두보다는 광의적 의미에서의 '믿음에 대한 의심'을 천착한다. 그의 주제 의식은 주로 두 가지 방법론으로 이미지화된다. 하나는 확고한 믿음의 이미지를 부수면서 끌고 오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모호한 텍스트를 단단한 이미지로 구축하는 것이다. 작가의 이러한 역치의 화법(畫法)은 실제와 멀 수록 더욱 구체화되는 믿음의 성질과 닮아 있다. 미스터리한 푸른 빛의 풍경은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당위에 물음을 던지며 허물어지고, 새로이 세워진다.



이동혁, <무제>, oil on canvas, 20×20cm, 2020


최지원(Seoul, b.1996)은 도자기 인형을 중심으로 한 초현실적 구상회화로 관객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특히 곱게 세련한 인형의 피부는 그것의 매끄러운 감촉과 더불어 텅 빈 속으로 인해 발생하는 공허한 소리마저 연상케 한다. 그의 회화에서 단연 돋보이는 이 오브제는 그 표면과 성질로 말미암아 연약하고 외로운 시대의 초상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러나 근작에 이르러서 작가는 삶 안과 밖의 광대한 이야기에 접속을 시도한다. 인형과 함께 수집된 곤충의 사체와 나무로 된 동물 조각품들은 한때 생이 깃들었던 생물이거나 생물을 모사한 사물이다. 모두 얼핏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숨이 꺼진 것들로, 삶과 죽음 사이에 있는 존재다. 작가는 이러한 경계적 대상들을 통해 생의 반짝이는 찰나와 무상함을 유비한다. 최지원은 회문(回文)처럼 돌고도는 생과 사의 이야기를 섬세한 붓질로 붙잡으며, 그 아름다우면서 기묘한 화폭 안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최지원, , oil on canvas, 193.9×130.3cm, 2023


코스타스 파파코스타스(London, b.1976)는 일 획의 커다란 물결 무늬 붓질로 신체 제스쳐와 운동감이가 느껴지는 모노톤의 추상회화를 표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작가는 캔버스를 바닥에 뉘인 뒤,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단숨에 붓을 휘두른다. 일필휘지로 완성된 코스타스의 페인팅은 동양의 서예 혹은 묵화를 떠오르게 한다. 실제로 작가는 불교와 동양 철학을 탐닉해왔으며, 깊은 명상의 과정을 끝마친 후에 솟구치는 생의 에너지를 응축하여 평면 위에 이를 폭발시킨다. 코스타스의 페인팅에 힘을 부여하는 또 다른 요소는 색채다. 기운 생동하는 짙푸른 색의 선(혹은 면)은 작가의 성장배경에서 기인한다. 지중해로 둘러싸인 그리스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그에게 짙고 깊은 블루 컬러는 바다의 생명력이자 영원한 그리움인 것이다. 즉흥적 감흥으로 만들어진 쪽빛의 유기적 리듬들은 현재성(presentness)을 일으켜 관람객의 즉각적인 몰입을 야기하는 동시에 화면 너머로 무한한 상상을 펼치도록 한다.  
 
 

Kostas Papakostas, , acrylic on canvas, 90×120cm,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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