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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옥의 창조성과 사랑] 앙리 마티스, 사랑보다 깊은 우정/사비나미술관장
  • 작성일2023/06/2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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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영화 ‘건축학 개론’은 건축가 승민이 15년 만에 만난 첫사랑 서연에게 집을 지어 주는 과정을 통해 기억 속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 준다.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가장 위대한 화가’로 평가받는 앙리 마티스도 한 여인을 위해 건축물을 지어 줘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바로 프랑스 남부 니스 근교의 방스에 있는 로제르 예배당이다. 이곳은 ‘마티스 예배당’이라고도 부를 만큼 그의 예술이 집대성된 명소다. 미술사의 거장이 한 여성에게 예배당을 지어 준 동기는 무엇일까. 걸작의 탄생에 얽힌 흥미로운 사연이 있다.

앙리 마티스, 우상, 1942년.

▲ 앙리 마티스, 우상, 1942년.


1941년 72세의 마티스는 암 수술을 받은 후 니스에서 회복을 하는 기간 동안 야간에 자신을 돌봐 줄 간호사가 필요했다. 모니크 부르주아라는 21세의 간호학과 학생이 시간제 간호사에 응모해 채용됐다. 부르주아는 정성껏 환자를 돌보았을 뿐만 아니라 모델이 돼 달라는 화가의 요구도 승낙했다. 늙고 병든 마티스는 손녀뻘 되는 간호사이자 모델, 친구인 부르주아에게 위로를 받는 과정에서 각별한 애정을 느꼈다. 당시 부르주아가 모델을 섰던 그림들 중 하나인 이 작품엔 색채와 장식성, 관능성이 조화를 이루는 니스 시절 마티스 화풍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두 사람의 친밀한 감정은 1946년 부르주아가 도미니크 수녀원의 수녀가 된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자크 마리 수녀가 된 부르주아는 마티스에게 새로 짓는 예배당 설계를 부탁했고 그는 생애 처음으로 건축 설계를 비롯해 실내장식 일체를 도맡아 4년 동안 작업에 몰두했다. 1951년 마티스가 ‘내 생애 최고의 걸작’으로 꼽았던 로제르 예배당이 문을 열었을 때 프랑스 언론은 “화가와 수녀의 만남이 예배당을 탄생시키다”라는 제목으로 두 사람의 특별한 관계를 강조했다.

마티스는 예배당을 완성시킨 최고의 협력자로 마리 수녀를 꼽았으며 예배당이 두 사람의 “공동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그들의 애정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우리 사이에 일어난 일은 꽃의 소나기와 같다. 우리는 서로에게 던지는 장미 꽃잎이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학자들은 두 사람의 감정을 “매우 가깝고 사랑스러운 우정”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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