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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달항아리에 매료 되는가"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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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달항아리에 매료되는가
 
갤러리 나우에서 열리는 ‘우리는 왜 달항아리에 매료되는가’전에 참여하는 강익중, 구본창. 김용진, 석철주, 신철, 오만철, 이용순 전병현, 최영욱 등 9인은 달항아리의 기호에 끌림을 당한 대표적 작가들이다. 도자기 달항아리 작가부터 캔버스에 달항아리를 그리는 작가, 철심과 도자부조, 한지부조로 달항아리를 형상화 하는 작가, 사진으로 달항아리의 내적에너지를 이끌어내는 등 다양한 매체, 다양한 표현 양식들을 보여주는 전시이다. 자연스레 전시구성도 재미가 있다. 실제의 달항아리와 다양하게 이미지를 형상화 한 작품들이 나란히 걸리게 된다. 마치 개념미술가 조셉 코수스의 ‘하나인 세 개의 의자’를 연상시킨다. 의자를 찍은 사진, 실제 의자, 사전적 정의의 의자를 나란히 전시한 작품이다. 인간의 인식 능력인 지각(실제 의자), 상상(사진의 이미지), 사유(의자에 대한 정의)를 한 화면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진과 사물, 문자가 어떻게 하나의 의자라는 개념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의자라고 부르는 물체와 그 물체를 재현한 모사, 그리고 그 물체를 의자라고 부르면서 정의하는 그 과정을 본질적으로 개념적이란 말로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개념을 작품의 오브제로 삼아서 인간이 사물을 인식하는 방법 그 자체를 하나의 시각적 구성으로 보여주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의자’가 왜 의자가 되는 지를 손쉽게 보여준다. 갤러리 나우 전시도 ‘달항아리’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개념미술이 우리들에게 던져주고 있는 화두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달항아리가 왜 이 달항아리인지를 전시를 통해서 보여주고 확인시켜주려는 시도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들뢰즈의 시뮬라크르를 소환하게 된다. 플라톤은 이데아를 가장 참된 것으로 간주하고 현실은 이데아의 복제이며, 시뮬라크르는 복제의 복제로 가장 가치 없는 것으로 봤다. 하지만 들뢰즈는 애초에 이데아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원본과 시뮬라크르 간의 대조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본다. 시뮬라크르는 시뮬라크르 그 자체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들뢰즈에게 시뮬라크르는 더 이상 본질-외관 또는 원본-복사본의 구분 자체가 아니다. 원본과 복사본, 모델과 재생산을 동시에 부정하는 긍정적 잠재력을 숨기고 있다. 적어도 시뮬라크르 세계에서는 그 어느 것도 원본이 될 수 없으며 그 어느 것도 복사본이 될 수 없다. 원본으로부터 복제되어 나온 또 다른 원본이라는 주장이다. 원본을 모방한 복제, 나아가 복제가 아닌 원본이 된 복제가 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쥐를 모방한 미키마우스를 들 수 있다. 미키마우스는 더 이상 쥐에 종속되지 않고 하나의 독립된 원본이 됐다. 캐릭터 산업, 애니메이션 등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원본이 된 것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달항아리도 다르지 않다. 골동이나 문화재 속에서 있던 그 달항아리가 컨템포러리 아티스트을 통해서 이 달항아리로 빗어지고, 변형되며, 사진으로나 회화로 새롭게 형태를 갖추면서 드러난다.
 
많은 작가들이 달항아리를 소재로 작업을 하고 있다. 왜 작가들은 그토록 달항아리의 조형성에 매료되고 있는 것인가? 공통적인 이유는 흰색과 생김새에서 오는 감수성이다. 사실 달항아리 같은 순백자 항아리는 우리민족에게만 있어서 더욱 그러하기도 하다. 흰색은 전 세계 공통으로 하늘, 천상, 순결, 허공, 순종, 희생, 관대한 허용의 보편적 감수성을 지닌다. 느낌은 깨끗하고 자연스러우며 또 모든 색 중에 가장 순수하다. 하얀 웨딩드레스, 백의의 천사 간호사복, 수도원의 수도사복이 흰색이다. 천사도 백색 옷을 입고, 신선은 눈썹과 수염까지도 하얗다. 초월의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천상에서 오는 빛의 색을 흰색으로 가름했다. ‘희다’는 중세 국어로 해를 뜻하는 단어로부터 파생된 단어다. 흰색은 다른 색을 생생하게 살려주고 풍성하게 감싸 안기에 미술관 벽면도 하얗다.
달항아리는 백색이라도 눈빛 같은 설백(雪白), 젖빛 같은 유백(乳白), 잿빛이 도는 회백, 한지(韓紙)의 지백(紙白), 모시나 옥양목, 광목과 같은 그 미묘한 흰색의 멋을 담고 있다. 이런 색들은 조선의 유교사회에선 청렴과 절제를 상징했다. 고대 로마에서 관직에 출마하는 남자가 걸치는 흰 색의 ‘토가’도 같은 의미를 지닌다. 중세유럽 일부 성화의 흰색 후광과 성직자들의 흰옷은 고결함과 희생을 나타내고 있다. 지구촌 어디서나 백색 옷은 하늘 앞에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을 드러낸다는 정서를 지닌다.
 
흰색은 이처럼 '색상'을 넘어 시대마다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됐다. 흰색의 역사는 빛으로 순수함을 담으려 했던 인간의 여정이다. 무색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 흰색이 무색을 대신하면서 비움, 공허를 기표하기도 했다. 달항아리는 기물이라는 점에서 비움과 공허의 미덕은 존재자체의 의미이기도 하다. 흰색으로 그 존재의미를 더 극대화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생김새도 원이 아니라 둥그스름하다. 완벽한 원은 폐쇄적인 닫혀진 모습이다. 원에 가까운 둥그스럼은 열려진 구조다. 소통의 단초가 되는 것이다. 인간은 규격화 된 형상보다 비정형의 모습에서 마음을 저울질 하고 생각을 시작하게 된다. 인간의 자유의지가 발동되는 지점으로 우리가 외부세계에 관여하는 기본 방식이기도 하다. 달항아리의 비정형이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이유다. 양감을 더욱 풍부하게 부각시켜 준다. 달항아리가 내밀한 차원을 열리게 해주는 열린 구조라는 얘기다. 우리 감성의 보물창고가 열리는 것이다. 수화 김환기 작가는 “내 뜰에는 한아름 되는 백자 항아리가 놓여 있다. (…) 달밤일 때면 항아리가 흡수하는 월광으로 온통 달이 꽉 차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달항아리를 보고 있으면 “촉감이 통한다. (…) 사람이 어떻게 흙에다가 체온을 넣었을까”라고도 했다.
 
이런 자유의지와 상상력은 우리 오관에 날카로운 촉수를 만들어 준다. 최상급 영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실제적인 것을 떠나 상상적인 것에 이르러야 하는 것이다. 달항아리가 열린 감성의 창고라는 찬사를 받는 지점이다. 주둥아리가 넓어 호흡하는 느낌을 주면서 표면이 사람 피부 같기도 하다. 야스퍼스는 모든 존재는 그 자체에 있어서 둥근 듯이 보인다고 했다. 반 고흐도 삶은 아마도 둥글 것 이라고 했다. 존재의 그 둥굶은 현상학적인 명상을 통해서만 다다를 수 있는 곳이다. 빛 덩이 같은 달항아리 처럼 우리 자신을 응집시키고 외부적인 것이 없는 것으로 살아질 때 둥글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둥그스름한 달항아리는 하늘의 달이 되고, 그 풍경 속에 큰 평정이 있다. 좋은 상징물이다. 이런 해독의 임무는 예술에 있다. 들뢰즈의 초월론적 경험론도 이런 것일 게다. 목수가 대패를 통해 나무가 방출하는 기호에 민감해질 때에만 비로소 경지에 이르게 되는 이치와 같다.
 
