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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신부, 파독 간호사...‘경계 위 존재’들과 마주보면 알 수 있는 것들
  • 작성일2023/06/22 10:23
  • 조회 89

성곡미술관 김옥선 ‘평평한 것들’
 

성곡미술관이 ‘한국중견작가초대전’으로 조명한 김옥선 작가는 우리 사회의 주변적 존재, 풍경을 독자적인 존재로 주목해 왔다. 일본에서 살아가고 있는 재일교포, 외국인, 그들 자녀들의 얼굴을 사진에 새긴 ‘아다치 초상’(2023) 연작. 성곡미술관 제공

▲ 성곡미술관이 ‘한국중견작가초대전’으로 조명한 김옥선 작가는 우리 사회의 주변적 존재, 풍경을 독자적인 존재로 주목해 왔다. 일본에서 살아가고 있는 재일교포, 외국인, 그들 자녀들의 얼굴을 사진에 새긴 ‘아다치 초상’(2023) 연작.
성곡미술관 제공


성곡미술관이 ‘한국중견작가초대전’으로 조명한 김옥선 작가는 우리 사회의 주변적 존재, 풍경을 독자적인 존재로 주목해 왔다. 일본에서 살아가고 있는 재일교포, 외국인, 그들 자녀들의 얼굴을 사진에 새긴 ‘아다치 초상’(2023) 연작. 성곡미술관 제공

▲ 성곡미술관이 ‘한국중견작가초대전’으로 조명한 김옥선 작가는 우리 사회의 주변적 존재, 풍경을 독자적인 존재로 주목해 왔다. 일본에서 살아가고 있는 재일교포, 외국인, 그들 자녀들의 얼굴을 사진에 새긴 ‘아다치 초상’(2023) 연작.
성곡미술관 제공


수십년 전 고국에서 정성껏 지어 왔을 전통옷을 입은 여인이 배경 속 노란빛처럼 보는 이를 환대해 준다. 지그시 미소를 띤 입가에선 낯선 땅에서 스스로를 다잡아 온 견고한 성정이 읽힌다. 이국에서 가족과 일상을 일궈 온 여인의 눈빛에는 오롯이 자신으로 살아가는 이의 당당함이 깃들어 있다.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8월 13일까지 열리는 김옥선(56) 작가의 개인전 ‘평평한 것들’에서 사진 속 인물들과 시선을 나누다 보면 그가 지닌 고유한 이야기가 이쪽으로 건너온다.

신작부터 구작까지 20여년의 작업에서 작가가 줄곧 작품에 초대해 온 인물들은 모두 경계를 건너고 모험하는 사람과 자연이다. 파독 간호사, 결혼 이주 여성, 제주에 사는 외국인과 외래식물, 일본에 사는 재일교포와 재일외국인, 그들의 자녀 등. 작가는 학업, 취업, 결혼 등 각자의 선택과 결정으로 언어, 문화, 사고 등이 생경한 이국에서 표류하거나 뿌리내려 온 ‘경계 위 존재’의 이야기에 꾸준히 조명을 비춰 왔다.

성곡미술관이 ‘한국중견작가초대전’으로 조명한 김옥선 작가는 우리 사회의 주변적 존재, 풍경을 독자적인 존재로 주목해 왔다. 결혼으로 한국에 정착하게 된 이주 여성들의 초상을 옛 사진관 방식으로 담은 ‘신부들, 사라’(2023). 성곡미술관 제공

▲ 성곡미술관이 ‘한국중견작가초대전’으로 조명한 김옥선 작가는 우리 사회의 주변적 존재, 풍경을 독자적인 존재로 주목해 왔다. 결혼으로 한국에 정착하게 된 이주 여성들의 초상을 옛 사진관 방식으로 담은 ‘신부들, 사라’(2023). 성곡미술관 제공


특히 올해 시도한 신작 ‘신부들, 사라’(2023)는 1910~1920년대 사진 교환만으로 미국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는 남자와 결혼을 결정하고 건너간 ‘사진 신부’들을 오마주한 연작이다. 짧게는 7년, 길게는 20년 가까이 몽골, 베트남, 중국, 카자흐스탄 등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결혼 이주 여성들의 초상을 과거 사진관 사진처럼 고전적 방식으로 기록했다.

작가는 “사진 신부가 건너가던 과거 조선에도 굉장히 주체적으로, 조금 더 나은 삶이나 교육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하와이에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걸 보며 지금 한국에 와 있는 이주신부들을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고 그를 작업으로 이끈 동기를 설명했다.

작가는 직접 서울 황학동의 사진관을 섭외해 옛 방식대로 세 방향에서 조명을 비춰 빛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인물의 입체감이 두드러지게 했다. 이렇게 실물 크기로 확대된 인물들의 얼굴과 시선을 마주하게 되면 사회가 강요한 서사 속에 소비되어 온 이들 하나하나가 스스로의 선택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 온 주체임을, 그와 내가 동등한 존재임을 서서히 자각하게 된다. 모든 존재를 평평한 시선으로 보는 것의 가치를 되새기게 되는 자리인 셈이다. 전시명이 ‘평평한 것들’인 이유다.


전지희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사는 “각자의 다름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김옥선의 사진은 나와 다른 존재를 이해하며 우리의 외연을 확장해 가려는 노력”이라며 “그렇게 서로의 자리를 긍정할 때 우리 안에 환대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정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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