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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이 반한 장욱진… 그토록 치열했던 ‘가장 진지한 고백’
  • 작성일2023/09/20 11:23
  • 조회 109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서 회고전

방탄소년단 RM 소장품 6점 포함
유화·판화 등 270여점 가득 채워
日서 발견한 ‘가족’ 고국서 첫선
분신 같은 까치 울음까지도 표현


논두렁길을 걷는 장욱진의 뒤로 검둥개와 새들이 뒤따르는 ‘자화상’(1951).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논두렁길을 걷는 장욱진의 뒤로 검둥개와 새들이 뒤따르는 ‘자화상’(1951).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산다는 것은 소모하는 것, 나는 내 몸과 마음과 모든 것을 죽는 날까지 그림을 위해 다 써버려야겠다. 내가 오로지 확실하게 알고 믿는 것은 이것뿐이다.”

선 하나, 점 하나에도 엄격했던 화가 장욱진(1917~1990). 그는 손바닥만 한 그림 속에 치열하게 고투해 건져 올린 자신만의 우주를 펼쳤다. ‘동심 가득한, 작고 예쁜 그림’이라는 기존의 익숙한 수식를 지우고 다시 진지하게 그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그의 60년 화업을 짚어 보는 대규모 회고전을 처음 마련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내년 2월 12일까지 열리는 ‘가장 진지한 고백’이다.


그는 생전 유화 730여점을 포함해 1200여점의 작품을 남겼다. 이 가운데 유화, 먹그림, 판화, 표지화, 삽화 등 작가의 시기별 대표작 270여점이 전시장 1, 2층을 촘촘히 채웠다.


장욱진 최초의 가족도인 ‘가족’(1955). 30여점 이상의 가족 그림을 그렸던 작가가 가장 애착을 가졌던 작품으로 일본 소장가에게 판매된 뒤 행방을 몰랐다가 회고전 준비 과정에서 발굴됐다. 정서린 기자

▲ 장욱진 최초의 가족도인 ‘가족’(1955). 30여점 이상의 가족 그림을 그렸던 작가가 가장 애착을 가졌던 작품으로 일본 소장가에게 판매된 뒤 행방을 몰랐다가 회고전 준비 과정에서 발굴됐다.
정서린 기자


특히 1964년 일본인 소장가에게 팔렸다 60여년 만에 돌아온 ‘가족’(1955)을 처음 만날 수 있다. 장욱진 가족 그림의 전범(典範)이라 할 이 그림에는 나무 두 그루 사이에 자리한 집에 아버지와 세 아이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미술관 측이 전시를 준비하다 최근 일본 소장가 자택에서 발굴한 작품으로, 유화 물감층이 떨어져 나가고 곰팡이가 하얗게 피어오른 것을 임시 복원해 내놨다. 월북 조각가 박승구가 조각했다는 액자 틀과 그림의 조화도 이채롭다. 바로 옆에는 작가가 이 그림을 판 것을 아쉬워하며 비슷한 구도, 크기로 그린 1972년 작 ‘가족’이 나란히 걸려 시선을 번갈아 주며 비교해 볼 수 있다.

소녀들의 머리카락, 댕기, 아기 얼굴 부분까지 빛의 흐름이 잘 묘사된 ‘공기놀이’(1938).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소녀들의 머리카락, 댕기, 아기 얼굴 부분까지 빛의 흐름이 잘 묘사된 ‘공기놀이’(1938).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장욱진은 까치, 나무, 해와 달, 가족 등의 소재를 꾸준히 변주해 그렸다. 특히 까치는 그의 유화 730여점 가운데 60%인 440여점에 들어 있을 정도로 분신과 같은 존재였다. 생전 마지막 작품의 주인공도 까치(‘까치와 마을’, 1990년 작)였다. 이 작품은 유족들과 협의를 거쳐 처음 전시에 나왔다. 배원정 국립현대미술관 근대미술팀 학예연구사는 “나무는 그의 온 세상을 품는 우주, 해와 달은 시공간을 초월한 영원성의 매개체”라며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발상과 방법에 대한 깊은 고민으로 다 다르게 보인다. 전시를 통해 이런 대표 도상들이 작품 속에 어떻게 구성되고 변모해 가는지 살펴볼 수 있다”고 안내했다.


까치의 울음소리를 형상화한 ‘까치’(1958).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까치의 울음소리를 형상화한 ‘까치’(1958).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1958년에 그린 ‘까치’는 ‘깍깍’대는 까치의 울음이 울려 퍼지는 듯한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믐날 밤 둥근 나무에 푸르른 색조와 소리를 온 세상에 퍼뜨리는 듯한 까치가 서 있다. 나무 끝엔 초승달이 걸려 있다. 작가는 날카로운 필촉으로 캔버스에 두껍게 발린 물감층을 무수히 긁어내 까치의 소리를 이미지로 나타냈다.

전시에는 미술 애호가로 동선마다 관람객을 몰고 다니는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RM의 소장작 6점도 포함돼 있다. 다만 RM이 자신의 소장작에 관심이 쏠리는 것을 우려해 어떤 작품인지는 비밀에 부쳤다. RM은 과거 장욱진 전시장을 찾아 방명록에 ‘저도 심플하게 살고 싶습니다. 장욱진 짱’이란 글을 남기기도 했다. 작가가 전쟁 이후 생계를 위해 국제신보 연재 소설 염상섭의 ‘새울림’에 그렸던 삽화 56점 전체도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정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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