편완식(기획자)

 
[약력 및 작품이미지]
 

강익중
 
학력
1987     프랫대학교 대학원 석사
1984     홍익대학교 서양화과 학사
 
개인전
2018     House of Dreams, Permanent Outdoor Installation, Cheongju , Korea
           My Hometown, Cheongju, Korea
           My Dream Career, Gyeonggi-do, Korea
           Memorial Garden, Permanent Outdoor Installation, Suncheon, Korea
2017     Things I Know, ARKO, Seoul, Korea
           Moon Jars, National Gallery of Art, Sofia, Bulgaria
           Samramansang,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Seoul, Korea
2016     Floating Dreams, Thames Festival 2016, London, UK
           Cube, Picture Book Library, Sun Cheon, Korea
           Going Home/Arirang,Odu Mountain Unification observatory, Paju, Korea
2015     Singing Water, Permanent Outdoor Installation, Sun Cheon, Korea
2013     Bridge of Dream, Permanent Outdoor Installation, Sun Cheon, Korea
2012     Things I know, Sabina Lee Gallery, Los Angeles, CA
           외 70여회

단체전
2020     우리는 왜 달항아리에 매료 되는가, 갤러리나우, 서울
2018     Stories and Dreams, Gyeonggi Museum of Modern Art, Ansan, Korea
           Hommage to Posco, Seoul, Korea
2017     Samramansang,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Seoul, Korea
           Contemporary Korean Ceramics,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UK
2016     Contemporary Korean Ceramics, Foundation Bernardaud, Limoges, France
           Recent Acquisition, British Museum Korea Gallery, London, UK
2015     Reshaping Tradition: Contemporary Ceramics from East Asia, USC Pacific Asia Museum, Pasadena, CA
            NK Project, Seoul Museum of Art, Seoul, Korea
           The Art of Our Time: Master Pieces from the Guggenheim Collections, Guggenheim Museum, Bilbao, Spain
2012     DMZ Art / Book Project for Peace, Gyeonggido Museum of Art, Ansan, Korea
           50th Anniversary Exhibition, Carl Solway Gallery, Cincinnati, OH
2010     Mr. Rabbit in Art Land, Gyeonggido Museum of Art, Ansan, Korea
           Works in the Open Air, Gyeonggido Museum of Art, Ansan, Korea
           Moon is the Oldest Clock,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s, Seoul, Korea
2009     Art Summer 2009, European Center for the Arts, Dresen, Germany
           Floor, Ceiling and Wall, Carl Solway Gallery, Cincinnati, OH
           외 50여회
 
수상
2012     Korean Art and Cultutre Award, Republic of Korea
           Alumni Achievement Award, Pratt Art Institute, New York
2008     Proclamation from City Council of New York
2007     Ellis Island Medal of Honor
1997     Special Merit Award, 47th Venice Biennale, Venice, Italy
           Louise Comfort Tiffany Foundation Fellowship
           Today's Young Artist Award, Republic of Korea
1996     The Joan Mitchell Foundation Fellowship
1994     New York Foundation of Art Fellowship in Painting
1990     New York Foundation of Art Fellowship in Painting
 
작품소장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s (Korea), Detroit Institute of Arts Museum,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British Museum (London UK), Seoul Museum of Art (Korea), Solomon R. Guggenheim Museum (NY), Museum of Fine Arts (Boston), Zaitun Library (Erbil Iraq), UNESCO (Paris France), Museum Ludwig Cologne (Cologne Germany), Presdient’s Committee on Arts and Humanity (Washington D.C.),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Y)



<강익중_달항아리>



<강익중_ Happy World D03E-2006, mixed media on wooden board, 58.5☓150.0☓6.0(d)cm, 2006>



구본창
  
학력
1985     함부르크 국립 조형미술대학교 사진 디자인 전공, 디플롬(diploma)
1975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경영학과 졸업
 
개인전
2020     ‘Dreams of Blue and White’, HK Art and Antiques, 뉴욕
2019     ‘Beyond the Silver’, 스페이스 22, 서울
           ‘Clandestine Pursuit in the Long Afternoon’, Zen Foto , 도쿄, 일본
           ‘Incognito’, 한미사진미술관, 서울
           ‘The Allure of Blue’, Ivory press, 마드리드, 스페인
2018     ‘구본창’ 국제갤러리, 부산
           ‘구본창 시작을 돌아보다 1970-1990’, 분도갤러리, 대구
2018     ‘구본창’, 창성동 실험실, 서울
2018     ‘ACQUA·WATER·물’, Acquario Civico Milano, 밀라노, 이탈리아
2018     ‘감춰진 얼굴’, 대신증권 갤러리 343, 서울
2016     ‘花’, 신세계갤러리 인천점, 인천
2016     ‘花’, 신세계갤러리 광주점, 광주
2016     ‘Vies silencieuses’, Galerie Camera Obscura, 파리, 프랑스
2016     ‘White Vessels’, 토미오 코야마 갤러리, 도쿄, 일본
2015     ‘백자의 시간’, 이도갤러리, 서울
           ‘Koo Bohnchang', Nanohana, 하코네, 일본
2014     ‘White On White’, Villa Flor, 에스샨프, 스위스
           ‘Open End’, Galleria Carla Sozzani, 밀라노, 이탈리아
           ‘동강사진상 수상자전’, 동강사진박물관, 영월
           ‘구본창의 아카이브: 18개의 전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
           ‘정해창: 구본창의 ‘정물’사진 조우’, 트렁크갤러리, 서울
           외 50여회
 
단체전
2020     우리는 왜 달항아리에 매료 되는가, 갤러리나우, 서울
2019     ‘공간기억’ , 김중업 건축박물관, 안양
2018     '새로운 시대를 연 한국의 사진가들’, 2018 지메이X아를 사진축제, 샤먼, 중국
            '프레임 이후의 프레임: 한국현대사진운동 1988-1999’, 대구미술관, 대구
2017     '변화와 고요의 나라, 한국’,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 독일
            '겨울나기’, 국립민속박물관, 서울
2016     ‘때時깔色, 우리 삶에 스민 색깔’, 국립민속박물관, 서울
           ‘Ordinary’, Korean Cultural Centre Gallery’, 시드니, 호주
           ‘DNA of Coreanity’, 테헤란 밀라드 타워, 이란
           ‘Getxophoto 2016’, 게초, 스페인
           ‘한국 현대 도예’, 프랑스 베르나르도사 베르나르도 재단, 리모주, 프랑스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
2009     ‘Chaotic Harmony: Contemporary Korean Photography’, 휴스턴미술관, 휴스턴
           ‘한국 현대사진 대표 작가전: 2009 오디세이’, 예술의전당, 서울
2008     ‘한국현대사진 60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Inspired Simplicity: Contemporary Art from Korea’, 시애틀미술관, 시애틀, 미국
2007     ‘Chuseok - Korean Harvest Festival’, 영국박물관, 런던, 영국
외 80여회
 
수상
2015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미술부문 대통령상 표창
2014     동강사진상 수상
2003     강원다큐멘터리 작가상 수상
2000     이명동 사진상 수상

작품소장
대영박물관 (런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 (런던), 뮤지엄 오브 파인 아트 (보스턴), 뮤지엄 오브 파인 아트 (휴스턴), 아시안 아트 뮤지엄 (샌프란시스코), 뮤지엄 오브 모던 아트 (샌프란시스코), 산타 바바라 뮤지엄 오브 아트 (캘리포니아), 시애틀 아시안 아트 뮤지엄, (시애틀), 필라델피아 뮤지엄 오브 아트, 국립민속박물관 (서울), 덴버 아트 뮤지엄, 함부르크 예술공예 박물관 (독일), 카르나발레 박물관 (파리), 기메 박물관 (파리), 헤르초크 재단 (바젤), 브리스 베인 퀸즈랜드 아트 갤러리 (호주),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 (호주), 레이캬빅 사진 박물관 (아이슬랜드), 카히츠칸 미술관 (교토), 샤데이 갤러리 (도쿄), 시립동양도자미술관 (오사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시립미술관 (서울), 시립미술관 (대전), 리움 삼성미술관 (서울), 선재미술관 (경주), 한미사진미술관 (서울),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서울), 시립미술관 (부산), 제주현대미술관 (제주), 고은사진미술관 (부산)

 
작업노트
Vessel   白磁
1989년 어느 책자에서 보게 된 한 장의 작은 사진은 평소에 박물관에서 무심히 보아 넘겼던 백자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준 계기가 되었다. 사진에 찍힌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도예가인 Lucie Rie 옆에 놓여 있는 조선시대 백자를 본 순간 그 큰 볼륨감과 완만한 선에 감동하게 되었고 시간의 상처인 긁힌 흔적들과 하얀 속살 같은 표면은 머나먼 고향을 떠나 낯선 외국인의 옆에 놓여있는 백자의 서글픔을 강하게 느끼게 하였다. 그 백자는 마치 내게 다가와서 구원해 주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 후 1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에야 이 작업을 하게 되었다.
박물관의 수장고에서 혹은 유리장 속에서 숨을 죽이고 수줍은 듯 기다리는 백자들… 한 사람 한 사람 인물 사진을 촬영하듯이 접근하려 하였다. 단순한 도자기 이상의 혼을 가진 그릇으로서, 우리의 마음을 담을 수 있고 만든 이의 마음을 담을 수 있는 容器로서 보여지기를 기대한다.
 
