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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눈’으로 꿰뚫은 인간과 도시, 역사의 진실…서용선의 회화 여정
  • 작성일2023/08/16 14:41
  • 조회 108
서용선 빨간 눈의 자화상, 2009, 캔버스에 아크릴릭, 259×194cm. 골프존뉴딘홀딩스 소장.

▲ 서용선 빨간 눈의 자화상, 2009, 캔버스에 아크릴릭, 259×194cm. 골프존뉴딘홀딩스 소장.


한 사내가 붉은눈을 부릅뜨고 정면을 직시한다. 세상의 진실을 남김없이 꿰뚫어보겠다는 듯, 피할 길 없는 강렬한 눈빛이다. 시선을 달리하면, 분노로 괴물이 되어가는 인간으로도 보인다. 강인한 얼굴 윤곽과 표정에 더해 툭툭 내리그은 굵은 붓질이 보는 이의 시선을 오래 붙든다.

서용선(72) 작가의 대표작 ‘빨간 눈의 자화상’(2009)이다. 자화상을 통해 인간을 사회적으로 재구성하고 작동시키는 정치와 역사에 대한 비판을 이어온 그의 회화 여정을 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서용선: 내 이름은 빨강’이다.

서용선 작가가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서용선: 내 이름은 빨강’에서 자신의 작품 ‘빨간 눈의 자화상’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서린 기자

▲ 서용선 작가가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서용선: 내 이름은 빨강’에서 자신의 작품 ‘빨간 눈의 자화상’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서린 기자


튀르키예 작가 오르한 파묵의 소설 ‘내 이름은 빨강’에서 따온 전시명이 이채롭다. 서구와의 갈등이 회화와 화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소설의 얼개, 그의 작품의 주조 색이 붉은색이라는 점 등에서 교집합을 이룬다. 3부로 나뉜 전시는 1980년대 초반부터 최근작까지 70여점을 모았다.

김장언 아트선재센터 관장은 “서용선에 대한 기존 평가와 논의를 넘어 그의 회화 세계를 재발견하고, 예술적 비전과 진화에 몰입할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서용선, 숙대 입구 07:00-09:00, 1991, 캔버스에 아크릴릭, 비닐 기법, 180×230cm.

▲ 서용선, 숙대 입구 07:00-09:00, 1991, 캔버스에 아크릴릭, 비닐 기법, 180×230cm.


1부에서는 작가가 집중적으로 다뤄온 도시 공간과 인간 군상들이 펼쳐진다. 작가가 버스를 타고 미아리-정릉-숙대입구-총신대역-낙성대로 이동하며 관찰한 1980~1990년대 서울의 급속한 변화와 도시인의 모습, 광고판과 정치 선전문 등은 그 시절을 응결시킨 사회학적 탐구로도 읽힌다.

지하철 풍경과 무심하면서도 경직된 사람들의 표정을 포착한 ‘숙대 입구 07:00~09:00’(1991)와 자유롭고 리드미컬한 뉴욕의 분위기를 담은 신작 ‘브루클린’(2023)을 비교해보면 작가의 시선 변화가 또렷이 감지된다. 도시에 대한 그의 탐구는 뉴욕, 베를린, 베이징 등으로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서용선: 내 이름은 빨강’ 전시 전경. 왼쪽 앞은 올해 신작 ‘브루클린’. 아트선재센터 제공

▲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서용선: 내 이름은 빨강’ 전시 전경. 왼쪽 앞은 올해 신작 ‘브루클린’.
아트선재센터 제공


이런 변화에 대해 서 작가는 “90년대에는 경직된 채 도시를 보며 의미를 만들어내려 욕심을 부렸지만 지금은 어떤 도시를 가면 여유를 갖고 도시의 감성, 냄새까지도 느껴보려는 감각을 갖는다”며 “마음이 너그러워지니 붓의 호흡도 여유로워졌다”고 했다.

2부는 ‘역사와 현재’라는 서용선 회화의 주요 화두를 꿰낸다. 1980년대 군사정부 시절 정치인으로 업을 바꾼 군인들을 그려낸 ‘정치인’(1984)은 오랜만에 전시장에 나왔다. 붉은 배경 뒤 무기력하게 서 있는 이들의 모습은 당시의 정치적 혼란, 사회적 폭력의 징후를 드러내는 듯하다. 대학 교수나 방송인, 시민단체 활동가 등이 정치인으로 부단히 변모하는 세태에서 40년 전 그림이 새삼 예리하게 다가온다.

9월 15일부터 열리는 3부 전시에선 보편적 세계로 시선을 넓혀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가의 변화를 조망할 수 있다.

서용선,  정치인, 1984, 1986, 캔버스에 유채, 90×100cm.

▲ 서용선, 정치인, 1984, 1986, 캔버스에 유채, 90×100cm.



정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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