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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보 개인전

Park Seo-Bo solo exhibition

  • 작가

    박서보

  • 장소

    조현화랑

  • 주소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65번길 171 (달맞이) / 해운대해변로 298번길 5 (해운대)

  • 기간

    2023-08-31 ~ 2023-11-12

  • 시간

    10:30 ~ 18:30

  • 연락처

    051-747-8853

  • 홈페이지

    http://www.johyungallery.com

  • 초대일시

  • 관람료

갤러리 가기


□ 전시 소개
박서보 작가의 마지막 개인전이 조현화랑 달맞이와 해운대점에서 8월 31일부터 11월 12일까지 열리고 있다. 1991년 박서보 작가의 첫 개인전으로 인연을 맺고, 이후 총 14번의 전시를 기획해온 조현화랑은 이번 개인전을 통해 2020년대를 기점으로 제작되기 시작한 후기 연필 묘법을 국내 최초로 소개한다. 또한, 디지털로 고인의 묘법을 재해석한 비디오 작품이 1000호에 달하는 연보라 묘법 대작과 더불어 몰입감 있는 관객 참여형으로 전시된다. 이외에도 화려한 색감이 돋보이는 세라믹 묘법 6점, 대형 판화 작품 4점을 포함하여 총25 점을 달맞이와 해운대점에서 선보인다.

조현화랑은 과거 90년대 첫 박서보 전시를 선보였을 때 작품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막 싹트기 시작하던 부산에서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후, 93년 LA 아트페어와 96년 프랑스 FIAC 아트페어를 시작으로 해외무대에 작품을 소개하기 시작했고, 현지 평론가들과 미술관장들의 호평을 확인하며 작가와 함께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조현화랑 달맞이의 돌계단을 올라 커다란 철문을 열면 평소 전시실과는 사뭇 다른 어두운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넓이 5,50m, 높이 2,50m의 대형 스크린에 비치는 화면은 묘법의 강렬한 색감과 입체감 있는 질감을 초고해상도로 확대하여 움직임을 부여한 디지털 작품이다. 아주 작은 지점에서 시작되어 전체로 확장되면서, 평소 눈으로 관찰할 수 없었던 세밀한 디테일을 느끼게 하는 이 작품은 박서보 작가의 손자 박지환이 제작한 것으로, 아날로그 방식에 익숙하던 작가가 디지털 문명을 대면하며 느낀 공포심에 대한 돌파구로 사용하기 시작했던 색채가 다음 세대를 통해 디지털 화면으로 재해석된 의미가 크다.
 
전시장을 가득 채우는 연보라의 오묘한 빛을 따라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환영 속을 거니는 끝에, 디지털 작품의 원형이 비좁은 전시실에서 발견된다. 1000호에 달하는 박서보의 연보라 묘법은 2010년에 제작된 것으로, 캔버스 표면에 올려져 일정한 간격으로 그어내는 과정에서 눌리고 밀리면서 선과 색을 안으로 흡수하는 한지의 물성이 연보라색과 어우러져 비움을 통한 채움의 정신성을 묵묵히 발현한다. 손의 흔적을 덮는 규칙적인 선이 만들어내는 절제에 담긴 색감이 자연의 자기 치유 능력을 발휘하듯 소멸하고 소생하길 반복하며 기운을 흡수하고 또 발산한다.
 
전시는 화랑 내부의 계단을 통해 2층에서 이어진다. 고요한 푸른 색감으로 칠해진 커다란 전시 공간에는 박서보가 1986년 중단하였다가 최근 작업에 재개한 신작 연필 묘법 12점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다.  밝은 파스텔 톤의 색감 위로 반복과 평행의 리듬감 있는 신체성을 드러내는 연필묘법에 대해 박서보 작가는 “무목적성으로 무한반복하며 나를 비우는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캔버스 표면에 반복적으로 선을 긋는 연필 묘법은 세살난 아들이 글씨 연습을 하면서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연필로 빗금을 치는 모습을 보고 체념을 떠올리면서 시작되었다.

손에 한지가 닿을 때 그 방향을 바꿔서 진행하는 과정은, 묘법을 매일같이 그려오며 신체와 같이 익숙해 졌기에 비로소 가능한 작업이다. 자연의 빛을 정신화한 파스텔 톤의 작품엔 알 수 없는 위로와 안정감이 깃든다. 유화물감이 밀리고 한지가 찢기는 물성에 세밀하게 반응하는 거장의 자유로운 손길이 경직된 모든 것을 극복한 온화하고 따스한 파스텔 톤의 색채와 더불어 존재 이전의 무한으로 뻗어나간다. 전쟁을 겪고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야 했던 젊은 시절의 좌절을 돌파해낸 의지로, 불규칙하고 거친 자연에서 광활한 시야로 자정 능력을 길어낸 박서보에게 자연과 화폭은 물리적인 대상인 동시에 은유이다. 오랜 시간의 수련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화폭에 담아 조율하는 박서보의 묘법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 없이 변화하며 확장되는 힘을 느끼게 한다.

박서보 작가의 이번 조현화랑 전시는 70여년이 넘는 화업 동안 끊이지 않는 탐구와 실험 정신으로 생의 마지막 날까지 묘법 시리즈를 지속해온 박서보의 지치지 않는 수행의 결과물을 목격하게 한다. 박서보 작가는 지난 9월 21일부터 23일까지 가족과 함께 부산을 방문하여 개인전이 열리는 조현화랑 전시장을 돌아봤다. 부산 방문 기록은 고인의 마지막 SNS 글이다.




Installation view  I  Johyun Gallery_Dalmaji




Installation view  I  Johyun Gallery_Haeundae



□ 작가 소개
 
박서보는 한국미술의 전위적 흐름을 이끌며 단색화의 기수로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주도했던 작가다. 일제 강점기였던 1931년에 태어난 그의 작품은 광복 이후 탈식민지적 고민과 전후 국가 재건의 시대상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단색화는 박서보 작가와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김환기 화백의 영향을 받은 소수의 회화가들이 당대 화단을 둘러싼 고집스러운 사상에 대한 반발이 일부 작용한 화풍으로, 1970년대 초 한국의 얼과 철학에 대한 작가의 급진적 해석과 서구 추상화의 간접 영향으로 탄생해 오늘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에 이르렀다. 단색화는 러시아의 구성주의, 그린버그의 환원주의, 유럽의 제로, 일본의 모노하 (이우환이 이끌었던 전위미술)에 이르기까지 세계 주요 회화 문화권에서 공통으로 찾아볼 수 있지만 비로소 본질적인 표현방식으로 구현된 것은 박서보의 손을 통해서 였다. 일, 가족, 공동체, 국가라는 일상의 의례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박서보의 실천은 물감, 기질, 손의 특이성에 바탕한 무한에 대한 명상이다. 겸손을 추구하는 자기 수행을 통해 그의 조형적인 묘법 연작은 글쓰기를 처음 배우는 아들이 시도를 거듭하며 좌절하는 모습을 목격하는 아버지의 부드러운 시선과 순간에서 비롯되어 인식할 수 있는 모든 형태, 즉 경직되고 인위적인 모든 것을 극복한 순수한 표현이다. 작가는 랑앤 파운데이션, 화이트 큐브, 베니스 비엔날레, 삼성미술관 리움, 부산 시립미술관, 리버풀 테이트 갤러리,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 등의 다수의 전시에 참여해왔다. 그의 작품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홍콩 M+ 미술관, 아부다비 구겐하임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도쿄 현대미술관과 같은 국내외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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