 
<평론>

백자의 시간
 
비키 골드버그 (사진평론가)
 
구본창의 사진을 처음 접한 건 미국 휴스턴에서 개최되는 사진 축제 ‘포토페스트(FotoFest)’에서였다. 2000년 포토페스트는 미국 최초로 한국 현대사진전을 열었다. 당시 나는 구본창의 작품에 깊은 인상을 받고 이 사진작가에 대한 글을 <뉴욕타임스>에기고했다. ‘구본창의 대형 사진은 세월의 흔적에 얼룩져 그 이미지와 본성 자체가 서서히 시간에 굴복한 듯한 광활한 하늘과 바다를 인화해놓은 듯 보였다. ‘시간의 그림’이라는 제목의 이 사진들은 세월의 풍파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오랜 회벽의 사진이었다.’
(사족을 붙이면, 이 평론을 읽은 그는 이를 계기로 대학교수직을 떠나 사진에만 전념하기로 했다는 짧은 이메일을 보내왔다. 맙소사, 이런 걸 기대한 건 아니었는데. 사진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소위 예술 사진에만 전념하기로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람들이 어느 작은 섬의 인구수에 맞먹을 정도로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곧 한국에서 손꼽히는 사진작가가 되어 내 걱정이 기우였음을 보여주었다. 최근 그는 교수직을 다시 제안 받고, 젊은 세대에게 진 빚을 갚겠다는 생각에 그 자리를 받아들였다.)
 
시간과 시간이 남긴 자국에 대한 집착은 당시 그의 작품에 분명히 드러나 있었고 이후에도 그의 사진을 대표하는 특징이 되었다. 이와 함께 그가 꾸준히 관심을 쏟은 것은 피사체에 내재된 변형이었다. 실제로 포토페스트에서 보여준 이미지들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었다. 백자에 대해 설명한 작가 노트를 보면 사진작가는 당장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심오한 아이덴티티를 대상에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믿음이 엿보인다. 그는 도자기 하나하나를 ‘귀중한 유물이라기보다는 도자기를 빚는 사람과 감상하는 사람의 마음을 한없이 어루만져주는 영혼의 그릇’으로 여기고 ‘마치 인물을 찍듯이 조심스럽게’ 촬영했다고 썼다.
 
1989년 구본창은 한 잡지에서 영국계 오스트리아인 도예가 루시 리(Lucie Rie)가 백자 옆에 앉아있는 사진을 보고, 그 백자가 풍기는 ‘웅장하고 절제된 형상’은 단순히 장식품이라기보다 리의 ‘오랜 동반자’, 즉 사람처럼 우정을 나누거나 적어도 교감을하고 영감을 주는 존재처럼 보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한 ‘시간에 베인 자국과 이국땅에 떨어진 서글픔을 무방비하게 드러내는 백자의 모습은 내 가슴 깊은 곳을 울렸다’고 적었다. 그의 초기 작품인 회벽 사진이 생동하는 하늘이나 바다처럼 보였듯, 여기서도 무생물 대상은 살아 움직일 수 있는 존재로 여겨졌다. 여전히 그는 시간의 흔적, 시간이 쉴새 없이 남겨놓는 기록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럼 이국땅에 떨어진 서글픔은 무엇일까? 꾸밈 없고, 본질적으로 무색( 無色)인 백자는 한국과 한국인의 얼을 담고 있는 상징적 존재지만, 정작 한국에는 최고의 컬렉션이라고 할만한 것이 없는 실실정이다. 이런 이유로 그는 타국에 소장된 한국의 항아리와 백자다기를 사진에 담기 위해 전 세계 박물관과 개인 컬렉션을 찾아다녔다. 백자는 조선시대(1392-1910) 초기부터 거의 500년 동안 만들어진 한국 고유의 작품이다. 조선왕조는 도덕과 절약, 겸손과 검소를 강조하는 성리학을 국가 이념으로 받아들였고, 백자가 지닌 꾸밈없는 순수함과 단순한 모습은 이 신조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렸다. 또한 조선 평민들은 유교사상 아래에서 매일 흰옷을 입었는데, 19세기에 조선을 다녀간 많은 외국인은 이 모습을 보고 백의민족이라는 별칭을 지어냈다.
 
구본창은 35mm 소형 카메라보다 긴 촬영 준비 시간을 요구하는 4x5인치 대형 카메라를 이용해 천천히 각 도자기의 특성을 관찰했다. 그에게 백자는 먼 옛날 이를 사용했던 사람들의 혼을 담고 있는 그릇인 까닭이다. 사진에 담긴 이미지는 백자의 나이와 역사를 반영하듯 살짝 흐리며, 명료함과 정확성이 생명인 다큐멘터리와 달리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많은 백자는 도공의 손길과 불가마에서 얻은 결함으로 가득한데, 마치 살아있는 물체처럼 윤곽선이 휘어져 보이는 도자기도 이따금 보인다. 
 
그는 백자에서 옛날 한국인의 삶과 내면세계의 흔적을 찾아냈다. 마치 카메라가 단순한 ‘것들’이 지닌 변형의 힘, 즉 물체와 생물 사이, 과거와 현재 사이, 기억과 은유 사이를 맴도는 가변적인 아이덴티티를 끄집어낸 듯 보인다. 유물에는 각각의 역사가 스며 있기 마련인데, 구본창의 사진은 그 역사를 말해주는 무형의 암시와 단서, 인상, 관련성을 은연하게 드러내 사진이 존재하지조차 않았던 시대의 느낌을 재현한다. 바다가 연상되던 초기의 회벽 사진에서는 지각( 知覺)에 따라 변형이 일어났다면, 백자 사진에서는 암시와 지식이 그러한 변형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모름지기 예술이란 한눈에 들어오면서 미적으로도 아름다워야 하지만, 섬세한 의미는 그 안에 숨어 기다리고 있다. 그의 생각과 설명은 해당 대상의 관련 배경과 의의를 자세히 일러준다. 사진은 대상이 무엇인지 드러내어주는 캡션이나 텍스트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그의 이러한 설명은 작고 소박한 항아리 사진도 보이는 것처럼 단순한 정물사진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 순간 변형이 일어난다. 즉, 얌전히 놓여있던 항아리에서 지나간 세월의 숨은 이야기와 이를 사용했던 사람들의 메아리가 새어나온다.
 
백자 특히 항아리는 둥글거나 곡선미가 있고 누가 봐도 여성스럽지만, 화려하기보다는 점잖다. 어여쁘고 우아하며 가냘프고 요염하게 곡선을 그리지만 금욕적일 정도로 조용하고, 완벽에 가깝지만 미묘한 흠이 있으며, 이제는 다소곳하게 박물관의 진열장 안에 놓여있다. 이 모습이 마치 평소 집에 들어박혀 지내며 외출할 때 얼굴을 가리고 다녀야 했던 17-18세기의 상류층 여인들을 떠올리게 한다고 그는 말한다.   맨 처음 궁중 식기로 사용된 백자는 여인의 고운 살결처럼 희었는데, ‘피부가 흰 여자는 미인으로 통한다’ 고작가는 썼다. (얼마 있다가 백자는 다른 사회계층으로 흘러들어가 일반 민가에서 사용되었다. 평민들이 사용했던 자기에는 하얀 바탕에 다른 색이 조금씩 섞여 있다.)
 
