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현재전시 다채로운 전시 작가 작품! 아트 플랫폼 서울갤러리

 

헬로 스트레인저

Hello, Stranger!

  • 작가

    권정민 오소리 하수정

  • 장소

    하자센터

  • 주소

    서울 영등포구 영신로 200 (영등포동7가)

  • 기간

    2020-08-14 ~ 2020-12-19

  • 시간

    9:00 ~ 9:00

  • 연락처

    99-999-999

  • 홈페이지

    https://haja.net/

  • 초대일시

  • 관람료

    무료관람

갤러리 가기
< Hello, Stranger! >는 익숙하다 / 낯설다는 감각이 어떤 맥락에서 발생하는지 탐색하고, 이를 통해 감각의 재편성을 도모하려는 전시이다. 익숙함/낯섦은 세계 안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자극에 대한 즉각적 반응이다. 사람들은 이성적 판단과 상관없이, 아니 오히려 이런 감응에 더 사로잡힌 존재이다. 감응은 개인 안에, 관계 망 속에 잠복되어 있다가 어느 순간에 어떤 가치와 타인에 대한 열렬한 끌림, 반대로 격렬하게 불편한 감정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정서적 이질감이 경멸, 혐오로, 물리적 폭력으로도 드러난다.

철학자 랑시에르는 이른 바 ‘감각적인 것의 분배''라는 용어를 통해 공동체 상징질서 안에서 한 사람이 차지하는 정서의 몫이 배당되어왔음을 이야기한다. 이는 공동체 공간에 각자의 역할과 사고방식, 할 일의 내용이 어떤 잠재적 원리로 배분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려서, 학생이라서, 여자/남자라서 혹은 직업과 역할, 배움의 정도에 따라 각자에게 할당된 정서적 공간 안에서 각자가 보고 듣는 것, 느끼는 것, 말하고 행동하는 것에 관한 감각적 질서가 만들어진다. ‘자연스럽고 당연한', 감각과 행동원리, ‘익숙하고 편안하다’고 느끼는 것은 이러한 지도 안에 표기된 지리 좌표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상한 것, 불편한 것, 두렵고 오싹한 것 등 낯섦의 감각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문화연구자인 로빈 우드는 ‘익숙한 낯섦'을 뜻하는 프로이트의 용어 ‘운하임리히(unheimlich/ 언캐니uncanny)’를 문화의 재현을 통해 발견하며, 개인을 넘어 사회적인 무의식으로 확장한다. ‘익숙한데 낯설다'라는 모순적 감각은 ‘억압된 것이 귀환’한다는 반증이다. 한 사회가 용인한 것의 바깥, 질서를 위해 그은 선을 넘는 것, 할당된 감각의 자리를 이탈한 채 잠복한 것은결코 사라지지 않고 우리 안에 가라앉아 있다가, 반드시 돌아와 하나의 의미 있는 증상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이상하고 낯선 감각을 돌아보는 것은 무엇이 배제되고 무엇을 억압되었는가를 더듬어보는 과정이 된다.

따라서 ‘운하임리히'라는 용어는 근대 이후 역사의 시간을 성찰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이성, 진보, 확장과 번영의 근대는,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주체'로서 남성, 백인, 어른이자 인간을 역사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시간을 만들어갔다. 따라서 비이성적이고 신화적인 것, 낙후된 것, 서구 문명이 아닌 것, 가치 없는 공터, 정복당한 땅, 유색인종, 자본의 가치를 담지 못한 쓸모없는 잉여의 세계, 여성적인 것, 이성애가 아닌 것, 어린 아이, 자연에 대한 대상화, 멸시와 추방, 폭력적 삭제를 만들어내었다. 문화 안에서 ‘낯섦'은 우리가 타자성이라고 부르는 형상을 담지 하여 되돌아온 것을 마주하는 순간이다.

그림-책은 그림책, 만화, 글이 담긴 일러스트레이션에 이르기까지 그림과 글을 엮어가며 이야기를 직조하는 장르를 통칭하기 위해 임의적으로 “-”를 넣은 용어다. 그림 서사라는 이야기 양식과 ‘책'이라는 물성을 각각 사고하면서도 몽타주적인 연결을 연상시키기 위함이다. ‘글'을 이해하는 능력인 ‘문해력 literacy’은 지금껏 당연시해왔던 근대 교육의 목표이나, 이러한 교육방법은 랑시에르가 말하는 ‘감각적인 것의 분배'를 재생산하는 것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한다. 그림-책을 이를 교란시키는 자리에 위치시키려 한다. 일차적 감응을 불러일으키는 이미지와 이와 대치하거나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기 위해 배열하는 ‘글'의 관계는 그림-책의 작동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 초청된 작가들은 그림책이라는 장르의 고유의 표현을 실험, 확장해왔을 뿐 아니라 근대 이후 (어린) 독자를 위한 문학/미술 작품이 가진 한계를 직시하고 새로운 ‘보기' 위치, 감각의 지도를 제안해왔다. 근대 어린이문학이 부추겨온 ‘모험'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탐구심'이 무엇을 추방하고, 배제해왔는지 기이하게 혹은 풍자적으로 드러내고, 어린이문화가 할당받아온 따뜻하고 안전한 감각의 지형을 바꾸어 우울감과 불안의 감각을 직시하게 한다.

다양성 · 포용성은 기존의 감각의 분배를 해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고 이야기해본다.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의 원리를 돌아보면서, 스스로의 자리와 타인의 자리, 인정된 것과 승인받지 않은 것을 성찰할 수 있을까. 폭력의 현장에 대한 감응을 나로부터 분리시키거나 억압시키지 않고,, 공감(empathy)을 넘어 그 곁에 함께 있기(compassion/co-feeling)의 윤리를 같이상상해보고자 한다.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G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