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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너머의 존재들… 분리와 차별을 비추다
  • 작성일2023/03/29 14:18
  • 조회 98

H아트랩 2기 전시회… 아트스페이스 호화 ‘하얀 벽의 고백’

아픈 몸을 치료하는 도수치료, 물리치료 과정을 촬영한 것 같기도 하고
요가, 필라테스 수업 장면을 찍은 것 같기도 하다.
‘이게 예술 작품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 매력이 있다.
조영주 작가의 ‘콜레레’라는 비디오 아트 작품이다.

호반문화재단이 추진하는 창작공간 지원사업 ‘H아트랩’ 2기의 결과 보고전 2부 ‘하얀 벽의 고백’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층 아트스페이스 호화에서 시작됐다. H아트랩은 예술가와 미술 이론가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작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창작·교류 공간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2021년부터 서울 서초구 호반파크에서 운영 중이다.

이번 전시회는 1부 ‘검은 기둥의 감각’과 다르게 일단 전시장 분위기부터 환해졌다. 지난 전시회가 어둠을 통해 관람객 스스로 작가들이 하려는 이야기를 해석할 수 있게 했다면 이번 전시는 나(우리)와 타인(그들)을 구분 짓는 벽이라는 존재를 통해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분리와 차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박다애 작가와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경미 작가의 공동 작품인 ‘당신은 자유로운가 테스트’(왼쪽). 오른쪽은 이경미 작가의 ‘CITY CRACK#4’(2022), 철 프레임에 베를리너 판형 연구서.  호반문화재단 제공

▲ 박다애 작가와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경미 작가의 공동 작품인 ‘당신은 자유로운가 테스트’(왼쪽). 오른쪽은 이경미 작가의 ‘CITY CRACK#4’(2022), 철 프레임에 베를리너 판형 연구서.
호반문화재단 제공


“벽에 둘러싸인 우리 그렸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입주작가 박관우, 신선주, 신창용, 이연숙, 조영주의 회화·영상 작품 10점과 다양한 설치·연구자료가 관람객을 맞는다. 전시를 기획한 이경미 작가는 “전시장의 하얀 벽은 물론이고 수용소의 거대한 담장, 개인의 방, 일터의 칸막이, 지하철 플랫폼, 화장실 칸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크고 작은 벽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에서는 인식의 벽이 미디어를 통해 극적인 이야기로 소비되거나 자본주의 산업 체계 안에서 일종의 노동력으로 치부되는 등 ‘벽 너머 존재들’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돌봄 노동을 소재로 한 조영주 작가의 ‘콜레레’(왼쪽·2022). 오른쪽 작품은 작가가 겪은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한 ‘풀 타임-더블: 10월 9일’.  호반문화재단 제공

▲ 돌봄 노동을 소재로 한 조영주 작가의 ‘콜레레’(왼쪽·2022). 오른쪽 작품은 작가가 겪은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한 ‘풀 타임-더블: 10월 9일’.
호반문화재단 제공


돌봄 노동의 참담한 현실 표현

조영주의 ‘세 개의 숨’, ‘풀 타임-더블: 10월 9일’은 작가 본인이 겪은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콜레레’는 돌봄 노동을 소재로 하고 있다. 조영주는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그림자 노동인 가사 노동, 돌봄 노동을 통해 돌봄이 지닌 연대 가능성과 각자 생존을 위해 나가는 참혹한 현실을 동시에 조명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자칭 캐릭터 덕후라는 신창용 작가의 비디오 아트 ‘NFT 아트 모음’(왼쪽·2023). 오른쪽 작품 ‘RNB’(2022)는 영화 속 영웅과 빌런들이 한자리에 모여 라면을 먹는 모습을 그렸다. 호반문화재단 제공

▲ 자칭 캐릭터 덕후라는 신창용 작가의 비디오 아트 ‘NFT 아트 모음’(왼쪽·2023). 오른쪽 작품 ‘RNB’(2022)는 영화 속 영웅과 빌런들이 한자리에 모여 라면을 먹는 모습을 그렸다.
호반문화재단 제공


자아실현에 대한 강박 역설도

신창용의 작품 ‘RNB’를 보면 처음엔 어리둥절했다가 이어 웃음이 터져 나온다. 각각 다른 세계관에 등장하는 히어로 캐릭터들이 쪼그려 앉아 라면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웃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신창용은 이소룡을 시작으로 존윅, 스파이더맨, 조커 등 오늘날 영화 산업을 이끄는 히어로와 빌런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 스스로 캐릭터를 덕질하는 덕후라고 부르며 작품의 장르가 ‘덕화’라고 말한다. 작가는 ‘덕화’에 우스꽝스러운 히어로의 모습을 그려 넣어 자아실현이라는 현대인의 강박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 박관우의 텍스트와 신선주의 페인팅 작품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이동과 정착의 과정을 보여 주는 작업을 통해 오늘날 이주와 연결된 혐오라는 사회적 현상을 분석하려고 시도한다. 이연숙의 설치작품은 개인과 사회,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감각 등이 교차하고 침투하는 경계 공간으로 벽이라는 장소를 선택함으로써 이번 전시의 주제를 관통해 낸다. 전시는 4월 9일까지.

유용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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