이 여인들을 기리는 마음으로, 그는 부드러운 ‘살색조의 오래된 분홍빛’ 사진 시리즈를
창조해냈다. 빛의 색온도를 조절해 베이지색의 한지를 배경으로 한 흐린 장밋빛 사진들은
광택이 흐르고 깨지기 쉬운 고가의 백자보다 더 따뜻하고 분위기 있고 ‘알 듯 말 듯한’
느낌을 풍긴다.
우리 인간은 자신의 모습에 흥미를 느낀 나머지, 몇 세기에 걸쳐 백토를 포함한 모든 재료로 인간의 형상을 빚었다. 심지어는 아무 상관도 없는 대상에서 몸을 떠올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피카소의 1919년 작 <물병과 사과가 있는 정물>에는 육감적인 곡선을 그리는 물병 위에 사과 두 개가 잘못 자리 잡은 가슴처럼 놓여 있고 그 밑에 또 다른 사과 두 개가 엉덩이처럼 자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십자가나 유물 같은 성스러운 물건이 아니거나 조상을 숭배하는 나라의 사당이 아니라면, 형상이 아닌 사물에 오래전 망자의 혼이 깃들어 있다고 여기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에는 조상을 숭배하는 전통이 있다. 아마도 이런 사고방식에 영향을 받아 작가는 백자 속에 여인의 혼을 보았으리라.
 
도자기가 홀로 서있는 다른 사진들과 달리, 한 사진에서는 한 도자기의 오른쪽 절반이 다른 도자기의 왼쪽 절반과 등을 마주하고 있다. 두 개의 도자기는 마치 서정이 흐르는 분홍빛 세계에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누듯, 자신감이 넘치고 웅변을 하는 듯한 풍만한 곡선을 서로에게 내보인다.
 
반면, 흑백사진은 당대 선비들의 삶을 상징한다. 겸손과 사양, 검약이라는 유교 이념을 몸소 실천했던 조선 선비들은 집에 작은 도자기와 서예도구를 두었다. 또한 구본창의 흑백사진은 여성적인 사물이든 남성적인 사물이든 서로 다른 분위기에 존재하며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볍게 조절한 부드러운 회색빛 이미지는 절대 하얗게 빛나거나 거멓게 흐려지는 법이 없다. 모름지기 백자는 저돌적이지도 뽐내지도 않은 채, 모든 유생들이 그러하듯 삶에 순응하고 정진해야 했다.
 
<달항아리>는 두 개의 긴 시리즈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한 시리즈는 하얀 항아리에 검은 그림자가 점점 드리워지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고, 다른 시리즈는 반대로 검은 그림자가 걷히며 하얀 항아리가 드러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크고 둥그스름한 달항아리는 그 안이 비어 있어도 가득 차오르라는 기대감을 품고 있기 때문에 행복을 상징한다. 이 작품은 달이 구름 속으로 자취를 감추는 모습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길흉화복이 반복되는 인생의 주기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특이한 형태의 사물 사진도 몇 점 눈에 띈다. 예를 들어, 다섯 개의 봉우리가 가운데를 고점으로 점점 낮게 솟아있는 물건은 외국인의 눈에 이빨로 만든 왕관처럼 보인다. 가는 길이 멀고도 힘든 한국의 영산(靈山)‘ 금강산’을 상징하는 이 물건은 서예가들이 지친 손과 마음을 내려놓을 때 사용하는 붓 받침대로, 금강산의 기운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손쉬운 수단이다. 또한 작은 공 모양이나 단순히 둥그스름한 모양 위에 조그만 구멍이 나있는 물건은 ‘무릎’ 연적으로, 벼루에 먹을 갈 때 쓸 물을 담아두는 그릇이다. 유교에서는 에로티시즘이 감춰져 있었기 때문에 여인의 무릎을 닮은 이 연적은 조선 선비들이 곁에 둔 물건 중 가장 핀업걸 달력에 가까운 것이었으리라.
 
백자처럼 소장 가치가 높은 도자기를 촬영한 사진들은 거의 예외 없이 그 대상물을 ‘스타’로 치켜세운다. 즉, 무대 중앙에 홀로 세운 후 그 당당한 풍채에 환한 조명을 쏘고 실제 이상으로 미화해 큰 의미를 부여한다. 겸손은 이런 이미지들에 드러나지도 않을뿐더러 적합하지도 않다.
 
반면, 구본창의 사진은 존경을 담아 띄우는 러브레터보다도 화려하지 않다. 그의 사진 속 백자에는 도공과 사진작가가 의도한 이중의 겸손과 절제가 스며 있다. 이 둘의 묘사는 스타덤의 원칙을 따르기를 거부한다. 대신 피사체를 중앙에서 살짝 옮겨 구도의 원칙을 따르거나, 대상의 일부만 사진에 담기게 한다. 예를 들어, 절반이 잘린 도자기의 굽이진 곡선은 여인의 엉덩이에서 잘록한 허리, 가슴 바로 밑까지 이어지는 옆 라인을 과장되게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또 어떤 사진에는 4분의 1만 보이는 항아리 뒤쪽에 다른 둥근 항아리가 절반만 모습을 드러낸 채 서있는데, 두 항아리 모두 스타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나란히 놓인 곡선, 열린 주둥이로 어두운 빈 속을 내보이는 불룩한 형체에 가까워 보인다. 어떤 도자기는 한 박자 쉬었다가 시간이 남긴 상흔을 드러내고, 또 어떤 도자기는 주저 없이 큰 균열을 내보인다. 여기서도 그의 집착이 엿보이는데, 어쩌면 이는 우리 모두가 사로잡혀 있는 생각일는지도 모른다. 즉, 시간은 지나가는 길목에 서있는 것들을 살아있든 죽어있든 모두 휩쓸고 가며 모든 존재는 그 길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근접 촬영한 디테일 사진은 미국의 추상화가 사이 톰블리도 울고 갈 만큼 무수한 연필 스크래치를 선보인다. 그는 백자의 두드러진 특징인 결함과 시간의 두드러진 특징인 손상에 집중함으로써 수공예 작업과 그 솜씨에 경의를 표하고, 또 지불하지도 지불할 수도 없는 지나간 세월의 가치를 인정한다.
 
구본창은 한국의 백자를 찾아 세계 여행에 나설 때 역사와 목적의식, 이 두 가지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 일본은 1592년과 1597년에 조선을 침략했고, 1910년부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1945년까지 한국을 점령했다. 두 차례의 왜란 동안 조선백자에 매료된 일본인들은 수많은 도자기를 약탈해갔고, 특히 도공들의 납치를 통해 도자 기술과 가마들이 상당량 일본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오히려 본고장인 한국에서는 백자 제작의 맥이 끊기다시피 했다. 오늘날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오래된 백자는 많은 수가 일본에 있고 일부는 머나먼 이국땅에 있다.
 
구본창은 자신의 사진이 무력으로 빼앗긴 한국의 보물들을 되찾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의 노력 덕분에 그 아름다움과 과거에 묻혀 있던 백자들이 우리 곁으로 왔기에 이는 특별한 선물이다.



<구본창_HA 07 BW, Archival pigment print, 100X80cm, 2005>



<구본창_MG 08 BW, Archival pigment print, 100X80cm, 2005>



김용진
 
학력
1990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및 동대학원
 
개인전
2016     매체의초상 (아트파크 갤러리)
2014     점의형상, 아트파크 (세브란스아트스페이스 초대전)
2009     기(氣)로 가득 찬 기(器)(아트파크 초대전)
2004     기(氣)로 가득 찬 기(器)(조선화랑 초대전)
2003     인터콘티넨탈호텔 아시아 라이브갤러리 초대전
2002     중심으로부터(덕원갤러리 기획전)
1996     자화상전(윤갤러리 기획전)
1994     자아로부터 과정(나무갤러리 기획전)
 
단체전
2020     우리는 왜 달항아리에 매료 되는가, 갤러리나우, 서울
2019     아트 마이에미, 미국
2018     KIAF 한국국제 아트페어
2015     권진규 미술관 개관기념전
2014     마이에미 스코프 아트페어, 미국
2013     Korean collective 영국런던 ALBEMARLE Gallery
2011     스위스 바젤 Korean Contemporary Leonherd Ruethmvell 갤러리
2008     Korean Flguative Art, DIE Galeria,(독일-프랑크푸르트)
           외 40여회
 
작품소장
서울시립미술관, 한미미술관, 서울아산병원, 한국민속촌,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보령제약, 대명레저산업, 개성공업지역(종합지원센타), 키움증권
 
 
<평론>

그림과 입체의 이중주: 저만큼 멀리서, 이만큼 가까이서
이주은 (성신여대 교수, 미술평론가)
 
