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미술계소식 다채로운 전시 작가 작품! 아트 플랫폼 서울갤러리

 

목욕탕도 호텔도 갤러리카페 변신…제주에서 뜨는 도시재생공간
  • 작성일2023/02/07 16:08
  • 조회 131

금성장 여관·녹수장 목욕탕 연결 산지천갤러리 탄생
제주 최초 현대식 호텔 명승호텔, 갤러리레미콘 변신
서귀포 온천탕, 목욕탕·굴뚝·물통 살려 문화공간으로

제주시 원도심 산지천에 자리잡은 산지천갤러리는 과거 금성장 여관과 녹수장 목욕탕을 리모델링해 개관한 도시재생공간이다. 2층 갤러리에서 1층 카페공간이 내려다 보인다.

▲ 제주시 원도심 산지천에 자리잡은 산지천갤러리는 과거 금성장 여관과 녹수장 목욕탕을 리모델링해 개관한 도시재생공간이다. 2층 갤러리에서 1층 카페공간이 내려다 보인다.


오랫동안 방치됐던 동네 목욕탕이 카페로 변신하고 과거 유명했던 호텔이 갤러리로 환골탈태한 도시재생공간들이 제주에서 뜨고 있다.

서울의 청계천 역사를 닮은 ‘제주판 청계천’ 산지천을 끼고 도시재생공간들이 즐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제주의 원도심(구도심) 활성화로 노후된 건물이 대거 철거될 때도 원도심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사람들의 성원에 힘입어 살아남은 공간들이다.

특히 옛 여관 건물인 금성장과 목욕탕이었던 녹수장을 연결해 리모델링, 사진전문갤러리로 재탄생된 산지천 갤러리는 공공 도시재생공간의 대표적인 곳이다. 개관 5주년 기념으로 제주 출신 다큐멘터리 사진가 故 김수남(1949-2006) 작가의 소장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몰입’이란 주제 전시회 한 공간에 적힌 문구처럼 어쩌면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향수일 수도 있고 혹은 낯설음 때문에 살아남게 된’ 이 운 좋은 곳은 건물 위에 굴뚝만이 징표처럼 목욕탕이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산지천갤러리가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운영하는 공공 도시재생공간이라면 그 산지천 건너 맞은 편에는 제주 토박이가 유명한 호텔을 인수해 옛 모습을 최대한 살려내 관심을 끈다.

제주 최초 현대식 호텔로 명성이 자자했던 명승호텔이 지난해 복합 문화 갤러리공간으로 변신해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제주 최초 현대식 호텔로 명성이 자자했던 명승호텔이 지난해 복합 문화 갤러리공간으로 변신해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962년 3월에 명승호텔 이름으로 문을 연 제주 최초의 현대식 호텔이었던 갤러리레미콘은 그러나 과거 명성이 자자했던 화려함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산지천갤러리보다 좀더 인더스트리얼한 산업적인 디자인이 확 눈길을 끈다. 분홍색 벽과 검정 바둑판 같은 타일이 화려함의 흔적이라면 흔적이다. 때론 그것조차 조금은 낯선 향수로 다가온다.

7일 고성호 갤러리레미콘 대표는 “이 호텔 계단을 이용해 유치원을 다녔다”면서 “한때는 신성일 엄앵란 커플이 다녀갈 만큼 화려했던 호텔이었는데 십수년 방치되다시피해 안타까움에 인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뚝심과 의지 하나로 폐허된 호텔건물의 기본 골격을 그대로 살려내 도시재생형 미술관으로 재탄생시켰다. 오래돼 방치된 건물에 숨을 불어넣고 색을 입힌 도시재생공간은 그래서 부활이라기보다 새로운 탄생에 가깝기도 하다.

명승호텔이 갤러리공간으로 변신했으나 기본 골격과 뼈대는 그대로 살렸다. 분홍빛 벽면에 자유롭게 낙서된 모습이 마치 회화작품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 명승호텔이 갤러리공간으로 변신했으나 기본 골격과 뼈대는 그대로 살렸다. 분홍빛 벽면에 자유롭게 낙서된 모습이 마치 회화작품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분홍색 벽과 세월의 풍파가 빚어낸 건물은 사람의 손으로 만들 수 없는 자연이 빚은 조각과 같다”면서 “이 기본 골격과 뼈대를 살리기 위해 인수한 금액에 맞먹는 비용을 리모델링하는데 썼다”고 덧붙였다. 루프탑에서 내려다 보는 산지천 풍경과 20여년을 뛰어놀던 옛 추억 때문에 그 모습을 최대한 보존하려고 애썼다며 누구나 즐겨 찾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길 희망했다. 40일 동안 펼쳐진 PINK FLASH –SANJIRO 31 전시회는 따로 홍보도 안했는데 1500명의 발길이 이어졌다. 분홍빛깔 벽면에 가득한 낙서조차 예술 같고,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같은 기둥과 뼈대를 드러낸 철근마저 명작이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서귀포 이중섭거리 인근에 있는 문화복합공간 라바르의 1층 카페는 여탕의 모습을 그대로 살려 이곳이 과거 목욕탕이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 서귀포 이중섭거리 인근에 있는 문화복합공간 라바르의 1층 카페는 여탕의 모습을 그대로 살려 이곳이 과거 목욕탕이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도시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도시재생공간은 한라산 남쪽 서귀포 이중섭 거리 인근에도 있다.

1971년부터 지난 2016년까지 45년 동안 ‘온천탕’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던 대중목욕탕이 지난해 10월 문화공간 라바르로 단장됐다. 목욕탕을 운영하던 할머니가 작고한 뒤 손자 박재완 대표가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해낸 것이다.

서귀포 온천탕을 개조한 문화공간 라바르 루프탑에는 굴뚝과 물통을 그대로 살려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다.

▲ 서귀포 온천탕을 개조한 문화공간 라바르 루프탑에는 굴뚝과 물통을 그대로 살려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다.


라바르 프로젝트 매니저 이예람씨는 “1층 카페는 목욕탕 욕조를, 2층 갤러리 뮤즈엔 환풍구, 3층엔 굴뚝, 4층 루프탑엔 물통을 그대로 살려냈다”면서 “특히 1층 카페 한가운데에는 여탕 욕조가 있고 그 위 조각같은 테이블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마치 과거 목욕탕의 물기가 흘러내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묘하게 거칠게 뜯겨진 목욕탕의 흔적이 남겨진 것에 동화된 듯,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김주희 작가의 개관 전시가 공간을 찾는 이들에게 위안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글 사진 제주 강동삼 기자
Go Top