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Gallery

두가헌 갤러리에서 금속공예가 김승희의 개인전 《너와 나의 풍경 2020》을 개최한다. 한국 현대공예 1세대인 김승희는 이번 전시에서 현대 금속공예에 옻칠 채색을 접목한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전통의 현대화’라는 작가적 가치관을 실현하기 위해, 채화-옻칠 명장인 최종관의 지도를 받아 까다로운 옻칠 과정을 배웠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금속공예의 새로운 가능성을 펼쳐 보인다.

김승희는 한국 공예의 전통을 잇고 이를 동시대적 조형 언어로 새롭게 실험해 온 작가다. 1970년대 미국 유학 시절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그의 창작 활동은 '한국미의 재발견'을 위한 도전기라 요약할 수 있다. 1980년대 작가는 병이나 그릇, 주전자, 쟁반, 은수저 등 친숙한 옛 일상용품을 판금이라는 전통적인 금속공예 제작 기법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한국의 산업화 초기 시절, 상류층과 문화적 새로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고급스러운 은기의 수요가 있던 시기였다. 한국 금속공예의 뿌리를 찾는 작업에 몰두한 작가는 전통 기능 보유자를 찾아 만나면서, 한국적 기법과 소재를 재발견하고 한국적인 조형미를 연구했다. 이후 금속공예뿐 아니라 고결함이 돋보이는 옥을 소재로 보석함이나 펜던트 등의 장식품을 제작하며 공예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당시 작가에게 가장 영향을 준 모델은 미술사학자 최순우의 『조선의 민예』였다. 김승희는 민예품의 담백하고 진솔한 아름다움을 자신의 그릇에 응용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금속공예가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던 작가는 1987년 개인전에서 전통적 공예관에서 벗어난 현대 조형으로서의 공예라는 대전환을 시도하는 금속 설치 작업 <하염없는 생각>을 발표한다. 두가헌 갤러리 전시에서 당시 작가의 조형적 언어를 잘 보여주는 1988년작 <실내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 이후 작가는 입체, 평면 등 다양성을 추구해 오면서 ‘금속으로 그리는 풍경’ 연작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너와 나의 풍경 2020》에 선보이는 동명의 새로운 연작에서 작가는 색채에 대한 갈망으로 옻칠 채색에 도전한다. 옻칠에 안료를 섞어 금속판에 색을 입혔다. 작가는 회화성과 함께 촉각적 요소도 부여한다. 금속판의 표면에 찹쌀풀과 안료, 생옻을 잘 섞어 삼베에 입혀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만들거나, 두부와 생칠 그리고 안료를 섞는 것이다. 이렇게 마무리된 색색의 금속판을 겹겹이 쌓고, 그 위에 그릇, 병, 달항아리 등 김승희 작가의 초기 공예품을 떠올리는 형태나 기하학적 선을 배치함으로써, 서정적이며 입체적인 풍경이 되는 독창적인 조형물을 완성했다. 금속공예를 회화적 오브제로 전환하는 실험을 통해 "금속으로 그린다"라는 호평을 받은 그의 작품 세계를 상징하는 신작들이다.

작가에 관하여
김승희는 1947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와 인디애나 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했다. 현재 작가장신구 브랜드 ‘소연’의 대표이자,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명예교수로 활동 중이다. 전미 은기공모전 입상(1973), 88 한국공예가협회상(1988), 제6회 석주미술상(1995), 제18회 목양공예상(2006), 대한민국 디자인 대상 대통령 표창장(2007), 알마아이커만상(2008) 등을 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청와대, 워커힐미술관, 서남미술관, 대림미술관, 익산보석박물관, 호암미술관 등 유수의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