세상은 물질로 가득하고 인간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그 물질을 변화시킨다. 예술가는 물질을 깎고 붙이고 두드리고 다듬어 이미지를 만든다. 그렇게 재료와 씨름하는 과정에서 그것과 하나가 되고, 또 재료의 차원을 넘어서는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김용진은 철사라는 재료의 세계에 빠져든 작가이다. 철사를 긴 선으로 표현하는 대신 그는 다양한 침의 형태로 캔버스 위에 곧추세운다. 따끔거따끔거리도록 예민한 철사 침들은 역설적이게도 매끄러운 도자기라든가 부드러운 얼굴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김용진의 작품은 멀리서 보면 그림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입체이다. 밑그림의 ‘점’과 철사의 ‘선’이 모여 전체적으로 ‘면’을 이루는 것이다. 그는 캔버스 위에 하나하나 점을 찍어 철사 침을 심는데, 점과 점의 간격을 일일이 계산하여 밀도를 다르게 표현한다. 침의 생김과 높낮이에도 차별성을 두어 양감과 질감, 원근과 명암 처리를 해준다. 한마디로 김용진의 작품은 점, 선, 면이라는 미술의 기본 언어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겠다.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가볍고 얄팍한 유행에 휘말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감각적인 작품들이 만연한 가운데에서도 흔들림 없이 김용진은 자신만의 기본 언어를 지키고자 한다. 유행이란 시기를 탄다. 새로운 스타일이 나타나면 조금 전의 유행은 구식으로 몰린다. 현대적이라고 생각해온 스타일들이 금세 따분한 것들이 되고 만다. 예술은 영원하다는 말 자체가 무색할 정도로 예술이 변덕스러워져 있다. 이런 예술을 위해 예술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어떤 이는 말한다. 본래 예술이란 인간이 어떻게 세월을 보내느냐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일 뿐이라고. 김용진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작업에 시간을 바치지만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데에는 그런 하루들이 겹겹이 쌓여야 한다. 달리 말하면, 그가 세월을 하루하루 축적하는 방식, 그게 바로 그의 작품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작품의 재료를 다루는 과정과 태도에 주목하는 것은 중요하다. 물성을 다룬다는 것은 재료가 가진 풍부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그것에 반응하고 나름대로 해석하는 일이다. 대부분의 생산적인 직업과 마찬가지로 예술가도 일단은 재료를 다루는 기술이나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창의적 아이디어란 재료를 기술적으로 다루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부차적으로 솟아나온다.
단순히 독특한 소재를 고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재료를 직접 마주하고 그것과 밀고 당기기를 지속할 때 비로소 물성은 작동된다. 즉 재료와 작가의 끈질긴 관계 속에서 물성에 대한 탐색은 완성되어 간다. 그 관계 맺음은 수행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시간을 잡아먹으며 수고스러운 과정일 것이다. 하지만, 그 경험이 없이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것이 물성의 세계이기도 하다.
김용진은 집요하게 반복하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사람이다. 반복 자체는 지겨움의 연속으로 보일 뿐이지만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예술작품을 제작한 사람의 진정성을 나타내주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반복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지극히 일상적인 것이다. 일상은 습관적으로 TV를 켜는 것처럼 별 볼일 없는 행위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래서 오래도록 일상의 단조로운 단면들은 예술의 차원에서 주목할 가치가 없다고 여겨져 왔었다. 하지만, 예술행위라고 해서 처음부터 숭고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김용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수많은 예술적 가능성들을 한꺼번에 펼치는 일이 없다. 오직 단순한 몇 개의 행위들로 제한하고 그것을 반복함으로써 형상을 만들어 나간다. 오래전 그는 손으로 철사를 일일이 고불고불하게 돌려말았었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는 철사를 원하는 모양대로 꼬아서 잘라내는 기계를 장만했다. 철사를 말아 단위형태를 만드는 기계작업도 커다란 전체가 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준비단계이다. 궁극적으로 이 하찮은 단위 하나하나가 전체 이미지를 품게 되는 것이다.
한번 꼬인 철사들을 모았을 때와, 두 번 꼬인 철사들을 모았을 때 농담효과는 달라진다. 이런 효과를 수학적으로 체계화하려면 기계작업은 필수이다. 적게 꼬였을수록 여백이 많아져 묽은 느낌을 주고, 많이 꼬였을수록 색과 농도는 짙어진다. 다양한 단위의 핀으로 농담처리를 함으로서 단순한 점묘회화를 넘어선, 입체로서의 특이한 재미를 살리고 있다.
거대한 산을 옮기기 위해 매일매일 삽으로 흙을 퍼서 날랐다는 우공이라는 옛 중국인의 이야기를 생각해본다. 우직함이 결국은 산을 옮기는 원동력인 것이다. 반복은 무의미가 아니다. 평범한 반복 속에 인간의 존재 이유가 담겨 있으며, 창조의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 반복은 전체를 아우르는 의미심장한 무엇임에 틀림없다. 
김용진의 작품은 한번은 저만큼 멀리서 바라보고, 두 번째는 이만큼 가까이서 들여다보아야 한다. 가까이서 보면 점들이 전체를 채우지만, 멀리서 보면 전체는 점들로 인해 나뉘어져 있다. 반복행위들이 쌓인 집적의 결과물을 꼼꼼히 보는 일은 멀리서 볼 때와는 전혀 다른 별개의 경험이다. 눈앞에 마주하는 미세한 점들이 점차 번지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번지듯 퍼져 나간 전체 이미지는 때로는 그릇이 되고 때론 소나무가 되고 때론 누군가의 얼굴이 된다. 하나의 이미지가 확산과 분열을 동시에 진행하는 경이로운 이중주인 셈이다.
 


<김용진_기(기운기)로가득한기(그릇기), 철, 170x156cm>



석철주
 
학력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추계예술대학교 미술학부 동양화과 졸업
 
개인전
2017     조은갤러리, 서울
           겸재미술관, 서울
           갤러리 다함, 경기도
2016     동산방화랑, 서울
           현대화랑, 대만
2015     space CHoA.갤러리 필
           고려대학교 박물관,서울
2014     갤러리세솜, 창원
           서호미술관, 경기도
2011     아뜰리에 아키 인 베르사체, 서울
2010     Beacon 갤러리, 서울
2009     학고재, 서울
2008     일본금산갤러리, 토쿄
2006     리즈갤러리,경기도
2005     학고재, 서울
           외 13회
 
단체전
2020     우리는 왜 달항아리에 매료 되는가, 갤러리나우, 서울
2019     미네르바Ⅱ‘한라에서 백두까지’-3.1운동·임시정부수립100주년기념회화(동양화)33인전 (갤러리 뫼비우스, 서울)
2018     2018가나 아뜰리에 오픈스튜디오 (장흥제2아뜰리에, 경기도)
           PAF2018 IN PARIS paf,paf (BASTILE DESIGN CENTER, PARIS)
           디지털 프롬나드 전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17     장욱진탄생100주년기념행사100배 즐기기! 전 (장욱진미술관, 경기도)
           2017년 한국.네팔 현대미술교류전 (네팔,이키데미. 꺼럴라디, 카드만두)
           2016 SAVE THE EARTH GREEN CORPS EXHIBITION ‘SAVE THE EARTH. SAVE THE SAND’
(UN Headquarters New York Conference Building 1st Floor Hallway New York, USA)    
2015     SCOPE BASEL 2015 (SCPE PAVISION, Basel, SWISS)
           CONTEXT Art Miami 2015, (미국, 마이애미 웬우드)
           광복70주년기념특별전 201_5감도“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오” (세종미술관, 서울)
           1970 어디서 무엇이 다시 만나랴 이후 (환기미술관, 서울)
           외 70여회


평론

도자기에 담은 마음의 풍경
 
류지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석철주는 한국화의 전통을 담아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1980년대부터 한국 전통 옹기의 형태, 질감과 그 위에 손으로 그린 문양을 화폭에 담아내는 작업을 지속하여왔다. 작가는 형태적인 요소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점차 표현 방식 자체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한동안 회화의 본질을 추구하려는 시도를 진행하였다. 캔버스에 바탕색을 칠하고 그 위에 다른 색으로 덧칠을 하는데 그러고 난 뒤 물을 묻힌 붓으로 그 위에 그림을 그린다. 이러한 제작방식은 그림을 그려냄과 동시에 지워나가는 효과를 보여주게 되면서 재료들이 지닌 물성에 대한 인식을 자연스럽게 전환시켰다. 또한 화면에 나타나는 이미지는 여러 색의 중첩를 통해 나타남으로써 대상의 본질에 대한 다중적인 의미를 제시하였다. 나아가 색을 칠하고 그림을 그리고, 지워나가는 과정은 순간에서 영원을 이르는 시간성의 층위를 내포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그의 작품은 풍경을 다룬 그림에 머무르지 않고 풍경으로서의 자연을 넘어서는 보다 근원적인 질서를 담아내고자 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한국 전통회화의 정신성을 담아낼 뿐만 아니라 시간성과 물성과 같은 서구현대미술의 중요한 쟁점까지도 효과적으로 보여주었다. 자연의 생명력을 담아낸 풍경이 ‘신몽유도원도’라면 그의 도자기 형태를 바탕으로 한 그림 역시 자연을 품고자 한다. 하지만 풍경작업이 거시적인 자연관을 드러낸다면 도자기 그림은 보다 미시적 관점에서 ‘나’ 자신에서 출발하고 있다. 자연의 확고한 존재감이 거대한 풍경으로 드러난다면 도자기 그림은 대상의 존재와 비움 동시에 그러한 현상의 순환과정에 대한 내적 사유를 담아낸다. 즉 자연을 끊임없이 동경하는 내면세계의 반영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바탕칠을 하지 않아 실의 짜임이 그대로 드러나는 캔버스 위에 하얀색 달항아리가 크게 그려진다. 도자기의 형태는 마치 실제 도자기를 빚어내는 듯 저마다 조금씩 다르다. 또한 표면은 도자기만큼 매끄럽지 않으나 붓의 흔적에 따라 조금씩 질감이 다르다. 예전과 달리 형태를 만들어나가고 색을 덧입혀 훑어내고 긁어내는 방식은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구축의 개념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리하여 표면효과는 더욱 거칠고 작가의 손길이 잘 드러난다. 게다가 그 위에 여러 다양한 꽃, 식물들이 제각각 그려지는데 이미지는 분명해지고 또한 이미지의 색층에 따라 공간의 깊이감이 달라진다. 사각형의 주어진 공간 안에서 자리잡은 도자기의 정적인 구성은 그 안에 담긴 그림의 긴장감 넘친 포치, 율동감 있는 필치와 조화롭게 어우러져 정중동의 합일을 이룬다. 바로 이 지점에서 ‘도자기 형태로 만들어진 그림’이라는 새로운 조형개념이 시도된다.
이렇듯 작가는 화면의 형태적 요소와 내용적 의미를 적절하게 구성함으로써 도자기 형태의 안과 밖의 경계를 너머 자연의 환영을 담고자 하였다. 캔버스 안과 밖의 공간, 도자기 형태를 둘러싼 안과 밖의 여백은 모두 보이지 않는 존재의 공간이다. 비록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없는 듯 하지만, 그 안에는 어떠한 존재, 혹은 자연이 틀림없이 있다. 그러므로 식물의 이미지는 자연에 대한 작가의 추상적 사유로서 나타난 흔적인 것이다. 여기에는 스스로 만들어놓은 공간 안에서 지속적으로 자신이 지닌 존재가치를 가늠하는, 작가의 능동적 창조의지와 사유과정이 담겨있다. 석철주의 도자기 그림이 마음의 풍경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사의가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전통적인 예술관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옛 화인들이 하얗고 둥근 항아리 모습에서 만개한 보름달을 떠올리며 도자기 위에 필묵으로 무한한 세계를 표현하듯 이제 그의 도자기 그림은 새로운 도원경을 펼쳐내고 있다.
 
 
작업노트

도자기에 담은 마음의 풍경
 
내 그림의 도자기는 화면의 형태적 요소와 내용적 의미를 적절하게 구성함으로써 도자기 형태의 안과 밖의 경계를 너머 자연의 환영을 담고자 하였다. 캔버스 안과 밖의 공간, 도자기 형태를 둘러싼 안과 밖의 여백은 모두 보이지 않는 존재의 공간이다. 비록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없는 듯 하지만, 그 안에는 어떠한 존재, 혹은 자연이 틀림없이 있다. 그러므로 식물의 이미지는 자연에 대한 나의 추상적 사유로서 나타난 흔적인 것이다. 여기에는 스스로 만들어놓은 공간 안에서 지속적으로 내가 지닌 존재가치를 가늠하는, 나의 능동적 창조의지와 사유과정이 담겨있다.  도자기 그림에 마음의 풍경을 담고 있다는 점은 나의 사의가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전통적인 예술관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다. 옛 화인들이 하얗고 둥근 항아리 모습에서 만개한 보름달을 떠올리며 도자기 위에 필묵으로 무한한 세계를 표현하듯 이제 나의 도자기 그림은 새로운 도원경을 펼쳐내고 있다.



<석철주_달항아리18-3, 자작나무판재, 아크릴릭, 60.5x59cm, 2018>



<석철주_달항아리18-14, 자작나무판재, 아크릴릭, 60x59cm, 2018>



신철
 
학력
1997     단국대학교 대학원 도예학과 졸업
1990     단국대학교 도예학과 졸업
 
개인전
2016     몽펠리에 "달항아리전"
           미고갤러리 "달항아리전"
2014     스테이트타워 T.S.R "달항아리전"
           프랑스 한국문화원 "달항아리전"
2013     애경백화점 AK갤러리 "달항아리전"
           공평아트 갤러리 "달항아리전"
2012     청강갤러리 "달항아리 가을을 담다"
2010     중국상해 컨템플러리 "달항아리전"
           일본 동경 쿄갤러리"달항아리전"
2009     세종문화회관 "백자 대호달항아리전
2006     부산 벡스코 "청자연리문전"
           세계일보캠퍼스갤러리"청자연리문전"
2004     통인옥션 "청자연리문전"
2003     뉴욕통인화랑 "청자연리문전
2001     통인화랑 "청자연리문전"
1999     활토갤러리 "바람의 흔적"
           서호갤러리 "연리문전"
1994     토도랑갤러리 "신철 그릇전"
 
단체전
2020     우리는 왜 달항아리에 매료 되는가, 갤러리나우, 서울
           외 150여회
 
작품소장
뉴욕블루클린박물관, 파리체루누치박물관, 한국도자재단,청학미술관, 방산자기박물관,
청강문화산업대사랑관도벽(지식의샘) , 아산자이아파트도벽(휴식) , 바비엥도벽(심연)
 
 
작업노트

달항아리는 둥그런 몸체에 아무런 무늬가 없는 조선시대의 40cm~50cm의 대형백자 항아리를 일컫는 말이다. 항아리의 희고 깨끗한 살결과 둥근 생김새가 보름달을 연상시킨다하여 붙여진 것이다. 달항아리는 17세기 후반 무렵부터 18세기 전반에 만들어졌는데 그 당시의 백자는 조선시대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백색과 형태를 보여주며, 그 중에서도 달항아리는 단연 으뜸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도자기를 30여년하면서, 달항아리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2005년 한국의 국립박물관에서 조선의 달항아리 명품 전이 열렸는데, 이 전시를 본 후, ‘달항아리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라는 궁금증이 생겨 여러 문헌을 찾고, 달항아리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런 무늬도 없는 우윳빛 흰색인 태토(Body)와 형(Shape)으로만 모든 것을 표현하는 달항아리의 제작은 그리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먼저 우윳빛 흰색의 태토를 만드는 것, 그리고 일반적인 가스불이 아닌 장작불로만 만들 수 있는 부드럽고 넉넉한 조형을 만드는 것은 시간과 정성을 필요로 했다.
중간에 몇 번의 전시를 통하여 스스로의 완성도를 알아보고자 했는데, 둥근 항아리는 만들어 졌지만 내 스스로는 물론 이거니와 관람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단순해야 할 이 항아리에 너무 많은 것(소박함, 준수함, 당당함, 넉넉함, 너그러움, 풍성함 등등)을 담고자 하는 의욕이 앞서, 항아리의 조형에 욕심이 들어가 둥글고 예쁘게만 만들어 졌기 때문이었다.
달항아리를 통하여 나를 찾는 과정을 거치면서 힘들고 지치기도 하였지만 1000점을 만들어 불을 때면 진정한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않을까? 또 나만의 달항아리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작업을 시작한지 10여년이 지나 이제 1000여점을 넘은 7년이지난 지금, 나는 나의 달항아리에 간결하고 소박한 넉넉함을 담고자 한다. 또한 솔직함과 당당함을 가진 형(Shape)을 보여주는 달항아리를 만들고자 한다. 그리하여 달항아리를 통하여 보는 이들로 하여금 너그러운 넉넉함을 가지고, 달항아리에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신철_방산백자_진주백토_460x460x480cm>


오만철
 
학력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단국대학교 대학원 도예과
경기대학교 고미술 감정학과
 
개인전
아트플러스갤러리,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기획, 광주
한컬렉션 초대, 영국
L’IME ART Gallery 초대, 프랑스 파리
한컬렉션 초대, 영국, 런던
마니프 초대, 예술의전당, 서울
아라아트센터초대, 서울
기타큐슈컨벤션센터, 일본
후쿠오카 시립 미술관, 일본
외 38회
 
단체전
2020     우리는 왜 달항아리에 매료 되는가, 갤러리나우, 서울
           외 250여회
 

<평론>
박영택 (미술평론가 경기대교수)
 
작가 오만철의 작품세계는 종이라는 화면, 납작한 평면에서만 이루어지진 않는다. 그는 도예를 전공해 손수 도자기를 만든다. 회화를 전공하고 또 다시 도예를 전공한 예는 더러 있지만 이 두 개 세계를 동시에 병행해가는 경우는 사실 드물다는 생각이다. 그러니까 그는 화가이자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는 ‘도예가’인 셈이다. 화가이자 도공이며 평면이자 입체에 그림을 그리는 이다. 그래서 그는 입체인 그릇의 표면에 그림(도자회화)을 시술 한다. 평면과는 또 다른 공간에 자연, 산수를 펼쳐 보이거나 꽃과 나무를 즐겨 그려 놓았다. 종이의 단면에 스며들어 번지고 퍼져나가는 것과 다르면서도 여전히 자연, 식물성의 세계를 흙 위에 서식시킨다. 종이 역시 자연, 나무라면 도자기에 그림을 그릴 때에 그는 분청에 철화를 결합하는 방법을 통해 종이에 수묵을 그릴 때처럼 색감이 베어들거나 번지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그릇은 불에 넣고 구워내기에 우연적인 효과가 무엇보다도 크다. 원하는대로 제대로 나오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런데 바로 그런 요소가 더욱 흥미와 도전을 부추기는 것일 수 있다. 도자기의 표면에 그려지는 그림 역시 불과 시간, 우연적 인 힘에 의해 새롭게 구현된다.
작가는 무엇보다도 조선관요에서 도공들이 만들고 화원들이 그림을 그려 만든 명품들을 떠올리며 상대적으로 오늘날 도자기에 되살려 내면서 도자회화의 중요한 성과를 모색하 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시도는 평면작업과의 또 다른 맥락에서 동양의 수묵그림이 가능한 지점의 모색으로 보여진다. 현재의 작업은 바로 그 같은 모색의 지난한 과정으로 읽혀 지는 것이다.
 
 
작업노트

달 항아리를 향유하다
 
화공과 도공을 업으로 삼고 본격적으로 작업에 임한지 벌써 강 산이 세번째......그동안의 수많은 시련과 어려움속에서 재탄생 한 도자회화에 과분한 관심과 벅차오르는 감동을 겪으면서 이에 만족하지 않고 완성도 높은 작업을 위해 동분서주하기를 10여 년......매일 매일 도를 닦는 마음으로 조선의 도공과 화공의 예술 혼을 느껴본다. 조선의 백자들은 다양한 형태와 색감을 가지고 있다. 특히 17세기 중, 후반에 나타나 18세기 중엽까지 유행했던 조선 특유의 달항아리는 조선백자의 정수로 꼽는데 이는 중국이 나 일본에 비해 원만한 형태미와 조선의 자연 친화적인 심성을 추상적으로 표현한듯한 넉넉하기 그지없는 이 달항아리 속에서 생활철학으로 삼고자 했던 '절제미'를 엿볼수 있다. 달항아리는 기본적으로 환원 소성이기 때문에 우유같이 기름진흰색, 눈같이 정결한 흰색, 탁한 회색기운이 많은 흰색 등 그 밖에 가마소성에 따라 태토에 따라 많은 색감을 가지고 있으며, 그 당시 생활에 필요한 무엇을 담는 용기로 제작 하다보니 달항아리 겉표면에 배어나온 여러 장류들의 색감에서 그 특징을 찾아 볼 수 있다. "아주 일그러지지도 않았으며 더구나 둥그런 원을 그리는 것도 아닌것이 어리숙 하면서도 순진한 아름다움에 정이간다"는 어느선생님의 말처럼 달항아리 작업을 하다보면 점점 달항아리를 닮아가는 느낌으로 세속에 흔들리지 않고 보름달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가식없는 삶의 표현이 되어감을 느낀다. 마치 수행하듯 넉넉한 달항아리에 저부조를 하고 또 음각을 해서 그위에 상감을 하고 스며나온 장류등 오래된 연륜의 색감을 표현 하면서 반복적인 고단함과 노동집약적인 시간의 흐름속에 마지막으로 1330도 고온의 환원소성인 가마속 불의 세례를 받아 재탄생한 달항아리를 보면서 그동안의 수고로움과 번거로움은 어느새 사라지고 조선 도공들의 혼과 함께 삶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달항아리속엔 조선인의 생활 철학인 절제미가 녹아있듯 나의 달항아리속엔 겸손과 자연미가 스며들고 흙의 물성을 불과함께 융합하여 도자회화의 세계로 펼쳐보이는 것이 내 사색의 근원이자 몸부림일 것이다.
 
 

<오만철_반추(反芻)-달항아리1, 백자도판, 81x81cm, 2019>



<오만철_반추(反芻)-달항아리2, 백자도판, 57x57cm, 2019>



이용순
 
전시
2020     우리는 왜 달항아리에 매료 되는가, 갤러리나우, 서울
           Collect 2020, 갤러리 LVS, 서울
2017     백자 달항아리전, 통인화랑 통인옥션갤러리, 서울
2015     삶의 수작 전, 김해클레이아크, 김해
2014     Beauty of Joseon Dynasty, 통인화랑, 서울
           공예 트렌트 페어 초대전, 코엑스, 서울
2013     이용순 달항아리와 문방사우, 통인화랑, 서울
2012     이용순 백자달항아리, 통인화랑, 서울
2010     국제수공예박람회 달항아리 초대전, 뮌헨, 독일
           백자달항아리, 신세이도 하타나카갤러리, 일본
           백자달항아리, 노원문화예술회관, 서울
2009     백자달항아리, 통인옥션갤러리, 서울
           백자달항아리, 미고갤러리, 부산
           백자달항아리, 통인갤러리, 서울
2008     백자달항아리, 오리엔테이션갤러리, 샌프란시스코, 미국
           백자달항아리, 통인화랑 통인옥션갤러리, 서울
 


<이용순_달항아리>




전병현
 
학력
1988     Ecole nationnal superieure des Beaux-Arts 졸업 ‘파리국립미술학교’프랑스 Paris
 
전시
2020     우리는 왜 달항아리에 매료 되는가, 갤러리나우, 서울
2019     “종이충격”, 양평군립미술관
2017     ‘어피어링시리즈’ apearing Serie", 가나아트센터 평창동 개인전
2016    ‘홍콩 아트페어’, 가나아트갤러리
2014     가나화랑 30주년 기념전, 가나아트센터 평창동
2010     Urbanization and Globalization: Korean Artists, Gana Art New York, New York
2007     걸프아트페어, 두바이
2006     런던아트페어, 영국 이슬링턴
2004     ‘한국평면회화 어제와 오늘’,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1997     소나무여! 소나무여!, 환기미술관, 서울
           미술대전 대상작가수상전, 국립현대미술관서울
1955     북경한국현대미술전, 북경국립현대미술관, 중국
           외 35여회
 
 
작업노트

작가의 재료는 모두 서울근교 농장에서 작가가 나무를 키워 수확한후 직접 종이를 만드는 과정을 수행하고 있다.
작업은 모두 캔버스 위에 우선 한지로 만든 부조작업을 꼴라쥬(붙이는)하는데서 시작한다.
흙으로 모양을 빗어서 석고부조 원판을 만들고 완성되면 석고판에 한지 닥죽(한지의 원료)을 두껍게 올려 물기를 스폰지로 제거한 후 사나흘을 그늘에서 말린 다음 떼어내어 캔버스 위에 밀가루 풀을 잘 쑤어 붙인다. 충분히 말린 후 채색을 하는데 내구성을 위해 중성풀(카파롤)을 안료와 섞어 쓰고 있다. 백색 돌가루는 유백색을 선호하는 터라 물감은 항상 일정하게 한 회사의 제품만 사용해 오고 있다. 대리석가루로 만든 물감인데 마르면 내구성이 좋고 변색도 없어서 먼지만 타지 않는다면 영구적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작업하는 것은 표면의 릴리프를 강조하다 보니 작업시간이 많이 걸려도 항상 일정하게 작업을 하고 있다. 평균 제작기간은 며칠이라 단정할 수는 없고 한지 닥죽이 겨울철에는 잘 마르지 않아 여름 가을에 충분히 말려놓았다가 겨울에도 작업을 한다.
작가는 파리 유학 1980년대부터 한지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번 전시 작업은 “불러썸(만개-BLOSSOM" 시리즈 중 한 가지로 2007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한지로 만드는 지난 5회의 개인전중 진행되는 시리즈 중에 한 스타일의 작품이다.
 


<전병현_블러썸 (blossom), 150x150cm, 캔버스 위에 한지부조 꼴라쥬, 돌가루, 안료 , 목탄>



최영욱
 
학력
2000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1991 홍익대학교 회화과
 
개인전
2019     카르마, 노화랑, 서울, 한국
           롯데123, 서울 한국
2018     응결, 일우스페이스, 서울, 한국
           카르마, 반얀트리 호텔 갤러리, 서울, 한국
2017     카르마, 대신파이낸스 센터 갤러리 343, 서울, 한국
           달의 위로, 비선재, 서울, 한국
2016     카르마, 소울아트스페이스, 부산, 한국
           카르마, 비선재, 서울, 한국
2015     카르마, 비선재, 서울, 한국
           카르마, 표갤러리, 서울, 한국
           카르마, 전갤러리, 대구, 한국
2013     카르마, 소울아트스페이스, 부산, 한국
           카르마, 에이큐브갤러리, 서울, 한국 & 도쿄, 일본
2012     카르마, 아트이슈프로젝트, 대만
           달 속에 품은 연緣, 서정욱갤러리, 서울, 한국
           카르마, 선컨템포러리, 서울, 한국
           달을 품다, 롯데갤러리 광복점, 부산, 한국
2011     Image of memories 무각사, 광주, 한국
           특별전 카르마 대구세계육상대회 귀빈실, 대구, 한국
           카르마, 전갤러리, 대구, 한국
           카르마, 베르사체 아끼, 서울, 한국
           카르마, 가가갤러리, 서울, 한국
           카르마, Yegam갤러리, 뉴욕, 미국
           외 23회
 
단체전
2020     우리는 왜 달항아리에 매료 되는가, 갤러리나우, 서울
2019     내일의 작가 행복한 꿈, 노화랑, 서울, 한국
           Basic gravity전, 동아 갤러리, 서울, 한국
           April talk전, 갤러리Y, 서울, 한국
2018     유한함의 영원성, JJ 중정갤러리, 서울, 한국
           아트마이닝-서울 : 동시대 예술의 네 가지 감정, DDP, 서울, 한국
           TASTE, JJ 중정갤러리, 서울, 한국
2017     최영욱, 정현, 이세현 3인 기획전 ORIGIN, 갤러리 박영, 한국
           秋 달항아리를 품다- 구본창, 최영욱, 2인전, 갤러리 We, 서울, 한국
           ART369, 아트플레이스, 서울, 한국
           JAM프로젝트, JJ중정갤러리, 서울, 한국
           오늘의 시각,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한국
2016     아트경기 2016 START UP, 경기문화재단, 경기, 한국
           ACAF2016,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서울, 한국
           담다, 슈페리어갤러리, 서울, 한국
           최영욱, 최준근, 이세현전, 아트스페이스벤, 서울, 한국
2015     아름다운 만남전, 훈갤러리, 서울, 한국
           THE WAY TO INFINITY, 리츠칼튼 초이스 갤러리, 서울, 한국
           나는 불꽃이다, 63아트미술관, 서울, 한국
           Self Fiction Seoul&Japan, 한전아트센터, 서울, 한국
           ROOM, 갤러리HUUE, 싱가폴
           천변만화 그림 속 도자기를 만나다, 이천시립 월전 미술관, 경기도, 한국
           어울어지다, JJ 중정갤러리, 서울, 한국
           4人4色, 갤러리H, 서울, 한국
           비우다, 채우다, JJ 중정갤러리, 서울, 한국
           외 150여 회
 
 
작업노트

기억의 이미지
 
나의 그림은 기억의 이미지화, 소통의 매개체다. 기억은 특정 이미지를 형성하고, 이미지를 통해 기억은 표출된다. '지각과 경험의 울타리'(기억)에 근거해 어떤 의도가 시도되고 감정이 표출되고 소재나 재료, 색감이 선택되고 이것은 어떤 이미지를 만들게 된다. 결국 내가 표현한 이미지는 내 삶의 기억, 내 삶의 이야기들이다. 나는 내 그림속에 내 삶의 이야기들을 펼쳐 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 그림을 보는 다른 이들은 내 그림속에서 본인의 이야기와 기억을 끄집어 낼 것이다. 나의 기억이라는 것이 다른 이의 기억과 연결되며 그 관계에서 보편적 인간의 모습이 그려지게 되는 것이다. '내 삶'이라는 것은 결국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지게 되니 결국 보편적 인간을 표현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내 작품을 보는 것은 나의 내부로 잠행해 들어가는 동시에 내 그림을 보는 사람들 자신의 속으로들어가 보는 것이 된다. 내 자신을 돌아보며 나를 찾는 과정이다. '나'를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깨닫게 되고 그 과정에서 '소통'이 이루어진다. 나의 그림은 결국 그 '소통'을 위한 매개체다. 소통은 단순한 현재의 언어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과거와 현재, 나와 너를 잇는 소통의 매개체가 바로 내가 표현한 기억의 이미지들이다. 내 그림에 보이는 달 항아리는 단순한 그릇이 아니다. 나는 달항아리라는 이미지를 소통의 매개체로 선택했다.
달항아리와 조용히 만나본 적이 있는가. 많은 것을 말하지 않지만 많은 것을 품고 있는, 지극히 단순해 보이지만 극도로 세련된 그 피조물을 먹먹히 보고 있노라면 그건 이미 내 안에 들어와 내가 되어 버렸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것인가를 그는 이미 나에게 말해주고 있다. 사람들은 나를 달항아리 그리는 작가로 안다. 하지만 나는 달항아리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달항아리처럼 살고 싶은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거다. 그 안에 내 삶의 이야기를 풀었고 동시에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을 담았고 찾았다. 내가 그린 ‘karma는 선에 그 의미가 담겨있다. 그 선은 도자기의 빙열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인생길이다. 갈라지면서 이어지듯 만났다 헤어지고 비슷한 듯하며 다르고, 다른 듯 하면서도 하나로 아우러진다. 우리의 의지를 초월하는 어떤 운명안에 삶의 질곡과 애환, 웃음과 울음, 그리고 결국엔 그런 것들을 다 아우르는 어떤 기운... 꾸밈없고 단순한 형태와 색감은 우리 마음 밑바닥의 측은지심 같다. 우리는 본디 착한 마음을 갖고 있지 않나.
이렇듯 도자기는 내 삶의 기억들의 이미지고 동시에 보편적인 인간의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의 달항아리는 말이다. 내가 그 안에 기억을 넣어주면서 그것은 단순한 도자기가 아니라 우리의 기억이 되었다. 여러 선과 흔적은 시공을 초월한 암호이고 우리는 우리의 기억을 더듬어 그 암호를 풀어나간다. 나의 그림을 바라보며 한 기억을 떠올려 그 안으로 들어가 보라. 그 속에 착한 인간의 존재가 있다. 그 안에서 삶의 이야기를 찾는 여정을 시작해보기 바란다. 그 안에서 우린 만나고 있을 것이다. 나는 내 삶의 이야기를 그렸지만 결국 그것은 우리 모두의 삶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최영욱_Karma 20184-55, 162x146cm>



<최영욱_karma20194-38, 96x88cm>
  • 우원 2020-06-12 11:17:43

    좋은 작품 잘 감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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